[기고]부동산시장 교란행위 근절의지, 실행에 옮겨야

머니투데이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2020.08.28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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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부동산시장 교란행위 근절의지, 실행에 옮겨야


한 순간에 서울 아파트 매물 1만 5000개가 증발했다. 부동산 허위 매물에 과태료를 물리는 공인중개사법이 시행된 지 하루도 되지 않아 일어난 일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어떤 이는 청약에 당첨되기 위해 살지도 않을 고시원 단칸방으로 주소를 옮긴다.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고 이야기하면서 그 사람의 아파트 당첨 기회를 돈을 받고 팔아버린 사람, 소중한 나의 자산 가치를 지키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얼마 이하로는 팔지 말라고 공공연히 이야기 하는 사람도 있다. 지금, 2020년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에서 보여지는 모습이다.

통상 이런 행위들을 “부동산 시장 교란행위”라고 이야기한다. 정상적인 시장에서는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따라 거래량과 거래가격이 결정된다. 하지만 시장 교란행위는 이러한 원칙을 매우 쉽게 깨트려버린다.



거래량이 그리 많지 않은 현재의 부동산 시장에서 한 건의 실거래가, 한 건의 매물과 호가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다. 매도나 계약의 의사 없이 온라인 플랫폼에 올려둔 단 한건의 매물과 높은 호가는 거래가 없었음에도 시세를 상승시키고, 주택을 거래하려고 하는 자는 시장이 결정한 가격이 아니라 누군가가 결정해 버린 가격에 따라 주택을 사고 팔게 된다. 파는 사람은 생각지 못한 이득을, 사는 사람은 손해를 본 것이다. 이를 정상적인 거래라고 볼 수 없다.

이러한 시장 교란행위를 뿌리 뽑기 위한 정부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작년 가을부터 올 상반기까지는 국토교통부, 국세청,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여러 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관계기관 합동조사”를 진행했다. 금년 2월부터는 아예 국토부에 만들어진 부동산시장불법행위대응반에 국세청, 금융위, 금감원 직원들이 파견을 나와 이상거래로 의심되는 거래당사자에게 몇 주간 독촉하여 겨우 받아낸 소명자료를 보면서 하나하나 따져보고 있다.



범죄 수사도 한다. 10명도 되지 않는 인원이 특사경 지위를 부여 받아 전국의 집값담합, 부정청약, 불법전매 등 각종 부동산 불법행위에 대응하고 있는 실정이다.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상황은 열악하고 실적은 좋지 못하다.

정부의 강력한 의지는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의지는 실행에 옮겨야 의미가 있다. 전 국민이 수요자이자 공급자로 참여하는 부동산 시장은 그 어떤 자산시장보다 거래관계가 복잡하고 다양한 유형의 지능화, 네트워크화 된 불법행위가 나타나고 있다.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법률적 체계와 더불어 규모와 역량, 전문성을 갖춘 “부동산시장 감독기구”가 절실한 상황이다. 선량한 국민의 거래를 감시하고 감독하는 의미가 아니다. 불법행위에 대한 실효적인 대응체계를 부동산 시장관리에 책임이 있는 국토부가 중심이 되어 구축해 나가야 한다. 유관기관 간 정보연계를 통해 불법행위를 조기에 포착하고, 철저한 모니터링 결과를 바탕으로 신속한 조사와 수사를 진행해 시장 교란행위를 단기간 내에 차단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정부가 시장을 통제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정부의 역할이다. 국민 재산권을 지키고 부동산 시장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시장 교란행위를 근절해야한다. 이제는 실행과 결과로 답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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