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때만 되면…" 순탄치 않은 文대통령의 여름휴가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2020.08.03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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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협약식’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0.07.28.   since1999@newsis.com[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협약식’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0.07.28. [email protected]


“올해 7월말 8월초 여름휴가땐 큰 문제가 없을 줄 알았는데...”

3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여름휴가를 취소했다는 소식을 접한 여권 핵심 관계자는 지난주까지 전혀 이런 상황을 예상치 못했다. 문 대통령이 여름휴가 때마다 대형 이슈 탓에 휴가를 취소하거나, 휴가지에서 업무를 챙기는 일이 있었는데 올해는 조용히 휴식을 취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사실 지난달 31일(금요일)까진 그랬다.

국회를 중심으로 부동산 대책 등 이슈로 시끄러웠을 뿐 대통령이 예정된 휴가를 취소할만한 특이 사항은 없었다. 하지만, 주말을 넘기며 상황이 바뀌었다. 중부지방 등을 강타한 집중호우의 피해가 속출하면서다. 수일째 계속된 폭우로 인명·재산 피해가 심상찮자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휴가를 취소했다. 문 대통령이 여름휴가를 취소한 건 지난해에 이어 취임 후 두 번째다.



[안성=뉴시스] 김종택기자 = 집중호우가 내린 3일 오전 경기 안성시 일죽면의 한 양계장이 산사태로 무너져 있다. 2020.08.03.  semail3778@naver.com[안성=뉴시스] 김종택기자 = 집중호우가 내린 3일 오전 경기 안성시 일죽면의 한 양계장이 산사태로 무너져 있다. 2020.08.03. [email protected]
靑 “문 대통령 휴가일정 취소, 호우피해 등 점검”
윤재관 청와대 부대변인은 이날 오전 서면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이 계획된 휴가 일정을 취소하고, 호우 피해 대처 상황 등을 점검할 것”이라며 “추후 휴가 일정은 미정이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당초 이날부터 7일까지 5일간 경남 양산 사저 등으로 여름휴가를 다녀올 계획이었다. 주말(1~2일)을 포함해 쉬기 위해 지난달 31일 금요일 밤 업무를 마치고 양산으로 갔다.

주말을 보내면서 집중호우 사태가 심각해지자, 이날 오전 휴가를 취소한 문 대통령은 곧바로 양산에서 서울로 올라온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중부지방 등 많은 비가 내려 피해가 큰 지역의 상황을 점검하고 관련 부처에 대책 마련을 지시할 계획이다. 이날 일기예보에 따르면 지역에 따라 최대 500mm 이상의 집중호우가 예상되는 등 전국 곳곳에 피해가 우려된다.


【서울=뉴시스】 홍지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후 첫 여름휴가였던 2017년 7월31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오대산에서 등산 중 시민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7.07.31. (사진=독자 이경미씨 제공)   photo@newsis.com【서울=뉴시스】 홍지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후 첫 여름휴가였던 2017년 7월31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오대산에서 등산 중 시민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7.07.31. (사진=독자 이경미씨 제공) [email protected]
文 대통령, 취임 첫해부터 험난했던 여름휴가
문 대통령은 취임 첫해부터 순탄치 않은 여름휴가를 보냈다. 휴가 출발 하루 전날인 2017년 7월28일 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화성 14호'를 발사해서다. 휴가를 보류한 문 대통령은 29일 새벽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했다.

문 대통령은 회의에서 대북 경계태세 강화와 경북 성주의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잔여 발사대 추가 배치, 유엔 안보리 소집 요청 등을 지시했다. 그리고선 예정보다 12시간 늦게 6박7일 일정의 휴가를 떠났다. 휴가지에 가서도 대북이슈 등을 챙겼다.

이듬해인 2018년 여름휴가도 험난했다. 문 대통령은 '휴가' 본연의 의미대로 4박5일 동안 ‘무조건’ 쉬겠다고 했지만,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다. 휴가지로 택했던 계룡대는 청와대 집무실을 방불케 했다. 예정했던 휴가 일정은 소화했지만 휴가 도중 남북미 핵협상 문제와 최저임금 인상 문제, 청와대 조직개편 등 굵직한 이슈들이 휴가지로 보고됐다.

특히 우리 국민이 리비아 무장민병대에 피랍 됐다는 보고를 받은 문 대통령은 계룡대 벙커에서 구출 작전에 총력을 다하라는 특별지시까지 내렸다.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숙 여사와 함께 2018년 8월3일 충남 대전 장태산 휴양림에서 취임후 두번째 여름휴가를 보내고 있다. 2018.08.03. (사진=청와대 제공)  photo@newsis.com【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숙 여사와 함께 2018년 8월3일 충남 대전 장태산 휴양림에서 취임후 두번째 여름휴가를 보내고 있다. 2018.08.03. (사진=청와대 제공) [email protected]
문 대통령은 일본 수출규제 이슈가 한창이던 지난해 여름엔 아예 휴가를 취소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29일부터 사흘 간 예정됐던 여름 휴가를 취소하고, 청와대 여민관 집무실에서 정상 근무를 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한국에 대한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를 지난해 7월말 예정된 각의(국무회의 격)에서 의결할 수 있다는 점을 내비쳤고, 문 대통령은 집무실에서 상황을 직접 챙겼다. 또 지난해 7월25일 북측이 '새로운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남북관계 문제를 챙겨야 하는 상황도 휴가취소에 영향을 줬다.

정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지금은 국정을 챙겨야 할 때란 생각에서 휴가를 취소한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그만큼 엄중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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