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권을 담당하다 보니 자주 듣는 질문 중 하나다. 사실 들을 때마다 답변하기 여간 곤란한 게 아니다. 보험상품은 은행의 예·적금 상품과 달라서 금리를 가지고 좋은 상품을 말하기 어렵다. 펀드처럼 수익률을 비교해 줄 수도 없다.
어떤 위험에 대비하고 싶은지에 따라 상품도 다 다르고, 내야 하는 보험료와 나중에 받을 보험금도 천차만별이다. 만기까지 내야 할 보험료가 변하지 않는 상품도 있고, 일정 주기에 따라 오르내리는 상품도 있다. 해지할 경우 환급금을 아예 안 주는 상품도 있고, 일정 비율에 따라 주는 상품도 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라는 광고 문구로 유명한 라이나생명이 한 예다. 라이나생명은 고령층을 대상으로 일정 주기에 따라 보험료가 오르는 갱신형 상품을 주로 판다. 처음에 가입할 땐 보험료가 다른 보험사보다 저렴하다. 건강보험인데 미니보험처럼 월 보험료가 1만원이 안되는 상품들도 있다. 하지만 갱신할 때마다 보험료가 오른다. 고령일수록 인상 폭이 가팔라진다.
보험사에 대한 소비자 불신은 금융권 중에서도 가장 높은 편이다. 금융당국에 접수되는 민원의 절반 이상은 항상 보험업권이 차지한다. 가입을 해 놓고 나중에 “설명을 못 들었다”며 민원을 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상품에 가입할 때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고 보험사에 유리한 점만 강조한다는 것은 보험사에 대한 고질적인 민원 사항 중 하나다.
물론 소비자들도 보험에 가입할 때 가입 목적을 명확히 하고 상품에 대해 이해한 후 가입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금융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보험 상품 중 갱신형과 비갱신형의 차이를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는 고령층은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렇다 보니 금융에 대한 정보와 이해가 부족한 고령층에 대해서는 보험사 스스로 더 엄격한 잣대를 만들어야 한다. 가격, 즉 보험료가 다가 아니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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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도 소비자보호에 있어 금융 취약계층을 최우선으로 두고 사각지대가 없는지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고령층이 많이 가입하는 상품 중 사고율 대비 지급률에는 문제가 없는지, 갱신 시에 보험료가 많이 오른 것은 아닌지 또는 사업비를 과도하게 뗀 것은 아닌지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고령층이 주고객인 회사라면 불완전판매에 대한 점검을 더욱 철저히 해야 한다. 금융 상품과 관련한 민원을 어떻게 내면 되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바로 고령층을 비롯한 금융 취약계층이기 때문이다.
머니투데이 금융부 차장 전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