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대통령의 약속'…공휴일 3일은 매년 못 쉰다

머니투데이 정현수 기자 2020.07.03 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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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런치리포트]

잊혀진 '대통령의 약속'…공휴일 3일은 매년 못 쉰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6일 ‘국민의 휴일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발의했다. 대통령령에 머물고 있는 공휴일 제도의 법령 체계를 재정비하고 요일 지정 휴일제를 도입한다는 내용이다. 이른바 ‘해피먼데이(Happy Monday)법’으로 통한다.

홍 의원은 19대(2016년), 20대(2017년)에 이어 21대 국회에서도 같은 법안을 냈다. 현행 공휴일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사회적 공론화가 이뤄지지 않아 입법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홍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the)300과 인터뷰에서 “공휴일 제도 개선은 경제에 부담을 줄수 있다는 반론과 기념일 훼손 우려에 대한 반론으로 논의가 진전되지 않았다”며 “국민들의 의식이 바뀌었기 때문에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 의원의 관련법 발의로 잊혀졌던 공휴일 제도 개선 논의가 되살아났다.



◇빛을 보지 못한 文대통령의 약속
공휴일 제도 개선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자 국정과제다. 문 대통령은 2022년까지 모든 공휴일을 대체공휴일로 지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요일제 공휴일 지정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후 논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현행 공휴일 제도의 근간은 대통령령인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관공서휴일규정)이다. '국경일에 관한 법률'(국경일법)도 존재하지만, '빨간날'이라고 할 수 있는 공휴일은 관공서휴일규정을 따른다.

관공서휴일규정에 따른 일반 공휴일은 3·1절과 광복절, 명절 연휴 등 총 15일이다. 여기에 추가로 일요일과 선거일, 임시공휴일을 공휴일로 규정한다. 관공서휴일규정은 명절 연휴와 어린이날에 한해 대체공휴일도 두고 있다.


문제제기는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졌다. 가장 활발한 논의는 대체공휴일의 확대다. 대체공휴일은 공휴일이 다른 '쉬는 날'과 겹칠 때 그 다음날을 공휴일로 지정하는 제도다. 도입과 폐지를 반복했던 대체공휴일은 2013년 부활했다.

잊혀진 '대통령의 약속'…공휴일 3일은 매년 못 쉰다


◇대체공휴일 확대? 요일제 공휴일 도입?
대체공휴일이 설날과 추석연휴, 어린이날에 한정돼 있다보니 2014년부터 올해까지 실질적인 공휴일은 전체 15일 중 연평균 12일에 그쳤다. 가령 올해는 대체공휴일을 적용하지 않는 3·1절(일), 현충일(토), 광복절(토), 개천절(토)이 '쉬는 날'에서 빠진다.

'해피먼데이'로 불리는 요일제 공휴일도 주요 화두다. 미국과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주요국은 요일제 공휴일을 두고 있다. 특정 시기의 특정 요일을 휴일로 지정하는 방식이다. 한국은 요일제 공휴일을 두고 있지 않다.

홍 의원의 안은 어린이날과 현충일, 한글날을 요일제 공휴일로 지정하자는 것이다. 어린이날은 5월 첫째주 월요일, 현충일은 6월 첫째주 월요일, 한글날은 10월 둘째주 월요일로 지정하는 방식이다. 이들 공휴일의 지정 배경이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다.



현충일만 하더라도 양력 6월6일 경인 망종(芒種)에 제사를 지내던 풍습을 고려해 6월6일로 정했다. 6월6일을 고수할 이유가 없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어린이날과 한글날 역시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전에는 지정된 날짜가 달랐다.

법령 체계의 재정비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관공서의휴일규정의 적용대상은 말 그대로 공무원 등 공적영역이다. 현행 규정상 공휴일은 관공서가 쉬는 날을 의미한다. 이 규정을 일반인들이 준용해서 쓰는 것일 뿐이다.

따라서 관공서의휴일규정을 대신할 법을 만들어 공무원 뿐 아니라 일반인까지 적용해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과거 국회에서도 관공서의휴일규정과 국경일법을 통일하자는 법안이 다수 올라왔다.



잊혀진 '대통령의 약속'…공휴일 3일은 매년 못 쉰다
◇18~20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만 33건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18대 국회에서 20대 국회까지 공휴일의 법제화와 관련해 발의된 법률안은 총 33건이다. 20대 국회에서는 어버이날과 스승의날을 공휴일에 추가하는 법안도 올라왔다.

20대 국회는 2016년 11월 당시 안전행정위원회에 관련법 개정안을 올렸다. 하지만 당시 회의록을 보면 회의석상에서 공휴일 문제는 언급되지 않았다. 이후 국회 상임위 차원에서 거론되거나 논의된 적도 없다.



정부 역시 공휴일 제도 개선의 방향성에 대해선 공감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2016년 6월 말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요일제 공휴일 도입을 비롯한 공휴일 제도의 개선방안을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인사혁신처는 2016년 8월 어린이날을 요일제 공휴일로 바꿀 경우 근로자의날과 겹칠 수 있다는 이유로 5월 둘째 월요일이 좋겠다는 의견까지 냈다. 이후 연구용역이 진행됐고, 대체공휴일 확대, 요일제 공휴일 도입 등의 방안이 나왔지만 관련 논의는 더 이상 진전되지 않았다.

입법조사처는 "향후 공휴일 제도는 관공서가 아닌 일반 국민을 적대상으로 하여 공휴일 지정의 취지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다"며 "휴일 제도의 개편은 반드시 법률을 통해 진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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