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
기업들은 예년보다 휴가를 권장하고 있다. 13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5인 이상 793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2020년 하계휴가 실태조사’에 의하면 “응답 기업의 62.7%가 올해 ‘연차휴가 사용촉진제도’를 시행할 계획으로 밝혀 전년대비 10%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된 시행 이유는 ‘연차수당 등 비용절감 차원’이 47.1%로 가장 높게 집계됐다.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경영 전반이 악화되면서 기업들의 자구노력이 휴가 권장으로 이어졌다. 휴가기간은 예년처럼 7월말~8월초가 83.3%로 가장 많았다.
반면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휴가 계획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직장인 2056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응답자의 53.2%가 올해 여름휴가를 다녀올 계획으로 밝혀 전년(69.7%)보다 16.5%p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름휴가를 계획하지 않은 직장인의 주된 이유는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걱정 때문(69.5%)”이었다. 코로나 위험이 사라지지 않아 집에서 쉬거나 일일 여행으로 대체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다.
이런 추세 속에 여름휴가철을 맞아 상당부분 예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여행이 어려워지면서 국내여행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1~5월 내국인 해외 출국은 약 377만명으로 전년(1251만명) 보다 약 70% 가량 감소했다. 5월은 –98.4%나 감소했다. 또한 해외 관광객 입국이 제한되면서 국내 여행지의 감염 위험도 현저히 줄었다. 17일 결혼정보회사 가연이 미혼남녀 194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로 바뀐 올해 여름휴가 계획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내 여행을 떠난다”고 응답한 비율이 40.2%로 가장 높았다.
숙박 형태 선호도 바뀌었다. 보다 안전한 휴가를 위해 올해는 비용을 더 지불하더라도 대면 접촉이 적은 숙소를 찾는 경향이 커졌다. 외부접촉이 적고 가족끼리 물놀이가 가능한 풀빌라가 예년보다 일찍 예약이 만료됐다. 숙박비만 하루 30~100만원대에 달하는 고가인데도 성수기 뿐 아니라 9월까지 예약하기 힘든 실정이다.
이처럼 올해 여름휴가는 기업이 휴가를 권장하고 직장인은 휴가를 꺼려하는 가운데 국내 여행객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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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전히 위험요소는 남아있다. 휴가철을 앞두고 국내 전염되는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면서 불안감은 많이 해소됐다지만, 여행객이 늘면 자칫하다가는 제2의 감염 대란이 발생해 휴가철 여행 특수를 위협할 수 있다. 최근 서울 광진구 20번 확진자(70세 여성)가 지난 9~14일 제주 여행을 다녀오면서 사우나와 찻집에서 4명의 2차 감염을 발생시킨 예가 있었다.
그렇다고 감염 위험만 생각해서 개인의 휴식권과 관광업계 생존이 달린 국내여행을 하지 말라고 디마케팅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예전과 같은 대면접촉을 권장할 수 없지만 최고 수준의 엄격한 방역만 고집하기도 어렵다. 감염 위험이 인류의 건강을 위협해도 생존과 휴식을 위해 일과 휴가는 계속돼야 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만성화되면 이런 모순된 상황에 처하는 일이 자주 발생할 수 있다. 마스크 없던 휴가철이 있었는지조차 먼 기억처럼 사라진 지금, 코로나19 사태 이후 첫 집단 이동이 시작된 이번 여름휴가는 방역과 경제활동의 조화가 가능한지에 대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