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형량 10년 줄었다…"대기업 강요 무죄" 판단 뒤집힌 이유

머니투데이 이미호 기자 2020.07.1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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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이 10일 오후 국정농단 및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총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2심에서 선고받은 30년보다 10년의 형량이 줄었는데, 결정적 이유는 뭘까.

박근혜 형량 10년 줄었다…"대기업 강요 무죄" 판단 뒤집힌 이유


"대기업에 강요, 무죄"…판단 뒤집은 재판부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오석준 이정환 정수진)는 이날 오후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 혐의로 징역 15년과 벌금 180억원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추징금으로는 총 35억원을 명령했다. 앞서 2심에서 총 징역 30면, 벌금 200억원, 추징금 27억원을 받은 것과 비교하면 징역형만 봐도 10년이 줄었다.



감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은 박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죄 중 강요죄에 대한 재판부의 '무죄' 판단이었다. 현대와 포스코 등 대기업에 자금을 지원해달라고 한 부분을 강요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2심은 강요죄 대부분을 유죄로 봤는데,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이를 전부 뒤집었다. 다만 CJ그룹 이미경 부회장에 사퇴 요구를 한 혐의(강요미수)와 이상화 하나은행 본부장을 임명하도록 한 혐의(강요)는 인정됐다.

당초 검찰은 국정농단 '비선실세' 최서원씨(개명 전 최순실) 등이 대기업에 자금 출연 등 압력을 행사한 혐의와 관련, 박 전 대통령이 최씨와 안종범 전 경제수석 등과 공모했다고 판단해 기소했다. 하지만 이날 재판부는 이 부분에 대해 무죄 판단했다.



현대차그룹에 자금 지원을 요청한 부분도 강요가 아니라고 봤다. 최씨 지인이 운영하는 KD코퍼레이션이 현대차그룹에 11억원 규모를 납품할 수 있게 한 혐의, 최씨가 사실상 실소유주인 광고대행사 플레이그라운드에 광고물량 62억원 어치를 수주하도록 강요한 혐의도 재판부가 직권으로 무죄 판단했다.

롯데그룹에 70억원을 내도록 강요한 혐의와 포스코에 계열사 광고회사인 포레카 지분 양도를 강요한 혐의 그리고 포스코 펜싱팀 창단을 강요한 혐의도 무죄 판단했다.

KT를 상대로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측근을 임원으로 채용하고 플레이그라운드에 광고 물량을 몰아주도록 강요한 혐의와 삼성그룹에 대해 영재센터 16억여원을 후원 요구를 강요한 혐의도 무죄 판단됐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2월 최씨 조카 장시호씨 등이 강요죄 혐의로 기소된 사건의 원심을 깨고 사건을 돌려보내면서 "박 전 대통령과 안 전 수석이 직무상 또는 사실상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기업 등에 대해 그 지위에 기초해 어떠한 이익 등의 제공을 요구했다고 해서 곧바로 그 요구를 해악의 고지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박근혜 전 대통령 /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문화계 블랙리스트, 직권남용죄 엄격히 봤다
이밖에도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노태강 사직요구 △문체부 1급 공무원 사직요구 △문예기금 지원 부당 개입 △영화·도서관련 비원 배제 등과 관련한 강요 혐의에 대해 전부 무죄 판단했다.

재판부는 "강요와 블랙리스트 관련 일부 범죄사실(직권남용죄)에 관해 당심에서 직권으로 일부 부분에 대해 무죄 판단을 내렸다"면서 "강요죄 대부분 무죄, 문화계 블랙리스트 일부 무죄"라고 말했다.

특히 문화계 블랙리스트 부분은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직권남용죄의 '의무없는 일'에 대해 엄격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해석한 부분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형법상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직무권한을 남용해 다른 사람에게 의무없는 일을 하도록 하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한 경우 성립 되는데, 직권을 남용한 지시가 상대방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도록 한건지는 종전 행위들과 비교해 엄격히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박근혜 전 대통령 /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특활비 중 34억원은 '국고손실'·2억원은 '뇌물' 인정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특수활동비 34억원을 받은 것을 두고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범죄(국고 등 손실)로 인정했다. 박 전 대통령이 국정원장과 공모해 국정원 특별사업비를 임의로 인출하고 사용했다는 혐의에 대해 당초 항소심 재판부는 일부 무죄로 봤지만,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전부 유죄로 봤다. 앞서 대법원은 이 같은 취지로 해당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이 2016년 9월 이병호 전 국정원장한테 받은 특별사업비 2억원은 '뇌물'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대통령으로서의 헌법상 책무를 다하지 못해 국정에 커다란 혼란을 가져왔다"면서 "그 결과 피고인이 원하는 바는 아니었겠으나 정치권은 물론이고 국민 전체에 분열과 갈등, 대립이 격화됐다"고 지적했다. "그로 인한 후유증과 상처가 지금도 회복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결과에 대해 피고인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며 "이에 상응하는 중한 처벌을 받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여겨진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참작사유로 "피고인이 개인적으로 취득한 이득액은 별로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 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파산선고를 받은거나 마찬가지라는 점, (별도로) 공직선거법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점에 나이를 고려했다고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건강상의 사유를 들어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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