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쏠린 돈, 생산적부문으로"…은성수, 5대금융 회장에 '뉴딜' 협력 요청

머니투데이 박광범 기자, 양성희 기자 2020.07.23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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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사진 윗줄 왼쪽부터)은성수 금융위원장,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사진 아랫줄 왼쪽부터)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김광수 NH농협금융그룹 회장이 23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비공개 조찬 회동을 진행했다./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사진 윗줄 왼쪽부터)은성수 금융위원장,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사진 아랫줄 왼쪽부터)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김광수 NH농협금융그룹 회장이 23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비공개 조찬 회동을 진행했다./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5대 금융지주 회장들과 비공개 조찬모임을 갖고 정부가 추진하는 '한국판 뉴딜' 정책에 대한 금융권의 협력을 당부했다. 또 코로나19(COVID-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의 대출 만기 재연장을 검토해달라고 주문했다.

금융지주 회장들은 네이버 등 '빅테크'의 금융권 진출이 본격화하는 것과 관련해 금융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해 줄 것을 건의했다. 기존 금융사와 빅테크 간의 경쟁이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지 않게 해달란 요구다.



은 위원장과 5대 금융지주 회장은 23일 오전 8시 서울 모처의 한 식당에서 비공개 조찬 회동을 가졌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윤종규 KB금융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김광수 NH농협금융 회장 등 5대금융 지주 회장이 모두 참석했다.

은 위원장과 5대 금융지주 회장이 만난 건 코로나19 여파가 한창이던 지난 3월 이후 약 4개월 만이다. 이날 간담회는 분기에 한 번 만나는 5대 금융지주 회장 모임에 은 위원장이 참석하면서 성사됐다.



약 한 시간 가량 진행된 회동에서 은 위원장은 금융지주 회장들에게 정부가 추진하는 '한국판 뉴딜' 정책에 대한 금융권의 협력을 당부했다. 뉴딜사업의 효과를 극대화 화기 위해선 정부 예산 외에도 다각도의 금융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게 금융당국의 생각이다.

은 위원장은 "특히 부동산으로 쏠리는 시중 유동자금이 생산적 부문으로 유입되도록 금융사들의 자금중개기능을 전환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지주 회장들은 한국판 뉴딜 정책 취지에 공감의 뜻을 나타냈다. 한국판 뉴딜이 국민들의 다양한 투자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참여방안을 적극 검토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빠른 시일 내에 한국판 뉴딜의 세부사항을 시장과 공유해달라고 건의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사진 오른쪽에서 두번째)이 23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의 한 음식점에서 5대 금융지주사 회장들과 조찬 간담회를 진행했다. (왼쪽 두 번째부터 시계방향으로)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은성수 금융위원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사진제공=금융위원회은성수 금융위원장(사진 오른쪽에서 두번째)이 23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의 한 음식점에서 5대 금융지주사 회장들과 조찬 간담회를 진행했다. (왼쪽 두 번째부터 시계방향으로)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은성수 금융위원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사진제공=금융위원회
각 금융지주의 코로나19 지원 상황을 점검하는 시간도 가졌다. 금융당국은 이달 말 가동될 기간산업 협력업체 지원 프로그램에 원활한 자금 공급을 주문했고, '대출 지원 가이드라인' 연장 여부도 논의했다.

앞서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코로나19로 유동성 위기를 겪는 중소기업,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대출 원금상환 만기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4월부터 시행했다. 가이드라인의 핵심은 9월30일까지 상환기간이 다가온 중소기업(소상공인 포함) 대출에 대해 최소 6개월 이상 만기를 연장하고 이자상환도 미뤄주는 것이다.

금융위는 시한으로 둔 기간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코로나19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는 만큼 가이드라인 운영기간 재연장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에 금융지주 회장들은 코로나19가 종식될 때까지 실물부문 금융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만기 재연장과 관련해선 향후 코로나19 영향 추이와 기업자금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한편 금융지주 회장들은 빅테크 기업과의 규제 형평성을 위해 당국이 합리적인 규제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금융사들의 규제를 빅테크 수준으로 풀어 서로 공정한 경쟁을 펼칠 수 있어야 한단 의견이다.

특히 금융당국이 간편결제 사업자에 후불결제를 허용한 것은 기존 카드사에 역차별이 된다는 주장 등을 폈다. 조만간 본격화하는 마이데이터 사업과 관련해서도 정보 불균등 문제를 지적했다.

이와 관련,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5대 금융그룹의 건의사항이 하나의 안으로 모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은 위원장도 일정 부분 공감을 표시했다. 향후 금융사·빅테크·핀테크가 모두 참여하는 협의체에서 종합적인 대안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은 위원장은 이날 조찬모임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사견을 전제로 "금융지주에선 하향평준화보단 상향평준화가 좋지 않겠냐고 한다"며 "나도 규제를 풀어줬음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지금의 규제는 소비자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며 "(규제 완화와 금융소비자 보호) 두 부분의 밸런스를 맞추는 게 중요해서 협의체를 마련했고, 실무자들이 와서 여러 의견을 제시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은 위원장은 사모펀드 운용업체인 이지스자산운용이 강남의 한 아파트를 통째로 매입하는 과정에서 금융규제를 어기며 새마을금고로부터 대출을 받은 것과 관련해 "(머니투데이) 기사를 봤다"며 "행정안전부 소관이기 때문에 행안부에서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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