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 마른 손정의…ARM 지분 매각까지 고민

머니투데이 황시영 기자 2020.07.14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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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뱅크 재무구조 개선 추진중…업계 "애플이 매입할수도"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사진=AFP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사진=AFP


일본 소프트뱅크가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 암(ARM)홀딩스를 매각하거나 기업공개(IPO) 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4일 보도했다.

WSJ는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소프트뱅크가 ARM 지분을 전량 또는 부분 매각하거나 아니면 IPO하는 방안을 가늠하고 있다면서, 이런 검토가 초기 단계라고 귀띔했다. 또 골드만삭스가 소프트뱅크를 자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프트뱅크는 ARM을 4년 전 320억달러(38조6000억원)에 사들였다. 소프트뱅크 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이었다. 당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ARM 인수를 '패러다임 전환'이라고 할 정도로 크게 의미를 부여했다. 사물인터넷(IoT)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가 올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ARM은 저전력 기반의 반도체를 설계하는 업체다. 현재 전 세계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는 모두 ARM의 설계를 기반으로 한다. 퀄컴 스냅드래곤, 삼성 엑시노스, 애플 A시리즈 칩셋은 모두 ARM에 라이선스 비용을 내고 설계를 가져다 쓴다.



소프트뱅크의 ARM 매각 관련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는 △재무구조 개선 △ARM의 실적 부진 때문이다.

소프트뱅크는 1~3월 1조4381억엔(약 16조5000억원)의 적자를 냈다. 사상 최악의 적자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200억달러 규모의 T모바일 주식도 매각했다.

소프트뱅크는 주주인 행동주의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경영 개선을 요구하는 가운데 현금 유동성 확보가 급한 상황이다. 소프트뱅크는 410억달러(약 49조4000억원) 규모 자산을 매각해 부채를 줄이고 자사주를 매입할 방침이다.


또 인수 이후 ARM의 실적이 크게 성장하지 않았다는 점도 꼽힌다. IoT 분야는 여전히 가능성이 큰 시장으로 꼽히지만 본격화하지 않았다.

다우존스는 "투자자들이 소프트뱅크의 이런 움직임에 얼마나 관심을 보이는지가 확실하지 않다"면서 "상황에 따라 소프트뱅크가 계획 자체를 철회할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만약 매각으로 방향이 정해진다면, 업계에서는 자체 설계 칩셋을 컴퓨터까지 확대하려는 애플을 유력한 인수 후보로 보고 있다. 애플은 최근 자체 제작하는 A시리즈 칩셋을 맥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아이폰, 아이패드, 애플워치에 이어 맥 라인업까지 ARM의 설계를 기반으로 한 ‘애플 실리콘’ 칩셋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자체 제작 칩셋이 늘어날 수록 ARM에 내는 라이선스 비용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ARM이 매물로 나오면 애플이 관심을 가질 것이는 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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