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닉 빠진 일시적 2주택자, 취득세 폭탄에서 구제한다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2020.07.14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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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제공=뉴스1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제공=뉴스1


"일시적 2주택자도 취득세율을 8% 적용하는지 궁금하다"

7·10 대책 발표 이후 온라인 부동산 카페에서 가장 많이 거론된 내용이다. 정부가 지난 7·10 부동산 대책에서 현행 1~4%인 취득세율을 2주택자 8%, 3주택 이상 12%로 대폭 끌어올리면서 구체적인 시행 시기에 대한 설명이 빠진 탓이다.

이번 대책으로 3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보다 기존 주택 처분 의사가 있는 일시적 2주택자들이 더 충격을 받은 분위기다.



대책 발표 전 이사갈 집을 구매한 뒤 계약금을 냈거나, 새 아파트 분양권이 있지만 기존에 살던 집을 처분하지 못한 경우 2주택자로 인식돼 취득세만 수천만원 더 내야할 수 있다. 예컨데 지방에 있는 시세 1억짜리 빌라 보유자가 분양가 4억원 아파트에 입주할 때 기존 주택이 안팔리면 취득세가 400만원에서 3200만원으로 8배 뛴다.

정부도 이런 사례를 인지하고 보완책을 검토 중으로 알려졌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14일 "추가 취득세율의 경우 일시적 1가구 2주택자는 예외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라며 "구체적인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가급적 실수요자의 피해가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언제부터 추가 취득세 적용하나…모호한 발표에 시장 혼선
정부는 7.10 대책 발표에서 2년 이내 매매시 최대 70%로 세율인상을 확정한 양도소득세의 경우 내년 6월 1일까지 시행을 유예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추가 취득세는 구체적인 시행 시점을 설명하지 않아 혼선이 빚어졌다.

취득세는 계약 시점이 아닌 잔금 지급일 기준으로 부과된다. 7.10 대책 이전에 계약을 했더라도 잔금을 법 시행 이후에 치르면 대폭 인상된 세율을 적용받게 된다.

통상 구축 아파트는 계약금 납입일부터 잔금 지금일까지 2~3개월 소요된다. 선분양 신축 단지는 계약 후 잔금 완납까지 2년 정도 걸린다. 이런 상황에서 예외 규정을 두지 않을 경우 기존 법률 체계를 신뢰하고 계약을 체결한 사람들의 예기치 못한 부담이 생길 수 있다.


전문가들도 이 문제에 대한 보완책을 주문한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원장은 "단기간에 세율을 2배 이상 높인 것은 전례가 없었고 이런 급격한 세제 변화를 법 개정 후 곧바로 시행하면 조세저항도 클 수밖에 없다"며 "법적 안정성을 위해서라도 기존 법체계를 신뢰한 사람들에게는 예외 규정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 대책 관련 브리핑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고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 대책 관련 브리핑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고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7.10 대책 발표 이전 계약자 미적용, 별도 처분 기한 마련 등 대안 거론
취득세 중과 예외 규정은 앞서 시행한 양도세 중과 예외 규정과 비슷한 형태로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예컨데 7·10 대책 발표 이전 계약자는 중과세를 적용하지 않거나, 별도 처분 기한을 마련해서 이 안에 기존 주택을 처분하면 일반 취득세율을 적용하는 방식 등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 4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한 취득세율을 4%로 인상하면서 관련 시행령이 입법예고되기 전에 계약한 주택은 올해 3월 31일까지 잔금을 치르면 종전 취득세율을 적용한 바 있다. 약 3개월의 유예 기간을 준 것이다. 이와 관련 행안부 관계자는 "입법 과정에서 기준이 바뀔 수 있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세부 내용을 언급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3개월 안팎의 유예 기간은 짧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매매수요가 적은 지방 소재 빌라, 다세대 보유자들은 유예기간을 줘도 팔리지 않아 결국 취득세 중과 대상이 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부동산 카페에선 8~9월 새로 이사갈 집의 잔금을 치러야하는 수요자들의 상담 사례가 잇따른다.

출산, 교육 등으로 주택 '갈아타기'를 하려던 수요자들도 고민에 빠졌다. 폭탄급의 취득세를 물지 않으려면 무조건 살던 집을 판 뒤에 새집을 물색해야 하기 때문이다. 40대 직장인 박모씨는 "주택 거래가 하루 아침에 되기 어렵고, 살던 집을 팔아도 추가로 대출을 받아야 좀 더 여건이 좋은 곳으로 이사를 할 수 있는데 정부 대책은 이런 현실적인 고민이 전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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