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 박격포병 출신 기자도 K-9 자주포 '펑' 소리에 부들

머니투데이 태안(충남)=최경민 기자 2020.08.05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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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ADD 안흥시험장 참관]⑤K-9 자주포 제작주역 故 김동수

[파주=뉴시스] 고범준 기자 = 6월23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군부대가 K-9 자주포 사격훈련을 하고 있다. 2020.06.23.   bjko@newsis.com[파주=뉴시스] 고범준 기자 = 6월23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군부대가 K-9 자주포 사격훈련을 하고 있다. 2020.06.23. [email protected]


"모두 귀막으세요!"

국방부 기자단이 지난 3일 국방과학연구소(ADD) 창설 50주년을 맞아 방문한 충남 태안 안흥시험장. 현장 통제 인력이 이같이 외쳤다. K-9 자주포 발사 참관 직전에 나온 말이었다.

서해바다까지 울리는 '쾅' 소리와 함께 K-9 자주포 발사가 이뤄졌다. 하얀 연기가 해변을 감쌌고, 포탄은 총알과 같은 속도로 서해바다를 향해 나갔다.



이날 발사된 포탄의 경우 20km 이상 나갔다고 한다. K-9 자주포의 사거리는 40km 정도로 알려졌다.

가장 인상깊은 것은 역시 '소리'였다. 왜 그렇게 귀를 막으라고 통제인력이 당부했는지 알 수 있었다.



기자는 81mm 박격포병 출신으로 무기의 소음에 어느 정도 익숙한 편이지만, K-9 자주포의 발사 소리는 차원이 달랐다. 귀 뿐만 아니라 오장육부가 떨리는 쾌감이 있었다.

이날 발사한 것은 K-9 자주포의 진면목은 아니었단다. 실제 이날 시연은 해변에 거치한 K-9 자주포 포신을 활용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원래 전차에 설치해 연발사격이 가능한 게 K-9 자주포의 특징이지만, 해변에 거치된 특성상 1발씩 밖에 쏠 수 없었다. 동행한 한 군인은 "3연발 정도는 들어야 K-9 자주포의 성능을 제대로 볼 수 있다"고 귀띔했다.


1999년 전력화된 K-9 자주포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무기다. 사거리, 발사속도, 기동성, 생존성, 탄약적재, 사격 후 진지전환 등 자주포가 갖추어야 할 모든 조건을 완벽하게 갖췄다는 평가다.

K-9 자주포를 만든 사람은 고(故) 김동수 국방과학연구소 본부장. 10년 이상 개발에 매진한 끝에 K-9 자주포 제작에 성공했다. 그는 K-9 자주포 외에도 KMH(다목적 헬기) 개발 등에 참여한 육상무기 분야 최고 권위자였다.

고(故) 김동수 ADD 본부장고(故) 김동수 ADD 본부장
김 본부장은 2009년 55세의 젊은 나이로 순직해 안타까움을 줬다. 특히 그는 과로로 순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정부는 "열악한 연구기반 개선을 위해 휴일도 반납한 채 선진화 방안을 마련하는 등 헌신해 오다 타개하셨다"고 부고를 전했다.

발사 소리에 감탄하던 기자에게 한 ADD 관계자는 K-9 자주포가 김 본부장의 열정이 만들어낸 역작이라고 강조했다. 김 본부장과 관련한 다음과 같은 추억을 회고하면서.

"김 본부장이 K-9 자주포를 만들면서 하도 이 소음을 많이 들어서 청력을 거의 상실했었다. 그래서 평소에 목소리도 컸다. 자기 말이 잘 안 들리니, 목소리가 크게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그 양반 목소리 참 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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