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부산 영도구 국립해양박물관에서 열린 테마전시 '바다와 여성'에서 조민주 학예연구사가 전시품을 설명하고 있다. 2020.07.28 © 뉴스1
이날 오전 직접 찾아가 본 이번 전시는 '바다로부터 잔혹할 정도로 배척받아 왔던 여성'들이 현재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 지, 그리고 앞으로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할 지를 제시하고 있었다.
처음 전시관을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어두운 전시장 안에 설치된 투명한 유리벽들이다. 유리벽에는 '편견', '부정' 등의 단어가 큼지막하게 써져 있었다. 보이지 않는 장벽인 '유리천장'을 통해 '바다'와 '여성'을 완전히 단절시켜 여성들이 받아 왔던 차별과 억압을 표현한 것이다.
28일 부산 영도구 국립해양박물관에서 열린 테마전시 '바다와 여성'의 프롤로그 부분. 유리천장을 표현하는 투명한 유리벽에 하얀 글씨로 '편견' 등의 부정적 단어가 쓰여져 있다. 2020.07.28 © 뉴스1
이들은 바다 여성 신들이 자신들을 어머니 처럼 지켜주는 존재라고 믿었다. 또는 처녀를 바다 신의 제물로 바쳐 안전과 풍어를 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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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전시실의 주요 전시품은 '몬노의 해도'와 '바르톨로메오의 해도'였다. 이들 해도에는 '스텔라마리스(바다의 별, 성모 마리아를 부르는 여러 호칭 중 하나)' 삽화가 그려져 있었다. 바다 사람들은 스텔라 마리스가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인도할 거라 여긴 것이다.
또 대표적인 인신공양 사례인 '심청전'과 선박이 완전히 만들어지고 출항하기 이전 시행되는 '진수식'을 통해 여성의 희생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었다. 진수식은 선박이 처음 출항하기 전 안전과 풍어 등을 기원하기 위해 열리는 행사로, 부두와 함정을 연결하는 밧줄인 '홋줄'을 끊어내고 출항을 알린다.
육지에 고정돼 있는 배의 밧줄을 자르는 모습이 마치 태아의 탯줄을 끊는 것과 비슷하다고 해 진수식에는 여성이 대모 자격으로 참석한다. 이러한 관습은 유럽 중세 초 바이킹족이 새로운 배를 만들면 바다의 신인 포세이돈에게 처녀를 제물로 바치는 풍습에서 유래됐다고 전해진다.
2부에서는 전통사회에서 어업과 관련한 노동을 하는 여성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보여준다. 당시 여성들은 직접 배에는 타지 못했지만, 어로에 필요한 그물을 짜거나 갯벌에서 조개를 캐는 등 바다에서의 삶을 일궈 왔다. 1부에서는 신앙화와 희생의 대상으로만 여겨졌다면 2부에서는 파편적이지만 바다로의 진출이 이뤄진 것을 볼 수 있었다.
'바다로의 도전'이라는 주제로 기획된 3부는, 이번 전시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지점으로 소개됐다. 3부에서는 대항해시대의 '이사벨 1세'와 '엘리자베스 1세', 조서의 의인 '김만덕', 청나라의 대해적 '정일수' 등과 관련된 시각 자료들이 전시돼 있다. 또 현대 해양 전문 분야에서 직접 상선을 타며 활동하는 '여성 해기사'와 극지연구소의 '여성 월동연구대원' 등도 소개하고 있다.
28일 부산 영도구 국립해양박물관에서 열린 테마전시 '바다와 여성' 에필로그 부분에 긍정적인 문구가 쓰여져 있다.2020.07.28 © 뉴스1
그러면서 "여성들은 그 어느 시기보다 도전적이며, 다양한 분야로의 진출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며 "선입견을 허물고 해양 분야로 진출한 여성들의 모습을 통해 많은 분들이 편견과 차별의 벽을 허물 수 있는 용기를 얻길 바란다"고 말했다.
실제 이번 전시의 에필로그에서도 기획의도를 엿볼 수 있었다. 에필로그는 '편견과 선입견은 불편함일 뿐이지 불가능은 아니다', '한계와 고난을 두려워 말고 끊임없이 도전하라' 등의 문구가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다. '도전'을 통해 프롤로그에서 제시됐던 보이지 않는 '벽'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긍정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한편 테마전시 '바다와 여성'은 오는 11월1일까지 국립해양박물관 2층 테마전시관에서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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