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도 노역 착취…일제 강제동원 기록 공개

머니투데이 오세중 기자 2020.08.1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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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보 19410502_소년공을 부른다 - 산업전사로 충북도에서 모집./자료=국가기록원 제공매일신보 19410502_소년공을 부른다 - 산업전사로 충북도에서 모집./자료=국가기록원 제공


일제 강점기에 아동이나 여성들이 강제 동원된 증거 기록들이 공개됐다.

국가기록원과 국립중앙도서관, 동북아역사재단은 13일 각 기관이 소장해오던 일제강점기 기록 중 그동안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던 아동과 여성 강제동원 관련 기록과 이를 정당화하고 선동하기 위한 신문기사와 문헌 등을 공개했다.

이번 기록 공개를 계기로 그동안 큰 관심을 받지 못했던 아동·여성 강제동원의 반인권적, 불법적 동원에 대한 관심과 논의가 촉발될 것으로 보인다.



최초 공개되는 학적부를 통해 학생들 노동력 강제이용 입증
국가기록원 소장기록으로는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국내 노역현장에 강제동원한 '학도동원(學徒動員)' 내용이 담긴 학적부, 여성동원을 보여주는 간호부(看護婦) 관련 명부, '유수명부(留守名簿)'와 '공탁서(供託書)', '병적전시명부' 등이다.

그동안 학생과 간호부 동원에 대한 연구는 있었지만, 실제 인물과 동원내용이 기재된 명부가 공개된 것은 보기 드문 사례다. 이달 말까지 일반인도 예약하면 국립중앙도서관에서 관람할 수 있다.



일제는 이미 1938년부터 학교별로 '근로보국대'를 결성해 학생들의 근로봉사를 강제했다. 당초 10일 정도 동원했으나, 전쟁이 심화되고 노동력이 부족해지자 기간을(1년까지) 늘려 학생들을 노동력을 강제 이용했는데 학적부는 이 같은 내용을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

특히, 이번에 처음으로 공개된 '학적부(중학생)'에는 근로보국대 동원내용이 수록돼 있는 학생을 졸업 후 일선 파견부대 군인·군속 명부인 '유수명부'와 '공탁서' 등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조선총독부가 학생들을 노동력과 병력의 원천으로 인식했음을 입증하는 구체적 사례다.

간호부 및 여성 동원이 기록된 '유수명부'와 '공탁서', '임시군인군속계' 등도 공개됐다.


매일신보 19430121_나오라. 백의의 천사-조선군에서 육군병원 간호부 모집./자료=국가기록원 제공매일신보 19430121_나오라. 백의의 천사-조선군에서 육군병원 간호부 모집./자료=국가기록원 제공
아동, 여성, 방공 동원 관련 자료 엄선 후 공개
국립중앙도서관은 조선총독부 도서관에서 이관된 도서, 신문, 잡지 등 30만여 점을 소장하고 있는데, 이번 전시를 위해 아동과 여성, 방공(防空) 동원과 관련된 자료를 엄선했다.

우선 아동 동원은 '소년공(少年工)', 또는 '산업전사(産業戰士)'라는 이름의 노무 동원 관련 문헌과 신문 자료를 공개했다.

중일전쟁 이후 일제는 후방의 산업 노동자들도 전선의 군인들과 마찬가지로 보국(報國)한다는 논리로 산업보국운동을 시행했는데, 조선의 아이들까지 '산업전사'라고 부르면서 동원한 것. 전시된 신문에는 중학교 학생들을 광산과 공장 등에 동원하고 있는 실태가 잘 나타나 있다.

여성 동원을 보여주는 자료로는 간호부 동원에 관한 신문자료를 공개했다.

특히, 일제는 여성 간호부들을 '백의의 천사'로 선전하면서 여성들을 침략전쟁의 최일선으로 동원했다.

방공 동원과 관련한 문헌으로는 '조선방공전람회' 기록과 '언문 방공 독본' 등 2종이 전시됐다. 이들 문헌에는 침략전쟁 수행을 위해 방공을 명목으로 조선사회를 전시체제로 개편하려는 일제의 의도가 잘 드러나 있다.

이소연 국가기록원장은 "지난해부터 관련 기관이 공동 협력을 활발히 진행해 왔고, 이번 강제동원 관련 기록물 공개는 시작단계에 불과하다"며 "향후, 각 기관은 강제동원 관련 명부와 기록을 지속적으로 수집·정리·분석·공개하는 등 학계와 함께 강제동원 연구의 기반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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