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대낙', '코로나' 민주당 전당대회가 노잼인 이유 3가지

머니투데이 이동우 기자 2020.08.05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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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2일 오후 대구 북구 산격동 엑스코 5층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 참석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주민·김부겸·이낙연 후보. / 사진=뉴시스더불어민주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2일 오후 대구 북구 산격동 엑스코 5층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 참석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주민·김부겸·이낙연 후보. / 사진=뉴시스


'176석 거여(巨與)'를 이끌어갈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가 한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흥행이 신통치 않다. 대선주자급이라던 당대표들의 경쟁은 보이지 않고 '성추문·부동산' 등 외부 잡음만 가득한 모양새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전당대회는 오는 29일로 예정된 가운데 당권 경쟁에 5선의 이낙연 의원, 4선의 김부겸 전 의원, 재선의 박주민 의원이 경쟁한다. 5명을 뽑는 최고위원 경선에는 4선의 노웅래 의원을 비롯해 3선 이원욱 의원, 재선 김종민 의원 등 총 10명이 후보로 나왔다.



이번 전당대회는 사전에 분위기를 잡는 컷오프 등 예비경선이 없었다. 곧장 본선으로 이어지며 주목도는 예년만 못한 모양새다. 민주당은 지난달 25일 제주, 1일 부산·경남·울산에 이어 2일 대구·경북 순회합동연설을 여는 등 분위기 몰이에 나섰다.

8·29 전당대회에 대한 낮은 세간의 관심에 이해찬 대표도 직접 행사를 챙길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8일 예정된 광주·전남을 시작으로 전북, 대전, 경기, 서울 등 시도당대회 및 합동연설에 참석할 예정이다.



코로나로 실종된 '세몰이'…온라인 대신했지만
코로나19로 문을 닫고 도서 대출만 가능했던 전주시의 도서관들이 부분 개방한 4일 전북 전주시 평화도서관 열람실에서 시민들이 거리두기를 지키며 도서관을 이용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코로나19로 문을 닫고 도서 대출만 가능했던 전주시의 도서관들이 부분 개방한 4일 전북 전주시 평화도서관 열람실에서 시민들이 거리두기를 지키며 도서관을 이용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번 당대표 선거는 초유의 코로나19(COVID-19) 상황 속에서 치러지며 대규모 인원이 운집하는 현장 집회가 사라졌다. 체육관에 수천명씩 모여 지지 후보를 목놓아 외치던 '세몰이'의 시끌벅적함은 사라지고 온라인 스트리밍 접속자로 지지 여부를 판가름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투표 역시 오프라인 투표도 대폭 축소하고 온라인 투표를 활성화하는 방향이다. 당 중앙위원 500~600명 정도만 현장 투표에 참여하고, 전국대의원(45%)과 권리당원(40%)은 온라인과 ARS로 투표권을 행사한다. 여기에 일반 국민 여론조사(10%), 당원 여론조사(5%)를 합산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2년마다 열리는 전당대회는 당세를 확장하고 지지층을 결집하는 효과가 있어 그 흥행이 중요하다"면서도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 당내에서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월세 예찬'에 가린 전당대회…박원순, 이재명 부각도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 / 사진=뉴시스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 / 사진=뉴시스
정작 언론과 대중의 관심은 민주당 전당대회보다 윤준병 민주당 의원이 촉발한 '월세 예찬'에 가 있는 모양새다. 박주민 후보조차 "국민적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고 평가할 정도로 발언의 파급력은 컸다.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의 지난달 30일 본회의 연설이 기폭제가 됐지만, 여당에서 메시지 관리에 실패하며 모든 이슈를 잡아먹고 있다. 부동산 정책에 관해서는 주진형 열린민주당 최고위원,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 등 친여 인사들도 비판적 목소리를 내고, 친문 성향의 맘카페 등에서도 "서민을 두번 죽인다"는 식의 날 선 반응이 이어진다.

지난달부터 이어진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수사 결과에 따라 언제든 다시 이슈가 폭발할 수 있다. 대법원 판결 이후 이재명 경기지사가 상승세를 보이며 주목 받는 점도 전당대회 부담 요인이다. 이 지사는 최근 대권후보 여론조사에서 이낙연 후보와 격차를 6.0%포인트로 좁혔다.

어차피 대표는? 7대3 승부에 김빠진 선거
더불어민주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박주민·이낙연·김부겸(왼쪽부터) 후보가 31일 오후 부산 수영구 부산MBC에서 TV토론회를 갖고 있다. / 사진=뉴시스더불어민주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박주민·이낙연·김부겸(왼쪽부터) 후보가 31일 오후 부산 수영구 부산MBC에서 TV토론회를 갖고 있다. / 사진=뉴시스
'어대낙'(어차피 대표는 이낙연) 대세론도 흥행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3일 발표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뷰'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층의 69%는 차기 당대표로 이낙연 후보를 적합하다고 보고 있다. 박주민 후보는 14%, 김부겸 후보는 11% 지지율에 그쳤다.

승패가 이미 7대3으로 기운 상황에 이를 반전시킬만한 후보 간 차별성도 뚜렷하지 않다. 세 후보 모두 집권당 운영과 이기는 정당으로서의 목표만 제시할 뿐 구체적인 방향성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부겸 후보는 '2년을 채울 일꾼', 박주민 후보는 '젊은 후보' 등 이미지 구축에 주력한다는 평가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민주당 대표 선거가 왜 이렇게 재미가 없을까요? 그것은 후보들 사이에 차별성이 없기 때문일 겁니다"라며 "당이 문빠(문재인 대통령 지지자 비하 표현)들에게 잡아먹힌 상황에선 애초에 후보들 사이에 쟁점이란 게 생길 수가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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