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주말 손님 3명' 코로나 강타한 전통시장…"다 버려야할 판"

뉴스1 제공 2020.07.05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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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다녀갔다" 오인에 손님 끊겨

(광주=뉴스1) 허단비 기자
주말을 맞은 4일 오후 광주 서구 양동시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손님이 없는 상점 주인은 스마트폰만 연신 만지고 있다.2020.7.4/뉴스1주말을 맞은 4일 오후 광주 서구 양동시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손님이 없는 상점 주인은 스마트폰만 연신 만지고 있다.2020.7.4/뉴스1


(광주=뉴스1) 허단비 기자 = "오늘 안 팔리면 다 버려야제 어쩔것이여. 놔두면 다 썩어버리는디 보는 내 속이 더 썩제."

광주 지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확산한 4일 서구 양동시장은 주말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황량했다.



이불, 그릇, 원단 매장은 손님의 발길을 찾아보기 힘들었고 건어물, 수산물, 과일 가게 상인들은 드문드문 지나는 손님들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바라볼 뿐이었다.

건어물 상점을 운영하는 윤종심씨(75·여)는 "오늘 손님 3명이 왔는데 주말이라 많이 온 편이다. 어제는 오후 3시나 돼서야 멸치 한 팩 팔고 집에 들어갔다. 그제도 손님 1명이 겨우 왔고 요즘 거의 하루에 한 명 꼴로 손님을 받는 수준"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손님을 기다리다 지친 상인들은 멍하니 TV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거나 팔리지 않아 빼곡히 쌓인 상품 매대만 연신 정리할 뿐이었다.

생선이 마를세라 연신 물을 끼얹던 김모씨(60·여)는 "주말이라 사람이 올 법도 한데 여전히 손님이 없다. 재난지원금으로 반짝 늘었던 손님은 그 전보다 더 떨어져 바닥을 찍은 수준"이라며 "다른 상점과 달리 생선들은 놔두고 팔 수 없지 않나. 오늘 다 안 팔리면 버려야지 어쩌나 싶다. 손님도 없는데 다 썩어버리기만 하니 속이 썩어들어간다"고 푸념했다.

양동시장은 바로 길 건너 한 직물 매장에 확진자가 다녀간 것을 두고 최초 보건당국이 확진자가 양동시장을 방문했다고 발표하면서 시장이 발칵 뒤집히기도 했다.


윤씨는 "양동시장에서 장사하는 걸 아는 사람들이 위험하지 않느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확진자가 시장에 들어오지도 않았는데 괜한 오해로 안그래도 없는 손님이 더 떨어져나가 참 속상하다"고 말했다.

해산물을 파는 양모씨(55·여)는 "확실히 시장에 어르신들 발길이 뚝 끊겼다. 아무래도 몸을 사려서 그런 것 같다. 간간이 젊은 부부나 청년들이 오가긴 하지만 반찬가게로 몰리고 다른 상점들은 파리만 날린다"고 한탄했다.

고기, 생선 과일 등을 취급하는 상점을 지나 일반 공산품과 도매 상점이 밀집한 곳으로 가자 분위기는 더 침울했다.

원단집을 운영하는 박모씨(50)는 "코로나 때문에 집 밖으로 안 나간다고는 하지만 먹고 살려면 또 장은 봐야하지 않나. 그런데 당장 다들 힘든데 누가 원단을 사겠나. 우리는 같은 시장이라도 손님 구경하는 상점이 부러울 뿐"이라고 토로했다.

반찬을 사기 위해 시장에 나왔다는 이모씨(38·여)는 "웬만하면 집에 있으려고 했는데 반찬이 떨어져서 시장에 나오게됐다. 거리가 한산한걸 보니 괜히 나온 건 아닌가 걱정이 되기도 한다. 오늘 장 본 것들로 며칠 음식을 해먹고 식료품을 배달시킬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광주에서는 지난달 27일부터 8일간 총 64명의 확진자가 발생해 광주 누적 확진자는 97명을 기록했다. 광주시는 교회, 방문판매업체 발 지역 감염이 확산하자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격상해 시민들의 외출 자제와 생활 방역을 당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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