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임종 못지킨 안희정, 형집행정지까지 '발동동'

머니투데이 김태은 기자, 오문영 기자 2020.07.0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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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고소당한 안희정(53) 전 충남지사가 14일 오전 서울 서부지법에서 열린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 혐의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여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고소당한 안희정(53) 전 충남지사가 14일 오전 서울 서부지법에서 열린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 혐의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모친상을 당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5일간의 형집행정지를 허가받고 임시석방됐다. 고인이 사망한 지 이틀 만인 6일 새벽 수감 중인 광주교도소에서 일시적으로 풀려나 빈소가 차려진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상주로서 장례 절차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 형집행정지 기간은 오는 9일 오후 5시까지다. 안 전 지사는 삼우제까지 마친 후 다시 광주교도소로 돌아가 남은 형량을 채우게 될 전망이다.

법무부 특별귀휴 대신 검찰 형집행정지
당초 안 전 지사의 임시 석방은 좀더 지연될 가능성이 컸었다. 법무부가 안 전 지사의 특별 귀휴 조치 여부에 대해 이날 오전 9시 30분 논의하기로 계획하면서다. 귀휴란 복역 중인 수형자에게 일정 기간의 외출·외박을 허용하는 제도를 말한다. 형집행법상 수형자의 직계존비속 사망은 특별귀휴 사유에 해당한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안 전 지사의 귀휴 허가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법무부 교정당국은 코로나19 대책의 하나로 접견 및 외출 제한 조치를 실시하고 있다. 임시 석방 허가가 나오더라도 광주교도소에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까지 이동시간을 고려하면 안 전 지사는 6일 밤이 돼서야 빈소에 도착할 수 있다. 발인이 7일 오전 6시으로 예정돼 있어 안 전 지사가 조문을 받기도 사실상 불가능한 데다 고인의 입관 절차 등도 지켜보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일 장례 절차가 시작되고면서 안 전 지사의 옛 동지인 여권 인사들이 조문을 위해 속속 빈소를 찾았지만 법무부가 안 전 지사의 임시 석방 결정을 다음날로 미루면서 안 전 지사는 빈소에 나타날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한 상태가 된 셈이다. 조문객들 사이에선 "모친상인데 코로나19 때문에 임시석방이 어렵다는 게 말이되냐"며 "오히려 더 불이익을 주려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나타내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안 전 지사가 둘째날부터라도 빈소를 지킬 수 있게 된 것은 안 전 지사가 낸 형집행정지 신청을 5일 저녁 검찰이 허가하면서다. 광주지검은 안 전 지사가 형집행정지 사유 중 '기타 중대한 사유가 있는 때'에 놓여있다고 해석해 집행정지 신청을 허가해 준 것으로 전해진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검사는 수형자가 △현저히 건강을 해하거나 생명을 보전할 수 없을 염려가 있을 때 △70세 이상인 때 △잉태 후 6월 이상인 때 △출산 후 60일을 경과하지 아니한 때 △직계존속이 연령 70세 이상 또는 중병이나 장애인으로 보호할 다른 친족이 없는 때 △직계비속이 유년으로 보호할 다른 친족이 없는 때 △기타 중대한 사유가 있는 때 등에 해당한 사유가 있을때 지휘에 의해 형집행을 정지할 수 있다.

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희정 전 충남지사(53)에게 징역형의 실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9일 피감독자간음,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안 전 지사에게 징역 3년6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안 전 지사는 2017년 7월부터 2018년 2월까지 수행비서 김지은씨를 4차례 성폭행하고 5차례 기습 추행하고, 업무상 위력을 이용해 1차례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안 전 지사가 항소심에서 3년 6개월 실형을 선고 받은 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호송차로 이동하는 모습. (뉴스1 DB) 2019.9.9/뉴스1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희정 전 충남지사(53)에게 징역형의 실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9일 피감독자간음,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안 전 지사에게 징역 3년6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안 전 지사는 2017년 7월부터 2018년 2월까지 수행비서 김지은씨를 4차례 성폭행하고 5차례 기습 추행하고, 업무상 위력을 이용해 1차례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안 전 지사가 항소심에서 3년 6개월 실형을 선고 받은 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호송차로 이동하는 모습. (뉴스1 DB) 2019.9.9/뉴스1

안희정 없는 빈소에 여권 인사 조문 행렬
안 전 지사가 비록 빈소에는 없었지만 옛 동지인 여권 인사들의 조문 행렬은 이어졌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부인인 권양숙 여사,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추미애 법무부 장관 등이 빈소에 조화를 보낸 가운데 정세균 국무총리와 박원순 서울시장, 김경수 경남도지사,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윤호중·이광재·기동민·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빈소를 찾았다. 김종민·조승래 등 충청 지역 국회의원들도 조문했다.

안 전 지사는 2017년 7월부터 다음해 2월까지 러시아, 스위스, 서울 등에서 당시 수행비서 김지은씨를 상대로 업무상 위력을 이용해 4차례 성폭행을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5차례에 걸쳐 김씨를 강제추행하고 1회 업무상 위력으로 추행한 혐의도 받았다.

1심은 김씨의 진술이 믿기 어렵고 안 전 지사의 위력 행사가 없었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2심은 "김씨 진술에 일관성이 있고 비합리적이거나 모순이 없다"며 안 전 지사에게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9월 안 전 지사 상고심에서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성인지 감수성을 들며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다움'을 요구하는 사회적 풍토를 비판하고, 김씨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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