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제한 날벼락' 유학생·대학…학생 20% 사라지나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김성은 기자 2020.07.09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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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학, 유학생 비율 평균 15~20%…대부분이 장학금 없이 전액 등록금 내고 있어 대학 주요 수입원

/사진=AFP/사진=AFP


미국 정부의 유학생 비자 제한으로 미국 대학들이 딜레마에 빠졌다. 대학의 주요 수입원인 유학생들을 잃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오프라인 수업을 추가하는 등 조정에 나섰지만 대학으로선 코로나19의 빠른 확산세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대학의 평균 외국인 유학생 비율은 15~20%에 달한다. WSJ는 "특히 외국인 학생들은 등록금을 전액 내거나 장학금을 받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이들을 잃는 것은 대학의 중요한 수입원을 잃는 것을 의미한다"며 "대학들은 코로나19와 관련된 막대한 예산 낭비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이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전했다.



전날 밤 미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은 유학생 비자에 대한 새로운 정책을 발표했다. ICE의 '학생 및 교환방문자 프로그램'(SEVP) 규정 개정 공지문에 따르면 비이민 학생비자인 F-1(학업)과 M-1(직업 관련 연구 및 실습) 비자 소지자들은 소속 학교가 모든 수업을 온라인으로만 진행할 경우 미국에 체류할 수 없게 된다. 미국에 남으려면 반드시 대면수업을 한 과목이라도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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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비자 규제로 대학들은 발빠르게 교육 계획을 조정하고 있다. 텍사스주립대 엘파소 캠퍼스(UTEP)는 비자 규제가 발표된 직후 1400여명의 유학생을 위해 대면 수업, 온라인 수업 등을 혼합한 강의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헤더 윌슨 UTEP총장은 "외국인 학생들이 올 가을에 비자를 잃을 위험이 없도록 하기 위해 각각의 학생들과 개별적으로 협력할 것"이라며 "대학은 모든 학생들의 수업 스케쥴이 F-1비자에 대한 연방 요건을 충족하도록 보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초 UTEP의 가을학기 수업 3800개 중 약 2500개가 온라인 수업이었지만 미 비자 관련 조치로 인해 이 같은 수업 커리큘럼은 대거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 윌슨 총장은 "만약 캠퍼스에 안전한 공간과 충분한 수요 있다면 더 많은 직접 및 하이브리드 강좌가 제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하버드 대학교. /사진=AFP미국 하버드 대학교. /사진=AFP
올 가을 학기에 전 과목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하려던 하버드대학교 역시 커리큘럼 수정 의사를 내비쳤다. 래리 바코우 하버드대 총장은 성명을 통해 "우리는 오늘 ICE가 발표한 지침이 온라인 수업을 듣는 외국인 학생들에게 출국이나 전학 이상의 선택권을 주지 않는 것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며 "이는 복잡한 문제에 대해 일률적으로 접근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전국의 다른 대학들과 긴밀하게 협력하여 앞으로 나아갈 길을 계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의 정책에 대한 대학의 불만은 극에 달하고 있다. 239개 공립·주립대를 대표하는 공공대학연합(APLU)의 버니 버롤라 부회장은 WSJ에 "외국인 학생들에게는 정말로 사기를 꺾는 일"이라면서 "당신이 외국인 학생이라면 학기가 끝날 때까지 미국에 머물 수 있을지도 모르면서 비행기에 오르겠느냐"고 반문했다.


리 볼링거 컬럼비아대 총장은 대학 커뮤니티에 보낸 메모에서 학생들과 교수들에게 이민당국의 최근 학생 비자 규정과 앞서 취업 비자에 대한 금지 등이 이민 제도를 해치고 있다고 이들 정책에 강하게 반대할 것을 촉구했다.

실제로 미국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는 온라인 강좌를 듣는 외국인 유학생들의 비자를 취소토록 한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이를 금지해달라는 소송을 법원에 제기했다.

보스턴 연방지방법원에 제기된 이번 소송에 따르면 행정부의 새로운 정책은 아무런 예고도 없이 왔으며 '독단적이고도 변덕스럽다'는 비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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