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해양경찰, 정신질환자 피의자 조사시 보호조치 보강해야"

머니투데이 정경훈 기자 2020.08.1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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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사진=뉴스1


국가인권위원회가 해양경찰청장에게 정신 질환자 등 사회적 약자가 피의자로 조사 받을 때 충분한 보호를 제공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피의자 조사 과정에서 장애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를 조기에 식별해 적절한 방어권을 보장할 수 있는 대책을 수립할 것을 해양경찰정장에게 권고한다"고 10일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병원에서 정신질환 판정을 받은 한 북한이탈주민 A씨는 대마초를 소지했다는 의심을 받아 지난해 6월쯤 해양경찰에 체포돼 수사받았다. A씨는 북한이탈주민인 아버지 B씨로부터 필로폰을 투약 받았다는 혐의도 받았다. B씨는 화장품을 제조해 중국에 유통하는 일을 한다.

B씨는 경찰이 당시 중국 출장에서 돌아온 A씨를 체포하며 체포 사실을 보호자나 A씨의 후견인에게 고지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문제 삼았다. A씨는 병원을 입퇴원하며 사회적성숙연령 11세, 전체 지능 '매우 낮음' 판정을 받았고 서울가정법원은 2017년 A씨의 성년후견인을 지정했다.



B씨는 또 경찰이 A씨가 정신질환이 있다는 점을 알아챌 수 있었음에도 신뢰관계인 동석 없이 피의자 조사를 했다고 인권위에 알렸다.

B씨는 "체포 이틀 후 풀려나 집에 가보니 집안과 차를 수색한 흔적이 있었다"며 "경찰이 나의 동의도 없이 의사능력이 없는 딸을 체포한 뒤 데리고 가서 집과 차를 수색한 것은 부당하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A씨는 '경찰이 똑같은 질문을 하니 진술을 거부하겠다'고 말하는 등 피의자로서 진술거부권 등 법적 권리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었다"며 "법원으로부터 금치산자, 한정치산자로 지정된 사실이 없다"고 인권위에 진술했다.


경찰은 "A씨에 대한 체포는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했다"며 "체포통지 원칙에 따라 A씨가 원하는 대로 해당 사실을 B씨에게 우편으로 통지했으나 B씨가 해외 출장 중이라 통지받지 못한 것 뿐"이라고 했다.

경찰은 "A씨가 거주하고 있는 집에 대한 압수수색은 법원의 영장 집행에 따른 것이고 B씨의 동의가 필요한 사항이 아님이 명백하다"며 "A씨가 병원에서 진행한 검사에서 대마초 양성 반응이 나왔고, 스스로도 B씨 침실에서 마약을 투여했다고 말했다"고 첨언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경찰은 적법하게 발부된 영장을 집행했고, 체포 때도 미란다 원칙 등을 고지했다"면서도 "그러나 A씨에 대한 4회에 걸친 피의자 신문 과정에서 신뢰관계인이나 보조인의 동석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A씨는 정신병원을 반복적으로 입퇴원했고 택시 비용을 내지 않은 일 등으로 다수의 사기 전과가 있다"며 "경찰도 수사 과정에서 이런 점을 반복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고 A씨가 정신질환자임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장애인차별금지법 등에는 장애인이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을 때 신뢰관계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명시한다"며 "이와 같은 사례의 반복을 피하기 위해 피의자신문 초기 단계에서 사회적 약자 등을 식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해양경찰청장에게 권고한다"고 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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