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 회장, '한국유니클로' 등기임원 왜 놓지않을까

머니투데이 장시복 기자 2020.07.0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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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등기임원 무더기 사임 속 유지, 2000년대 경영 승계과정서 도입 호평 "어려울때 협력" 의지 풀이

서울 유니클로 광화문 D타워점 앞에서 평화나비 네트워크와 대학생 겨레하나 주최로 규탄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서울 유니클로 광화문 D타워점 앞에서 평화나비 네트워크와 대학생 겨레하나 주최로 규탄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유니클로'(UNIQLO)에 대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각별한 인연과 애정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일본제품 불매운동 1년째인 현재로 유니클로가 여전히 최대 표적이 되고 있지만, 신 회장이 다른 계열사와 달리 등기임원으로서 지속적인 경영참여 의지를 보이고 있어서다.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초 유니클로의 국내 판매법인인 FRL코리아(에프알엘코리아)의 배우진 대표가 정현석 신임 대표로 교체되는 인사가 있었지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그룹 2인자' 황각규 부회장은 FRL코리아의 기타비상무이사직을 유지키로 했다.



유니클로의 본사인 일본 패스트리테일링과 롯데쇼핑 (68,600원 ▲400 +0.59%)이 지분 51대 49로 2004년 설립한 FRL코리아는 신 회장과 남다른 사연이 있다는 평가다.

2000년대 초 경영권 승계 준비 과정에서 유니클로 도입이 '신동빈의 대표 성공작'으로 꼽히며 신 회장이 2011년 그룹 총수로 안착하는데 일등 공신을 했던 터여서다.



신 회장은 일본 유학 당시부터 국내 도입 구상을 해왔고 "아시아 시장 확대에 함께 하겠다"며 야나이 다다시 패스트리테일링 창업주를 수차례 설득한 끝에 국내 상륙을 직접 진두지휘하게 됐다. 고 신격호 롯데 창업주와 함께 부자(父子)가 야나이 회장과 오랜 교류를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2005년 첫 매장 오픈 후 초고속 성장을 해온 유니클로는 지난해 거대한 암초를 만나 급격히 추락하게 됐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의 불길이 번지면서 FRL코리아는 지난해 매출액(9749억원)이 5년 만에 처음 1조원을 밑돌았고, 2000억원대까지 달했던 영업이익은 19억원 적자로 전환했다.


여기에 올 들어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던 와중에 배 전 대표는 지난 4월 인력 감축 계획을 암시하는 이메일을 실수로 전 직원에게 보냈다가 전격 교체됐다.

신 회장은 올 들어 롯데지주 (27,150원 ▲100 +0.37%)·롯데케미칼 (100,000원 ▼400 -0.40%)·롯데제과 (27,150원 ▲100 +0.37%) 3대 주요 지주·계열사 대표이사를 제외한 다른 계열사 등기임원에선 모두 빠지기로 했지만, 합작사인 FRL코리아와 캐논코리아비즈니스솔루션 등기임원직은 유지키로 한 것이다.

'선택과 집중'을 위해 20년 간 맡아온 롯데쇼핑 사내이사직에서도 빠지고, 사재 100억원을 출연해 공을 들여온 롯데문화재단 이사장에서도 물러난 상황에서다.

그룹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신 회장이 신의를 중시하는 편이어서 극도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상대 합작 파트너와의 관계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면 된다"며 "특히 유니클로는 초기에 어렵게 손을 잡아 경영 시험대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브랜드여서 의미가 남다르다"고 했다.

한편 일본 패스트리테일링 측에선 하타세 사토시 대표가 FRL코리아의 공동 대표를 맡고 있고 야나이타다, 유노키오사무, 오카자키타케시 이사가 FRL코리아의 기타비상무이사를 겸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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