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코로나 2차 대유행이라는데"…점심시간 광화문 카페 찾았더니

머니투데이 이미호 기자 2020.08.18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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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주변의 한 카페에서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고 있는 모습. 대부분 마스크를 하지 않은 상태였다.광화문 주변의 한 카페에서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고 있는 모습. 대부분 마스크를 하지 않은 상태였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700명 넘게 쏟아져나오면서 '2차 대유행'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정작 식당과 카페 등에서는 방역수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15일 광화문 집회 참석자들 중 코로나 확진자가 나오면서 일대 식당과 카페들은 더욱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18일 오전 11시30분쯤 서울 광화문 일대 식당과 카페 등을 둘러본 결과 대부분의 식당들이 점심 식사 손님 맞이를 앞두고 '코로나 방역'과 관련해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있었다. 손 소독과 열 체크 등을 별도로 하지 않았고, 손님들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채 대화를 나눴다.



서울 종로구 당주동 소재 한 분식집은 입구에 손 소독제를 비치해뒀지만 정작 잘 보이지 않는 한쪽 구석에 둬 사실상 방치되고 있었다. 10평 남짓한 좁은 식당에는 간단히 점심을 먹으려는 '혼밥족'들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직장인 이모씨(38)는 "마스크를 쓰고 들어오긴 했지만 밥을 먹으려면 어쩔 수 없이 벗어야 한다. 최대한 빨리 먹고 나가는게 상책 아니겠냐"며 숟가락을 들었다.



광화문 일대 빌딩에 입점해 있는 대형 식당들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는건 마찬가지였다. 점심시간에 유동인구가 급증하지만 식당 입구에서 열체크 등을 하는 곳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무교동의 한 식당은 식당주인이 직접 손 소독제를 손에 바르면서 손님들도 사용하도록 유도하고 있었다. 식당주인 A씨는 "코로나가 확산되고 있어서 최대한 청결을 유지하는데 신경쓰고 있다"면서 "손님들께도 직접 말하기 보다는 행동으로 보여드리고 있다"고 했다.

특히 카페에는 식사 후 커피를 사려는 직장인들로 붐비면서 밀집도가 더욱 심해졌다. 이날 오후 12시30분쯤 광화문 대형 카페에 들어가보니 커피를 주문하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과 이미 자리를 차지해 앉아있는 사람들로 가득찼다. 커피를 주문하는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고 있지만, 대부분 자리에 앉자마자 마스크를 벗었다.


최근 경기 파주 스타벅스에서 확진자가 49명에 나오는 등 '커피숍발 감염'이 확산되는 가운데 경각심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회사 동료와 식사 후 커피를 마시러 왔다는 한 직장인은 "카페에서도 마스크를 쓰라는 뉴스를 봤긴 했지만, 커피를 마시고 얘기를 하려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커피숍 밖 테라스 주변에는 흡연자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채 담배를 피우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앞서 방역당국은 지난 7일 카페에서 음료를 마실때만 마스크를 벗도록 하는 내용의 방역수칙을 발표한 바 있다. 기존에는 음식점과 카페 방역수칙을 함께 마련해 시행했지만, 별도로 '카페 수칙'을 만들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카페에 들어설때와 음료를 기다리는 중에도 마스크를 쓰고 있어야 하고, 대화할때도 써야 한다. 즉 음료를 섭취할때만 빼놓고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현실성 없는 대책"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한편 지난 15일 주말 집회 참석 인원은 주최 측 추산 5만 명, 경찰 추산만 하더라도 1만 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30명이 경찰에 연행됐는데 1명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 중 상당수는 사랑제일교회 교인들과 자유연대 등 보수단체 회원들로 전광훈 목사를 비롯해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는 양상이다.

방역당국은 서울·경기를 중심으로 코로나가 확산되고 있는데 대해 "지난 2·3월 신천지 집단발생보다 훨씬 더 위기"라고 진단하며 "이 코로나 전파를 통제하지 못하면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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