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윤석열, '루비콘 강' 건너나…윤, 결단만 남았다

머니투데이 오문영 기자 2020.07.0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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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2월10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 지검장 및 선거 담당 부장검사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사진=강민석 기자 msphoto94@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2월10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 지검장 및 선거 담당 부장검사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사진=강민석 기자 msphoto94@


윤석열 검찰총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를 두고 이뤄진 '검사장 회의' 내용을 6일 보고 받는다. 검사장들 다수가 장관의 지휘가 부당하다는 의견을 표했으나 결과를 단정짓긴 어렵다. 윤 총장이 지휘를 일부라도 거부한다면 '상급자 지시를 어겼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장관이 '감찰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추 장관이 내린 수사지휘는 두 가지다. '검언유착 의혹' 수사와 관련해 △수사자문단 심의 절차를 중단할 것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대검찰청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수사한 후 수사결과만을 검찰총장에게 보고할 것 등이다. 검언유착 사건은 채널A 이모 기자가 한동훈 검사장과 공모해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로부터 여권 인사들의 비리를 캐내려 했다는 의혹을 말한다. 윤 총장이 이 사건과 관련해 전문수사자문단을 소집하자 최측근인 한 검사장을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냔 의혹이 제기돼 왔다.



"지휘 그대로 수용할 가능성은 적어"
법조계는 윤 총장이 장관의 지휘를 그대로 수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장관의 지휘권이 발동되자 즉시 수용하지 않고 검사장 회의를 소집했다"면서 "그 자체가 다른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고검장과 검사장들도 일부 지휘에 대해 문제의식을 드러낸 상태다. 검사장들은 지난 3일 세 그룹으로 나뉘어 진행된 회의에서 수사자문단 심의 절차 중단에 대해서는 동의하면서도, 중앙지검 수사팀의 독립 수사 지휘에 대해선 "검찰의 중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 "수사지휘권의 본질을 침해하는 것" 등 부정적 의견이 다수 나온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수도권 검사장 회의의 경우 '재지휘 요청'에 대해 만장일치 합의를 이룬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청법 7조(검찰사무에 관한 지휘·감독) 2항에 따르면 검사는 검찰사무에 관하여 소속 상급자의 지휘·감독의 적법성 또는 정당성에 이견이 있을 때에는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윤석열, '내부 의견' 강조할듯…후폭풍 우려는 여전
지난 5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검찰 타임캡슐 비석 앞으로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사진=뉴스1지난 5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검찰 타임캡슐 비석 앞으로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사진=뉴스1
윤 총장이 재지휘를 요청한다면 '검찰 내부 의견' 임을 명시적이든 묵시적이든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지휘 거부시 '총장이 장관의 명을 거부했다', '측근 감싸기에 나섰다'는 등 거센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윤 총장은 검사장 회의에서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오후에 이뤄진 회의에서는 '인사말'만 전하고 회의장을 떠났다.


범여권에선 이미 선택을 앞 둔 윤 총장에 대한 압박이 이뤄지고 있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도 이날 본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확실히 법에 명시된 지휘권을 행사하는 장관의 지시를 거스를 명분이나 절차 자체는 없다"면서 "재지휘를 하면 상황을 더 꼬일 뿐, 점점 외통수에 몰릴 것"이라 적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전날 자신의 SNS를 통해 "검사장 회의는 임의기구에 불과하다"며 "장관이 정당한 지휘를 하였는데 총장이 거부한다면 명백한 헌법과 법률 위반"이라 주장했다.

추 장관이 '감찰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도 존재한다. 추 장관은 지휘권을 발동한 이후 검찰 내부에서 수사팀 교체·제3의 특임검사 임명 등 '재지휘 필요성'이 언급되자 "장관 지시를 반하는 것"이라 선을 그어왔다.

전날에는 회의에 참석한 검사장들을 겨냥해 "여러분들은 흔들리지 말고 우리 검찰조직 모두가 오직 국민 만을 바라보고 올바른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문했다. '재지휘 요청'으로 모인 검사장들의 의견이 잘못됐음을 경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거센 반발이 예상되는 만큼 윤 총장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해 외부판단을 받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권한쟁의심판이란 국가기관 사이에 권한의 유무 또는 범위에 관해 다툼이 있는 경우 해당 기관이 헌재에 심판을 구하는 것을 말한다. 다만 헌재가 검찰이 법무부의 산하기관이라는 점에서 심판대상으로 삼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 총장직은 지킬듯…검사장들도 "사퇴는 안 돼"

헌정 사상 두 번째인 추 장관의 지휘권 발동은 사실상 윤 총장에게 자진사퇴를 하라는 최후통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앞선 '1호 사례'에서도 장관의 지휘권이 발동은 검찰총장 사퇴로 이어진 바 있다.

2005년 천정배 당시 법무부 장관은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과 관련해 강정구 동국대 교수를 불구속수사 하라며 헌정 사상 처음으로 지휘권을 발동했다. 당시 김종빈 검찰총장은 지휘를 수용하면서도 "검찰의 중립성이 훼손됐다"며 사표를 던졌다.

하지만 윤 총장은 자진해서 사퇴할 생각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검사장들도 이번 문제로 총장이 사퇴하는 것은 안 된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일부 참석자의 경우에는 "총장이 사퇴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은 대통령이 불신임을 간접적으로라도 표현했을 때"라고 선을 그은 것으로 전해졌다. 추미애 장관은 임명 제청권자이지 임명권자가 아니기 때문에 '사퇴'를 요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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