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만에 역성장 위기 LG생건…증권가는 '안정적' 반전 매력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20.07.14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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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하이 신세계다완백화점 1층 숨37도 매장 전경/사진=양성희 기자중국 상하이 신세계다완백화점 1층 숨37도 매장 전경/사진=양성희 기자


60개 분기 연속 성장을 이어온 LG생활건강 (420,000원 ▲23,500 +5.93%)이 코로나19(COVID-19)로 인해 15년만에 역성장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증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LG생활건강의 안정적 성장매력이 부각될 수 있다며 여전히 긍정적인 투자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14일 오전 11시50분 기준 LG생활건강 주가는 전일 대비 2만9000원(2.23%) 오른 132만9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코로나19 쇼크로 지난 3월 100만원 초반대로 떨어진 주가는 경기회복 기대감에 지난 5월 140만원 이상으로 회복했지만 이후 현재까지 부진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지난해보다 부진한 실적을 거둘 것이란 우려가 최근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LG생활건강은 2005년1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60분기 연속 영업이익 성장을 이어오고 있는데, 2분기에는 역성장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의 2분기 실적 컨센서스(시장 전망치)는 매출액이 전년 동기대비 2.6% 감소한 1조7843억원, 영업이익은 8.2% 줄어든 2767억원이다. 실적 전망치는 최근까지 하향 조정이 이어지고 있다. 영업이익 전망은 한 달 전보다 8%, 일주일 전보다는 3%가량 낮아졌다.



실적 부진을 예상하는 가장 큰 원인은 코로나19로 인한 면세점 화장품 매출의 타격이다. LG생활건강의 사업부별 매출 비중은 지난해 기준 △화장품 61.8% △생활용품 19.4% △음료 18.9%를 차지한다. 화장품의 주요 유통채널은 백화점, 면세점, 방문판매 등인데 코로나19 확산으로 면세점 이용객이 크게 줄고 방문판매도 어려워 지면서 매출 타격이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의 2분기 화장품 부문 매출액은 전년 동기대비 20.1% 감소한 8859억원, 영업이익은 24.3% 줄어든 1713억원이 예상된다.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 수요는 점차 회복세인 것으로 추정되나 면세점에서 50%에 가까운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손효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과 국내 채널은 2분기에 회복되고 있으나, 당분간 면세 사업은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특히 최근 글로벌 브랜드들이 재고 축소를 위해 면세점에서 할인 폭을 확대하고 중국에서도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어 경쟁 강도는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부분 증권사들은 LG생활건강의 안정적인 성장 방향성에 대해서는 의심하지 않았다. LG생활건강이 15년 동안 꾸준한 성장을 이어올 수 있었던 배경인 완벽한 사업 포트폴리오 분산 효과 덕분이다.

화장품, 생활용품, 음료 부문이 적절한 균형을 이루면서 한 사업부문의 부진을 다른 사업부의 성과로 만회하는 성장세가 꾸준히 이어졌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으로 대부분 화장품 업체들이 최근 몇 년간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LG생활건강은 럭셔리 브랜드 '후' '숨'을 중심으로 한 매출 성장을 이어오고 있고 음료와 생활용품 부문에서도 견조한 실적을 기록 중이다.

올해 1분기에도 이같은 포트폴리오 분산 효과의 덕을 봤다. 대부분 증권사들은 코로나19의 본격적인 확산으로 LG생활건강의 연속 성장 행진이 1분기에 멈출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론 매출액이 전년 동기대비 1.15% 늘어난 1조8964억원, 영업이익은 3.6% 증가한 3337억원으로 60분기 연속 성장을 이어갔다. 컨센서스 대비 40% 이상 상회하는 깜짝 실적이었다.

화장품 부문 영업이익은 10% 감소했지만 생활용품과 음료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각각 50.6%, 43.9% 늘어난 덕분이다. LG생활건강에서 생산·판매하는 손세정제와 물티슈 등 위생용품 매출이 코로나19로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2분기에도 예상과는 달리 '깜짝 실적'을 거둔다면 주가 상승을 기대할 수도 있다. 1분기 서프라이즈 실적을 발표한 지난 4월23일에는 주가가 8% 상승 마감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LG생활건강은 글로벌 브랜드와의 경쟁 완화와 중국 법인 매출 회복 등으로 2분기 실적 저점을 찍고 하반기에는 점진적으로 회복할 것"이라며 "중국에서의 높은 브랜드 인지도와 글로벌 탑2 매출규모는 밸류에이션(기초체력 대비 주가 수준) 프리미엄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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