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싶다' 선감학원의 비극…선감도에서는 무슨 일이?

머니투데이 김지영 기자 2020.08.16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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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예고화면 캡처/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예고화면 캡처


지난 15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일제시대 만들어진 소년 수용시설 '선감학원'의 실체를 고발했다.

선감도(仙甘島)에는 1942년 일제 강점기부터 1982년까지 ‘선감학원’이라는 소년 수용시설이 있었다. 이곳에서는 소위 부랑아 즉, 고아나 걸식아동을 구호한다는 본래의 목적과 달리 참혹한 인권유린이 벌어졌다.

이날 방송에서 선감학원 생존자들은 "일하는 양이 적고 동작이 느리다면서 이제 머리통도 치고 조인트도 까고", "새우젓에 구더기가 이렇게 간다고요. 그걸 우리는 먹었어요", "밤마다 성폭행 당했어요", "지옥이라는 표현도 아깝다" 등 피해 상황을 전했다.



선감학원에 온 아이들의 3분의 2는 부모나 연고가 있는 아이들이었다. 그들은 길에서 막무가내로 경찰이나 공무원들에 의해 ‘수집’됐다. 선감학원에 입소한 후 가족이 있다고 말하면 무자비한 구타가 이어졌다. 상당수의 아이들이 섬 밖으로 탈출을 시도하다 갯벌과 바다에 빠져 목숨을 잃었다.

‘아동 삼청교육대’라 불리는 선감학원의 운영주체는 국가였다. 경기도가 보관하고 있는 4691명의 선감학원 원아대장 기록에 의하면 선감학원에서 사망한 아동은 24명. 그러나 피해생존자들은 실제로 사망한 아동의 수는 그보다 훨씬 더 많을 거라고 말한다.



2017년에 전문가들이 GPR(지하탐지레이터) 탐사를 통해 선감도의 한 공동묘지에 묻혀있는 유골들을 조사한 결과 매장된 시신은 150구 이상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진상규명과 유해 발굴은 숙제로 남아있다.

아이들을 강제로 수용시켜 쓸 만한 인적자원으로 개조하려던 일제의 계획은 해방 이후 군사정권에 그대로 대물림돼 각종 인권유린 시설을 탄생시켰다. 형제복지원, 서산개척단, 삼청교육대 등 수많은 인권유린시설의 뿌리는 바로 일제가 만든 선감학원이었다.

해방 이후 미군정이 들어오며 선감학원의 소유권은 경기도에게 넘어갔다. 경기도 역시 이를 부랑아 수용시설로 활용하면서 선감도의 비극은 무려 36년간 국가의 손에 이어졌다.


또 한국 사회복지사업의 선구자로 불리는 김학묵 당시 장애인 복지단체 협의회 회장과 사회사업에 한 획을 그은 백근칠 한국사회봉사회 전 회장이 선감학원에 몸담았던 사실도 드러났다.

해방 이전과 이후, 경기도 사회과에 몸담았던 김학묵 회장과 일제가 운영하던 고아원에서 보조주임으로 근무하다 해방 이후 선감학원 원장이 된 백근칠 회장. 두 사람은 해방 전 조선총독부 사회과에서 근무했던 하상낙 씨와 미국 유학길에 올랐고 1958년 귀국해 함께 서울대 사회사업학과를 설립했다. 이후 보건복지부 차관, 해외입양기관 회장으로 우리나라 사회사업의 1세대가 됐다.

일제강점기에 관료였던 이들이 일제강점기로부터 내려온 선감학원의 어두운 이면을 봤을 가능성이 높음에도 기록으로 남긴 것이 없다. 김학묵 회장과 백근칠 회장의 공적 기록에는 선감학원에 대한 내용이 빠져있다.

전문가들은 "사회복지계 내에서도 일제의 청산되어야 할 과거사가 존재하고 있다. 일제 내에서 벌어졌던 다른 문제들보다도 더 많이 깊이 묻혀있는게 사회복지와 자선의 탈을 쓴 시설 수용의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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