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권 의대 입지, 전남도청 같은 정치적 결정 없어야"

뉴스1 제공 2020.08.04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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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유치전 가열…동서 지역갈등 비화 우려

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순천대 의대유치 토론회'.(소병철 의원실 제공)/뉴스1 © News1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순천대 의대유치 토론회'.(소병철 의원실 제공)/뉴스1 © News1


(순천=뉴스1) 서순규 기자,지정운 기자 = 전남권 의과대학 유치 열기가 고조되면서 동서 지역갈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의대 입지 선정은 객관적이고 투명한 평가 기준에 따라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과거 전남도청 입지선정 때와 같은 정치적 결정은 없어야 한다는 게 전남 동부권의 대체적인 분위기다.

최근 정부와 여당은 '2022학년도부터 의료 인력을 연간 400명씩 10년간 양성한다'는 내용의 공공의료체계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아울러 의과대학이 없는 지역에 의대 신설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추진할 계획이라는 내용도 밝히면서 전남지역 의대 설립에 청신호가 켜졌다.

이에 이전부터 의대 유치 노력을 기울여온 전남 동부권의 순천대와 서부권의 목포대는 물론, 지역 국회의원, 자치단체장까지 잇따라 환영 입장을 발표하며 저마다 의대 유치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목포가 지역구인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 발표 이후 즉각 "목포시민의 30년 숙원 사업인 목포 의대 설립을 위해 희망을 잃지 않고 청와대와 정부, 정당을 계속 설득해왔다"면서 "정부의 전남 의대 신설 확정으로 희망의 싹이 하나 텄다. 시민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이 싹이 목포대 의대라는 큰 나무로 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유치 의지를 내비쳤다.

앞서 지난 6월20일에는 국회의원회관에서 '목포 의대 설립의 필요성과 추진방안'이란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하며 유치전에 속도를 붙였고, 지난달 31일에는 전남 서남권 9개 시군 자치단체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목포대 의과대 설립을 건의했다.

이에 질세라 순천을 지역구로 둔 소병철 의원은 "같은 전남권 내에서도 동부권 인구 수는 2020년 3월 기준 84만6828명으로 서부권 62만8952명보다 인구 수가 더 많음에도 불구, 의료기관 수나 의료 인력은 훨씬 부족해 의료서비스 인프라(기반시설)는 더 취약한 상황"이라며 동부권 의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달 31일에는 순천시와 '당정 정책협의회'를 열고 순천대 의대 유치 방안을 모색했으며, 8월3일에는 동부권 지역구의 김승남·김회재·서동용·주철현 의원과 전남 동부권 의대 유치를 위한 토론회를 공동 개최했다.

전남서남권 자치단체장은 31일 영암군에서 목포대 의대 유치를 요청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목포시 제공)2020.7.31/뉴스1 © News1전남서남권 자치단체장은 31일 영암군에서 목포대 의대 유치를 요청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목포시 제공)2020.7.31/뉴스1 © News1
이처럼 의과대학 설립을 둘러싸고 지역간 갈등이 표면화되자 전남도는 곤혹스러워하며 양쪽을 만족시킬 묘수를 찾기에 골몰하는 모습이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지난달 28일 실국장 정책회의에서 "의과대학 없는 전남 동·서부권에 각각 의과대학이 설립돼 도민들이 실질적인 의료혜택을 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도민들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최소한 정원 100명 이상을 확보해 동·서부권에 의과대학병원과 강의 캠퍼스가 들어설 수 있도록 정부와 지속적으로 협의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김 지사의 이같은 발언은 목포권에 의대를 설립하고, 순천권에 병원을 세우겠다는 의중을 밝힌 뒤 나온 것으로 알려지며 동부권의 반발을 사고 있다.

동부권에서는 김 지사가 순천권 병원을 언급한 것에 대해 순천권에 그만큼 상급병원이 필요한 것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한다. 의대도 병원 인근에 있는 것이 지극히 상식적이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전남권 의대의 정원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의사협회도 강력히 증원을 반대하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전남의 순천과 목포 2곳에 의대를 설립한다고 할 경우 정부가 이를 선뜻 수용할 것인지도 의문이다.

의대 정원이 100명을 밑돌아 80명 정도일 경우에도 과연 전남도가 2곳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인지도 풀기 어려운 숙제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동부권에서는 2곳의 의과대학 설립이 어려워 1곳을 선정해야 할 경우 공정하고 합리적인 평가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야만 의과대학 입지 선정에 정치권의 과도한 개입을 막을 수 있고, 진정으로 의료 서비스 인프라 확충이 시급한 곳에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남 동부권은 인구와 산업체 분포, 국세 납세 규모, 병원 수익성 측면에서 서부권을 압도하고 있어 전남동부권과 서부권을 같은 선상에 놓고 예비타당성 조사를 한다면 동부권이 더 높은 점수를 받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세계적인 여수국가산단과 포스코 광양제철소가 입지해 중증 산업재해 환자의 발생 빈도가 높고, 무엇보다 인구수와 응급환자 수요가 훨씬 많아 어느 지역보다 상급병원 설립 필요성이 절실해서다.

게다가 서부권에 상급병원이 들어선다고 해도 동부권의 응급환자는 이동거리가 더 가까운 광주의 전남대병원이나 조선대병원을 갈 수밖에 없다는 지리적 특징도 있다.

김상길 순천대 민주동문회장은 "의대는 두 곳 중 100만 인구가 상주하고 운영상 수익구조에서 유리한 동부권으로 유치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또다시 과거 전남도청, F1, 무안국제공항, 나주혁신도시, 국제관광거점도시 선정과 같이 정치적인 논리로 결정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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