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완벽한 음악”…스타일과 타협하지 않았던 거장의 음악세계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2020.07.07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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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별세한 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죽는 날까지 더 많은 음악 만들고 공연하고 싶어”

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가 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의 한 병원에서 낙상으로 치료를 받던 중 사망했다. 향년 91세. 사진은 2018년 3월 6일 모리코네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음악회에서 지휘하는 모습. [로마=AP/뉴시스]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가 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의 한 병원에서 낙상으로 치료를 받던 중 사망했다. 향년 91세. 사진은 2018년 3월 6일 모리코네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음악회에서 지휘하는 모습. [로마=AP/뉴시스]


영화 음악이 영화에 구속되지 않고 하나의 온전한 생명체로 유지하는 힘, 음악 하나만 들어도 영화 스토리가 구체적으로 생각나는 힘은 엔니오 모리코네가 아니면 얻을 수 없는 값진 가치들이다.

영화 ‘미션’의 오보에 선율, ‘시네마 천국’에서 테마곡…. 잊히지 않는 수많은 선율은 평작도 명작으로 만들어내는 황금손이었다.



6일 낙상으로 치료받다가 숨을 거둔 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93)는 생의 마지막까지 전성기였다. 대중의 가슴을 먹먹하게 하거나 기억 저편으로 몰아넣는 숨 막히는 선율의 향연은 생이 다할 때까지도 닳지 않았다. 지난 2016년엔 ‘헤이트풀 에이트’로 아카데미 음악상까지 받으며 노익장, 아니 메마르지 않은 전성기가 무엇인지 여실히 증명했다.

그가 남긴 영화와 드라마 음악만 500편이 넘고 전 세계에 판 음반도 7000만장에 이른다. 한국에서도 200만장이 팔릴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이탈리아 로마에서 태어난 모리코네는 6살 때 이미 작곡을 시작할 정도로 대중친화적 선율에 눈을 떴다. 협주곡을 지휘하던 그가 영화와 드라마 음악에 손을 댄 건 그와 죽마고우였던 영화감독 세르조 레오네와 다시 만나던 1961년부터다. 돈을 벌기 위해 영화 음악을 만들던 초창기엔 부끄러워 가명을 쓰기도 했다.

모리코네는 이후 할리우드 영화계의 러브콜을 수없이 받으며 영화 음악 거장으로 우뚝 섰다. 그의 영화 드라마 음악 데뷔는 올해 60년째다.

모리코네는 특히 한국과 각별했다. 전주만 듣고도 어떤 영화인지 알아채는 한국 관객을 좋아해 여러 차례 내한하며 특별한 애정을 과시했다.


그는 자신의 음악에 대해 자존심과 자부심이 상당했다. 데뷔 50주년을 기념하는 2011년 내한 무대에 앞서 가진 이메일 인터뷰에서 그는 “비록 영화 음악에 사용됐지만 내 작품 상당수가 스스로 완벽함을 갖춘 음악”이라며 “감독이 원하는 음악을 만들지 않고, 작곡가를 존중해주는 사람의 작품에서 음악 만들기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모리코네는 오케스트라 단원과 전 세계를 투어하면서 늘 이렇게 말했다. “죽는 날까지 더 많은 음악을 만들고 더 많은 나라에서 공연하고 싶다”

다른 이를 위해 만들어준 곡 중 정작 그를 위한 맞춤 곡을 떠올려보니, 영화 ‘피아니스트의 전설’에서 창문 틈 사이로 소녀를 보고 즉흥적으로 지은 곡 ‘플레잉 러브’(playing love)가 가장 어울릴 듯싶다. 그에게 할 수 있는 말 중 ‘사랑’을 빼고 할 말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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