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록 노원구청장 "태릉골프장에 1만가구? '닭장' 아파트 될 것"

뉴스1 제공 2020.08.05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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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인터뷰'…"교통대책 수립 우선돼야, 요구 관철 안 되면 싸우겠다"

(서울=뉴스1) 박정양 기자,김진희 기자
오승록 노원구청장이 5일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노원구제공)© 뉴스1오승록 노원구청장이 5일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노원구제공)© 뉴스1


(서울=뉴스1) 박정양 기자,김진희 기자 = 정부가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23번째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8·4 부동산 대책이다. 공급 확대에 초점을 둬 도시 유휴부지를 활용하고 용적률을 높여 서울 등 수도권에 13만2000가구를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유휴부지에는 노원구 소재 태릉골프장 부지도 포함돼 있다. 정부는 해당 부지에 1만가구를 계획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출신 구청장인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생각하기도 싫다"며 고개를 저었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5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전날 정부가 발표한 8·4 부동산 대책에 대해 "노원구에 1만가구가 들어서면 '닭장 같은' 아파트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 구청장은 "신도시인 고양시 창릉은 800만㎡ 부지에 주택 3만8000가구를 짓는데 태릉골프장은 83만㎡에 1만가구다. 닭장 아파트가 높게 올라가는 것"이라며 "지금도 갈매, 별내지구는 교통난을 겪고 있는데 1만가구가 더해지면 그야말로 교통지옥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오 구청장은 정부와 사전에 협의했냐는 질문에 아니라고 답했다. 오 구청장은 "지난달 29일 지역구 국회의원 3명과 국토교통부 실장,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관계자와 태릉골프장을 돌았다"며 "이 지역은 강북의 소중한 자연(그린벨트 지역)이고 교통체증이 심한 지역이라 아파트 단지로는 안된다는 입장을 전달했지만 정부가 강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토부는 태릉골프장이 98% 훼손돼 그린벨트로서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지만, 아무리 훼손됐다고 해도 자연경관과 숲이 있는 곳이라 풀면 안 된다는 입장을 정부에 전했다"며 "'강남 그린벨트는 풀지 않으면서 왜 강북의 소중한 자연을 풀려고 하냐', '그렇지 않아도 교통체증이 심한데 이것까지 풀면 교통이 마비된다'는 구민 우려를 미리 전달했다"고 했다.

다만 이번 공급 대책에 대해 "주택 공급은 필요하기 때문에 완전한 반대가 아닌 조건부 찬성이라고 보면 된다"며 "앞으로 지역구 국회의원들과 함께 국토부와 협상하겠다"고 언급했다. 정부 대책에 완전히 반대하는 과천시장 입장과는 결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오 구청장은 자신이 요구한 저밀도 주택 공급 방안에 대해 "태릉골프장 18홀마다 나무가 많기 때문에 나무를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아파트를 최대한 낮게 짓고 사람들이 쾌적하게 살 수 있도록 숲속 아파트를 조성해야 한다"며 "부지 50%를 공원화하고 동시에 임대 아파트 비율을 법적 기준인 30~35%로 하고, 나머지는 일반 주민도 들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파트 건립 전 교통대책 수립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구청장은 "도로 확장과 지하철 연장 등 교통대책이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며 "이게 선결되지 않고서는 이곳에 아파트를 지을 수 없다. 관철되지 않는다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번 부동산 대책에 육사 이전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는데도 이를 언급한 것은 "태릉골프장 부지에 아파트가 들어서면 육사 이전 문제가 또다시 불거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오 구청장은 "태릉골프장 부지에 1만 가구가 들어서면 아파트에서 육사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다"며 "기밀 등의 이유로 육사 이전 문제가 나올 수밖에 없고 결국 육사 부지에도 아파트를 짓자고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태릉골프장에 이어 육사 부지에도 아파트가 지어지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이를 막기 위해 육사 이전 문제를 미리 언급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 구청장은 "육사 부지에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시대 기술 관련 시설 단지를 유치해 일자리 센터로 만들어 노원구가 직주근접 도시로 거듭나도록 해야 한다"며 "부지가 25만 평에 달해 집적 시설이 충분히 들어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 구청장은 "이번 부동산 대책은 국토부에서 주관하던 종전과 달리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주도했다"며 "최종 컨트롤타워는 대통령으로 그만큼 이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국에 지자체가 200여 개 있는데 대통령은 노원구의 사정을 모를 것 같았다"며 "'불평'으로 치부되지 않고 왜 태릉골프장이, 노원이 예민하게 반응하는지, 노원구 사정을 소상하게 말씀드리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오 구청장은 전날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충분한 인프라(기반 시설) 구축 없이 또다시 1만가구 아파트를 건립한다는 정부 발표는 그동안 불편을 묵묵히 감내하며 살아온 노원구민들에게 청천벽력과 같은 일"이라고 반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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