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장 가두고 노사정 합의 깬 민주노총, 왜 그랬나

머니투데이 세종=박경담 기자 2020.07.03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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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민주노총 비정규직 조합원들이 2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중앙집행위원회(중집위) 회의장에서 노사정 합의에 항의하고 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전날 중집위를 소집해 노사정 합의안에 대해 의결하려 했으나 일부 조합원들의 반대로 회의실을 빠져나오지도 못한 채 협약식에 불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가 무산됐다. 이번 노사정 대화는 외환위기 이후 22년 만에 처음으로 양대노총이 모두 함께하는 '완전한 사회적 대화'로 이목을 모았다. 2020.7.2/뉴스1(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민주노총 비정규직 조합원들이 2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중앙집행위원회(중집위) 회의장에서 노사정 합의에 항의하고 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전날 중집위를 소집해 노사정 합의안에 대해 의결하려 했으나 일부 조합원들의 반대로 회의실을 빠져나오지도 못한 채 협약식에 불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가 무산됐다. 이번 노사정 대화는 외환위기 이후 22년 만에 처음으로 양대노총이 모두 함께하는 '완전한 사회적 대화'로 이목을 모았다. 2020.7.2/뉴스1


50일간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도출해낸 코로나19(COVID-19) 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문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에 밀려 폐기 기로에 섰다. 민주노총이 노사정 합의문을 가로막은 배경엔 △사회적 대타협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 △고질적인 정파 갈등 △리더십 부재 등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3일 민주노총은 오는 20일 임시대의원대회를 개최하고 노사정 합의문 승인 건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지난 2일부터 이날 새벽까지 열린 중앙집행위원회(중집)에서 노사정 합의문 추인 여부를 다뤘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민주노총 사태, 노사정 협약식 파기·위원장 감금까지
(서울=뉴스1) 이성철 기자 = 민주노총 불참으로 노사정 대표자 협약식이 불발된 1일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서울 중구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의장에서 들것에 실려 나오고 있다. 2020.7.1/뉴스1(서울=뉴스1) 이성철 기자 = 민주노총 불참으로 노사정 대표자 협약식이 불발된 1일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서울 중구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의장에서 들것에 실려 나오고 있다. 2020.7.1/뉴스1
앞서 민주노총은 지난달 29~30일에도 노사정 합의문을 받아들일지 두고 내부 토론을 거쳤으나 강경파 반대에 부딪혀 추인에 실패했다. 노사정 논의에 참여해 온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1일 노사정 합의문 협약식 참석을 강행하려 했으나 강경파에 감금당하면서 또 다시 막혔다.



노사정 합의문만 놓고 보면 민주노총 강경파는 애초 노동계 요구사항이었던 '해고금지' 조항을 관철시키지 못한 점을 문제 삼는다. 또 전국민 고용보험 첫 단추 대상으로 특수고용직노동자(특고)를 모두 담아내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전속성이 분명한 특고 9개 직종부터 고용보험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런 노사정 합의문 반대 논거는 민주노총 내 구조적인 문제와 만나 노사정 협약식 파기, 김 위원장 감금 사태까지 번졌다.

'못 믿겠다 사회적 대화' 기류, 외환위기 때 형성
위원장 가두고 노사정 합의 깬 민주노총, 왜 그랬나

우선 민주노총 내엔 사회적 대화 자체를 불신하는 기류가 깔려 있다. 사회적 대화를 거부하는 정서는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성사된 노사정 합의 이후 형성됐다. 외환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에서 노동계는 전교조 합법화, 노조의 정치활동 허용 등을 쟁취했다. 반면 정리해고, 파견근로 등은 내줬다. 많은 노동자가 거리로 나오고 비정규직이 늘기 시작했다

노동계가 '빼앗기기만 했다'는 내부 비판이 나오면서 민주노총은 1999년 노사정 협의체였던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했다. 이 과정에서 배석범 당시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위원장 직을 내려놓았다. 민주노총은 2009년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에도 불참했다. 이명박, 박근혜정부 9년을 지나면서 대화보단 투쟁을 강조하는 민주노총 노선은 더욱 단단해졌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대화로 문제를 풀어선 안되고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선 투쟁을 전면에 배치해야 한다는 입장이 민주노총 내에 있다"며 "노동자가 빼앗기는 걸 받아들이지 못하는 세력인데 일을 되게 할 순 없어도 못하게 할 순 있다"고 말했다.

국민파 vs 현장파…위원장 선거 앞두고 전초전 벌였나
위원장 가두고 노사정 합의 깬 민주노총, 왜 그랬나
정파 갈등도 노사정 합의문을 가로막은 원인으로 지목 받는다. 민주노총 내 세력이 가장 큰 3대 정파는 국민파(온건), 중앙파(중도), 현장파(강경)로 정리된다. 운동권 족보를 따지면 국민파는 NL(민족민주계열), 중앙파와 현장파는 PD(민중민주계열)다.

사회적 대화는 민주노총 내에서도 정파 간 가장 첨예하게 부딪히는 사안이다. 금속노조, 공공운수노조 등이 포함된 현장파가 사회적 대화를 가장 신뢰하지 않는다. 반면 김 위원장이 속한 국민파는 사회적 대화에 적극적이다. 김 위원장을 향해 '재벌의 하수인'으로 부르는 강경파의 시선은 이런 대립 구도를 잘 보여준다.

2005년 국민파였던 이수호 전 위원장이 노사정위원회에 다시 참여한다고 했다가 이를 추인하는 대의원대회에서 폭력사태가 벌어진 전례도 있다. 일각에선 올해 말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를 치르는 상황에서 각 정파가 노사정 합의문을 두고 전초전을 치렀다는 평까지 나온다.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은 "민주노총 탄생 때부터 있었던 계파 갈등은 큰 결정을 내릴 때마다 분출돼 장애물로 작용해왔다"며 "모든 사안에 대해 계파 갈등이 나타나면 앞으로 어떤 의사결정이 가능할 지 심각한 문제제기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20일 대의원대회, 김명환 위원장 재신임 자리
(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노사정 대표자들이 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삼청당)에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표자 협약식'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이날 협약식은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의 불참으로 연기됐다. 오른쪽 부터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화장, 김용기 일자리 위원회 부위원장, 정세균 국무총리,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정세균 국무총리,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2020.7.1/뉴스1(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노사정 대표자들이 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삼청당)에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표자 협약식'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이날 협약식은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의 불참으로 연기됐다. 오른쪽 부터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화장, 김용기 일자리 위원회 부위원장, 정세균 국무총리,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정세균 국무총리,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2020.7.1/뉴스1
정파 갈등을 제압하지 못하는 리더십 부재도 노사정 합의문이 무산된 배경이다. 김 위원장은 노사정 합의문 협약식 전 자신의 거취를 거론하면서까지 합의문 추인을 시도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정파에 휘둘리는 김 위원장 모습은 처음이 아니다. 그는 2017년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 당시 사회적 대화 복원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후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를 추진했으나 대의원대회에서 막혔다.

20일 민주노총 대의원대회는 김 위원장에 대한 재신임 성격까지 더해진다. 대의원들이 노사정 합의문을 추인하면 사회적 대화는 더욱 탄력받게 된다. 반대로 노사정 합의문이 부결되면 김 위원장은 사퇴 압박을 받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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