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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수사심의위 위원들이 직접 밝힌 '불기소'의 이유

머니투데이 오문영 기자, 김태은 기자 2020.06.30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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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 왼쪽 두번째)이 19일 삼성전자 반도체 미래전략과 사업장 환경안전 로드맵을 점검하기 위해 경기도 화성의 반도체 연구소를 찾아 경영진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사진제공=삼성전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 왼쪽 두번째)이 19일 삼성전자 반도체 미래전략과 사업장 환경안전 로드맵을 점검하기 위해 경기도 화성의 반도체 연구소를 찾아 경영진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지난 2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수사 중단 및 불기소 권고 결정을 내린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에 이 부회장과 삼성에 편향성을 띤 특정 위원이 참여했다는 논란이 제기된 가운데 복수의 수사심의위원은 "특정인이 주도한 회의가 아니었고 회의에 참여한 14명의 위원들이 충분히 의견을 개진해 논의 끝에 도출한 결론"이라고 설명했다.

논란이 제기된 특정 위원의 영향보다는 검찰이 결정적으로 이 부회장이 경영권 불법 승계에 대한 범죄 사실에 대해 위원들에게 확신을 주지 못한 점이 표결에 참여한 절대 다수의 위원들이 불기소 결정에 표결하게 된 이유라고 반박했다.

29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9시간 이상 걸린 수사심의위 회의는 검찰과 이 부회장 등 삼성 측 변호인이 각각 75~80분 간 차례로 의견 진술을 한 뒤 14명의 위원들이 이들에게 1시간 반 가량 질문을 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당초엔 질문 시간을 양측에 30분씩 하기로 했는데 검찰 측에 질의응답 시간이 길어지면서 이 부회장 측에 대한 질의응답 시간도 똑같이 시간을 늘렸다고 한다.



특히 검찰이 범죄 혐의라고 제시한 객관적인 사실 관계에 대해 위원들의 질문이 쏟아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주장하는 사기적 부정거래와 주가 조작이 성립되기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비율을 조작하는 데 직접적으로 관여했다는 증거에 대해 "회사 경영을 위해 회의도 하고 대책 문건을 만든 자체를 위법 사항으로 본다는 것인데 결과가 아니라 행위까지 위법 사항으로 본다는 게 적절치 않다는 질문이 많았다"는 것이다.

익명을 원한 한 심의위원은 "이런 부분에 대한 질문에 검사들의 답이 저나 다른 심의위원들에게 혼란을 주는 부분이 있었다"며 "그런 부분까지 위법으로 적용을 하면 누가 회사를 운영할 수 있고 누가 책임을 질 수 있겠느냐는 의견이 나왔다"고 전했다.

결과적으로 위법 사항에 이르기까지 과정 또한 위법 사항으로 볼 수 있다고 제시한 검찰의 주장에 대해 "죄형법정주의를 벗어나 이 부회장을 처벌하기 위해 짜맞추기식 수사를 한 것 아니냐"는 시각을 보인 심의위원도 있었다.

이 부회장이 주도했느냐는 핵심 쟁점을 두고 이건희 삼성 회장이 건재했던 2011년부터 합병 추진이 명백하게 드러나있는데 이 부회장의 주도란 검찰 주장이 무리하단 지적이 나왔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의견은 특정 위원 한 사람이 주도한 것이 아니라 논의에 참여했던 다수 심의위원들 사이에서 비교적 고루 개진됐다는 게 참석자들의 주장이다. 오히려 논란이 제기됐던 김 모 교수의 경우 자본시장법 전문가이다보니 자본시장법 관련 자료를 복사해서 심의위원들에게 나눠달라는 요청을 받았으나 그러지 않았다고 한다. 논의를 주도하거나 일방적으로 주장을 펼치는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 등으로 경기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장기간 재판을 받게 되는 게 국민 경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점도 고려됐다는 후문이다.

검찰과 변호인에 대한 질의응답을 마친 후 심의위원들 간 숙의 과정 역시 한 시간 넘게 이뤄졌다. 일부 심의위원이 큰 이견이 없으면 만장일치로 결론을 내자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으나 반대 의견이 많아서 비밀투표로 의결을 하기로 최종 결정을 했다. 그 결과 13명이 표결에 참여해 10명이 불기소 권고에 의결했고 3명만이 기소 권고를 의결했다.

정치권과 법조계 일각에서는 수사심의위가 이 부회장의 불기소가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하더라도 검찰이 이 부회장 기소를 강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애초에 이 사건을 수사심의위에서 논의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았던 데다가 수사심의위 논의 내용이 불기소를 도출할 만한 합리적 과정을 거쳤다고 보기 힘들다는 지적에서다.

이 부회장에 대해 적용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사실들이 워낙 복잡하고 방대한 자료들을 압축해 제시하다보니 심의위원들의 이해도가 떨어져 법리적 판단 자체가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수사심의위 도입 취지와 맞지 않게 이 부회장에 대한 이번 결정이 여론재판으로 흘렀다는 비판도 나온다.


검찰 역시 기소를 포기하는 것은 자기모순이기에 결국 이 부회장의 불구속 기소를 선택하게 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앞서 이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을 때 이미 기소를 염두해둔 것이기에 이 부회장 기소에 실패한다면 구속영장 청구에 의견 일치를 본 대검과 서울중앙지검 수사지휘부가 모두 수사 실패에 책임을 질 일이기 때문이란 논거다.

앞서 열렸던 수사심의위에선 결정 후 1주일 안에 검찰이 수사심의위 결정에 따라 사건을 처리했지만 이번엔 1주일 이상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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