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하락한 환율, 코로나19 재유행으로 급등할까

머니투데이 최성근 이코노미스트 2020.08.24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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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 랜딩]하반기 원달러 환율 예측

편집자주 복잡한 경제 이슈에 대해 단순한 해법을 모색해 봅니다.

3개월 하락한 환율, 코로나19 재유행으로 급등할까


코로나19 사태가 재확산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외환시장에서는 미 달러화의 약세 흐름이 최근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보통 안전자산이라고 평가받는 미 달러화가 글로벌 경기 회복 여부가 불확실해진 상황에서 강세가 아닌 약세 흐름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다소 의아한 일이다.
물론 코로나19 팬더믹 이후 미 연방준비제도(FRB)의 대규모 양적완화와 0%대의 초저금리 정책에 더하여 각종 회사채 매입에 이르끼까지 사상 초유의 유동성 공급으로 미 달러화의 가치가 하락하는 것은 어느 정도 예견된 모습이다.

그러나 환율이란 유동성 규모 못지않게 통화간 상대적인 가치가 중요하다.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미 달러화의 가치가 하락하려면 달러화보다 다른 통화의 가치가 높다는 확신과 평가가 전제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외환시장에서 미 달러화를 매도하려면 그만큼 유로화나 엔화 또는 위안화를 매수할 만큼 가치가 높아져야 한다는 이야기다. 정상적인 경제상황이라면 미 달러화의 유동성이 공급이 늘어난 만큼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지난 코로나19 팬더믹 이후 미 연준이 무제한적 양적 완화에 돌입하면서 엄청난 달러 유동성을 공급했지만 미 달러화의 가치는 예상만큼 하락하지 않았다. 이는 달러화가 최고의 안전자산이기도 하거니와 유럽이나 일본, 중국의 경제 상황도 사상 최악의 경제위기 상황 속에서 달러화를 대신할 만큼 통화 가치를 담보하기가 어려웠음을 시사한다.

달러화 가치를 평가하는 달러인덱스 추이를 살펴보면 지난 코로나 팬더믹이 고조됐던 3월 19일에 103.60포인트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이후 달러인덱스는 99~100포인트 사이에서 지속적인 등락을 반복하면서 달러화 가치는 요지부동의 모습을 보였다. 파월 연준 의장은 미국 경제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각종 회사채 매입 등 경기부양을 위해서는 무엇이든 하겠다는 시그널을 보냈지만 정작 외환시장에서는 유동성 확대에 따른 달러화의 가치 하락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5월 중순 이후 상황이 바뀌었다. 유럽연합(EU)에서 코로나 팬더믹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7500억 유로(약 1030조원)규모의 경제회복기금 합의가 이뤄지면서 점차 유로화가 강세를 띠기 시작한 것이다. 본 합의에 가장 부정적이었던 독일 메르켈 총리가 유연한 입장을 내비취면서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과 합의에 이르자 코로나 팬더믹으로 큰 충격을 받았던 유럽 경기 회복에 청신호가 켜진 것이다. 그러자 그동안 줄곧 약세를 면치 못했던 유로화 가치가 급등하면서 상대적으로 달러화 가치의 하락세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원화는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요국 통화가 아니다보니 유로화나 엔화 혹은 위안화 등의 거대 경제권의 통화가치의 흐름에 연동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한국경제는 최대 수출국인 중국 경제와 동조화되다 보니 외환 시장에서도 원화 환율은 중국 경제 상황이나 중국 위안화의 흐름과 연계된 모습을 나타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원달러 환율의 추세도 주요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의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 3월 19일 달러당 1286원까지 치솟았다가 이후 하락하여 5월에는 1230원 수준을 유지하였고, 이후 중국경제의 회복세와 함께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가 상승하면서 원달러 환율도 7월엔 1200원대가 무너졌고, 8월 21일 1186.30원을 기록하였다.


그렇다면 향후 원달러 환율의 흐름은 어떻게 될까? 현재 미 달러화의 흐름은 미국의 추가 경기부양책 합의 여부와 미중 갈등이라는 두 가지 변수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 현재 민주당은 추가 부양책 규모를 최소 3조달러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공화당은 기존에 내놓았던 1조 달러 규모의 부양책보다 더 줄어든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는 뉴스가 전해지면서 미국 경기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그러나 미 정치권의 성격상 경기부양책은 시기의 문제일 뿐 결국 민주·공화 양당이 조만간 합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다만 양당이 일정부분 양보해야 함을 가정하면 민주당이 요구하는 3조 달러보다는 적은 규모로 합의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합의 이후 추진될 경기부양책이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 되지 못한다는 점에서 미국의 강한 경기회복과 인플레이션을 바탕으로 달러화가 강세로 반전되기엔 다소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현재 코로나 2차 대유행이 우려되는 가운데 겨울 시즌에 독감과 함께 바이러스가 다시 기승을 부리게 될 경우 방역조치가 여전히 미흡한 미국 상황을 고려할 때 경제봉쇄 조치가 다시 시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 대선이라는 정치 일정 속에서 양당 후보 모두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미중 관계는 당분간 갈등 양상을 빚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미국 뿐 아니라 세계 경제가 코로나19와 함께 침체 상황이 장기화될 수 있다.

반면 유럽경제는 EU 회복기금이 유로존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개선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는 가운데 최근 무역수지도 개선되고 있고 최근 발표된 독일의 경기기대지수가 예상치를 상회하는 등 유로화 강세 여건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최근 달러화 약세 흐름을 주도한 유로화 강세가 하반기에도 지속된다면 최소한 유로화의 강세 흐름은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

한편 한국경제의 핵심인 수출 경기는 아직까지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7월 수출증가율은 전년동월대비 -7.4%를 기록했고 8월 1~20일까지 수출실적도 -7.0%로 비록 마이너스 증가율이 지속되고 있지만 한자릿 수로 감소폭이 줄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글로벌 수출 경기와 밀접한 OECD 경기선행지수도 지난 7월 97.722를 기록해 3개월 연속 상승 흐름을 나타냈다. 경상수지도 비록 상반기 전체로 보면 흑자 폭이 크게 줄었지만, 추세적으로 보면 6월 들어 68억 8000만달러로 8개월만에 가장 큰 흑자를 기록했다.

올해 한국경제 전망 역시 긍정적이다. 최근 OECD에 따르면 기존의 -1.2%에서 -0.8%로 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0.4%포인트 상향조정했다. 이는 한국경제가 코로나19의 성공적인 방역과 확장적 재정정책의 결과 경제충격이 최소화되고 하반기 경기회복세도 상대적으로 빨라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물론 코로나19 3차 유행이 발생하거나 미국 경제 나아가 세계경제의 위기가 장기화 될 가능성이 높아지면 상황은 급변할 수 있다. 위기 고조로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심화되면서 달러화 가치의 급등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한 경계심리 속에서도 글로벌 경기 및 한국경제의 전반적인 회복세와 유로화의 강세가 현재와 같은 흐름을 지속한다면 하반기에도 원달러 환율은 현재 수준인 1100원대 후반에서 안정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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