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에 빠진 지구는 왜 미국이 다 지키나?…中 "이젠 우리가"

머니투데이 배성민 기자, 베이징(중국)=김명룡 특파원 2020.08.08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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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우주전쟁, 지구는 좁다③]

편집자주 지구는 좁다. 미국과 중국의 충돌이 우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러시아(구 소련)이 몰락하면서 우주에서 단연 절대권력이었던 미국에 중국이 우주굴기를 내세우며 추격하는 것이다. 미소 간의 우주 경쟁이 인류의 달 착륙을 성공으로 이끌었다면, 오늘날 미·중 간의 우주 경쟁은 화성탐사를 비롯해 새로운 국면으로의 우주시대를 열 것으로 기대된다.

[원창우주발사장=신화/뉴시스] 중국 하이난성 원창우주발사장에서 23일 화성탐사선 톈원1호를 탑재한 창정 5호 로켓이 발사되고 있다. 2020.07.23[원창우주발사장=신화/뉴시스] 중국 하이난성 원창우주발사장에서 23일 화성탐사선 톈원1호를 탑재한 창정 5호 로켓이 발사되고 있다. 2020.07.23


중국이 우주굴기를 바탕으로 미국과 우주에서도 한판 대결을 벌이는 가운데 영화 등 관련 콘텐츠에서도 새로운 역사가 쓰이고 있다.

과거 중국(홍콩 포함) 영화는 개인적인 복수나 역사적인 배경을 깔고 있는 영화들이 주를 이뤘다. 두터운 매니아층을 보유한 중국의 무협영화가 대표적이고 홍콩 느와르(범죄나 도박 등사회적으로 어두운 곳을 조명하는 영화)나 장이모우, 첸카이거 등도 해외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던 대표작에서는 마찬가지였다. 중국의 경제성장이 급속도로 빨라졌던 1990년대 이후의 펑샤오강, 지아장커, 왕 샤오슈아이, 로우예, 루추안 등은 중국의 근현대사를 주로 스크린에 녹여냈다.

중국에도 흥행을 겨냥한 대작 영화들이 있었지만 복수나 시대극인 경우가 많았던 것. 하지만 이같은 기류는 지난해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지난해 초 개봉해 상반기 중국 전역의 스크린을 장악했던 공상과학(SF) 블록버스터 영화 ‘유랑지구’(流浪地球ㆍThe Wandering Earth)가 바로 그것.

영화 유랑지구는 태양의 노화로 인류가 위기에 처하자 중국인 우주비행사 부자(父子)를 중심으로 지구가 거대한 추진기를 통해 태양계에서 벗어나 새 터전을 찾는다는 게 주내용이다. 과거 패배자에서 정상국가로 도약하는 중국의 모습이 영화에 주로 담겼다면 유랑지구를 통해 중국(또는 중국인)이 구원자로까지 격상된 것이다. 유랑지구는 SF소설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휴고상' 경력의 류츠신의 단편소설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중국 매체 신경보는 당시 유랑지구 개봉을 두고 "중국 국산 SF영화의 원년"이라고 평가했다. 유랑지구는 제작진의 90%가 중국 국내 팀이고, 특수효과도 4분의 3이 중국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도 "중국 영화산업이 드디어 '우주 경쟁'에 들어왔다"며 "중국은 우주개발의 후발주자로 SF영화에서 두각 드러내지 못했지만 이제 상황이 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가디언은 ‘유랑지구’가 이전의 중국 블록버스터들과는 달리 애국심을 주로 조명하고 있다며 세계 각국의 구조팀이 협심하는 모습이 그려지지만 러시아 군인이 중국 동료를 돕기 위해 목숨을 바치는 내용에 주목했다.

‘유랑지구’의 대중적 성공 이후 중국 교육당국에서도 영화를 초·중등교육과정에 적극 활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초등학교에서는 영화 감상문을 쓰거나 관련 전문가를 초청해 과학교육을 진행하는가 하면, 중고등학교에서는 ‘유랑지구’를 대입시험 등 입시에 활용하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전세계 구원자로서 미국의 이미지를 강조한 영화는 속편까지 만들어진 ‘인디펜던스 데이’, ‘아마겟돈’ 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특히 ‘인디펜던스 데이’는 지구를 침략하는 외계인들에 대항하는 인물로 전직 전투기 조종사 출신의 미국 대통령을 전면에 등장시킨 바도 있다. 혜성 충돌에서 지구를 구하는 영화인 아마겟돈은 해당 임무를 수행하는 인물들이 전부 미국인들로 꾸려진다. 슈퍼맨, 배트맨 등도 빼놓을 수 없고 마블의 히어로물인 어벤져스에는 ‘캡틴 아메리카’ 라는 인물까지 나온다.

미국 헐리웃 영화에서 중국인이 간간히 조력자로 등장하지만 그건 분명히 조역일 뿐이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 '마션(The Martian)'에서 화성에 조난된 주인공을 구할 수 있는 결정적 도움을 준 건 중국인이었던 장면이 대표적이다.

미국과 러시아보다 뒤늦게 우주 개발 분야에 뛰어들었지만, 국가 차원의 막대한 지원으로 기념비적인 도약을 이루고 있는 중국. 중국이 위성과 로켓 발사 등 가시적 성과 외에 중국산 SF 영화들로 우주 대탐험 현실과 이상을 함께 그려낼지 관심이 커진다.

신경보는 “유랑지구는 미국인 슈퍼 영웅 한 사람이 지구와 인류를 구한다는 할리우드 SF 대작영화와 달리 평범한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영화 전반에 중국이 지구촌 리더 국가가 될 것이란 의지와 바람이 담겨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 SF 영화 ‘유랑지구(流浪地球)’ 공식 포스터중국 SF 영화 ‘유랑지구(流浪地球)’ 공식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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