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물까지 모조리 호로록…최태원의 이유있는 라면먹방

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2020.07.13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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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회장 출연 SK그룹 사내방송최태원 회장 출연 SK그룹 사내방송


라면을 맛있게 먹고 난 최태원 회장이 남은 라면국물이 담긴 양은냄비를 들고 장고에 빠진다. '원샷'이냐 '노원샷'이냐. 누구나 고민하는 문제이며, 최 회장의 답도 같았다. 거침없이 원샷. 텅 빈 양은냄비 위로 자막이 흐른다. '환경을 생각한다면, 음식물을 남기지 맙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내려놓기' 행보가 점입가경이다. 스스로 유튜버를 표방하며 출연 중인 사내방송에서다. 회사 밖으로 공개되진 않고 있지만 사내에선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최 회장이 출연하는 영상엔 접속자가 폭주하고 수십개의 댓글이 달린다.



최 회장 출연 사내방송 타이틀은 '최태원 클라쓰'다. 유명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를 패러디한 제목으로 사내 연중 최대 행사인 SK이천포럼을 홍보하기 위한 콘텐츠에 최 회장이 직접 나서고 있다.

첫 방송은 지난달 25일 사내에 공개됐다. 최 회장을 출연시기키 위해 이천포럼 홍보기획 담당 직원들이 머리를 맞대던 참에 최 회장이 전격적으로 방송에 출연하기로 결정하는 내용이 골자다.
최태원 회장 출연 SK그룹 사내방송최태원 회장 출연 SK그룹 사내방송
이후 진행된 방송에서 최 회장이 보여준 모습은 소탈하다고밖에는 말하기 어렵다. '90년대생이 온다'로 요약되는 최근 트렌드에 발맞추기 위해 대기업 총수들이 연이어 이미지 경영에 나서고 있다. 최 회장은 단연 앞서나간다. 비교 대상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직원들과의 오프라인 만남을 주저하지 않는 최회장이다. 지난해 직원들과의 대화 100회를 채운 것이 대표적이다. 사내방송을 통해서는 개인적 취향을 드러내는 일에도 망설임이 없다. 앞서 공개된 방송편을 통해 갤럭시 폴드 휴대폰을 열어 네이트 검색창을 사용하는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날 방송된 라면 편에서도 마찬가지다. 직접 파를 썰어 라면에 넣고 면발은 꼬들꼬들과 푹익음의 중간 단계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계란을 넣는 과정에서는 노른자와 흰자를 따로 넣는 특이한 방식을 선보였다. 본격적인 먹방엔 배추김치 대신 열무김치를 곁들였다.
최태원 회장 출연 SK그룹 사내방송최태원 회장 출연 SK그룹 사내방송
회장의 라면 먹방에 직원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최 회장이 호로록 면발을 흡입하자 "라면 먹방 오졌다", "아침부터 라면이 너무 먹고싶네요", "참 라면 땡기게 먹는다"는 식의 댓글이 연이어 달렸다.

최 회장이 라면 먹방에 나선건 오는 15일로 예정된 이천 서브포럼의 타이틀이 환경이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본인의 지론인 사회적 가치 창출 면에서 환경적 가치 창출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코믹한 요소지만 이날 라면국물 원샷이 최 회장이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의 핵심인 셈이다.


그룹 차원에서 사회적가치 창출 정도를 측정하면서 환경적 가치에 중점을 두고 평가하고 있다. 경영 측면에서 가치를 많이 창출했다 하더라도 환경적 가치 측면에서 마이너스 요소가 발생했다면 전체 사회적가치 측정 정도를 깎는 식이다.
최태원 회장 출연 SK그룹 사내방송최태원 회장 출연 SK그룹 사내방송
이천 서브포럼 홍보 뿐 아니다. 최 회장의 내려놓기 행보에 사내외의 시선이 몰린다. 코로나19(COVID-19)로 SK그룹 주요 계열사는 물론 국내 대부분 기업들의 실적이 암초를 만난 초유의 상황이다. 위기 극복을 위해 각 기업 구성원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함은 말 할 것도 없다.

SK그룹 내부에서는 권위를 내려놓은 최 회장의 행보가 구성원들을 단결시키고 위기극복의 동력을 찾는데 큰 힘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SK그룹 한 관계자는 "진지한 위기경고 만큼이나 일상을 유지하고 긴장을 푸는것도 중요하다는 면에서도 최 회장의 연이은 사내방송 출연이 주는 메시지가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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