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장진호전투의 류영봉 참전용사(이등중사)가 25일 70주년 6.25 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복귀신고를 하고있다./사진=청와대 유튜브
유해는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한 여객기에 실렸다. 기장 브라이언 나이트가 고인의 아들이다. 브라이언 기장은 기내방송에서 자신의 사연을 말했다. 8월8일 댈러스 러브필드 공항 안내방송에도 이 소식이 흘러나왔다. 유해를 실은 관이 활주로에 내려졌다. 터미널 유리창으로 이를 지켜보던 수백명이 함께 묵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몇몇 분야에서 기존의 진보-보수 벽을 넘었다. 집권을 위한 선거 전략이기도 했지만 본인의 정체성도 담았다. 보훈정책이 대표적이다. 문재인정부는 역대 진보·보수 정부를 통틀어 가장 센 보훈정책을 편다.
그럼에도 이념적 한계와 관성이 뚜렷했던 것으로 보인다. 남북한 첨예한 대치와 대결 그 자체를 '안보'와 혼동했던 것 아닌가 하는 자성이다. 정부는 독립유공자가 작고할 때 영구용으로 쓸 태극기를 보내준다. 2017년까지도 이걸 택배로 보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8·15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유공자 초청행사에서 "면목없고 부끄럽다"며 "앞으로는 인편으로 직접 태극기를 전하고, 대통령 명의의 근조기와 조화 지원 대상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택배가 꼭 나쁘단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받는 입장에서 어떤 것이 예우와 정성으로 느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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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은 올해 총선 키워드로 세가지 A를 제시했다. 진영의 벽을 건너(어크로스·Across) 상대의 가치를 선점한다는 A도 있다. 25일 서울공항서 열린 70주년 6·25 행사는 이 점을 넘치게 담아냈다.
유해를 싣고 온 수송기 동체를 스크린 삼아 영상을 펼쳤다. 그 위에 늘어선 드론의 불빛은 군인이 경례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미국 등 22개국 정상들의 영상 메시지도 눈부셨다. 수송기를 호위했던 F-15K 6대 중 한 대의 조종사는 6·25 참전조종사의 손자다. 문 대통령은 전사자 12만여명을 반드시 찾겠다는 뜻으로 만든 '122609 태극기 배지'를 옷에 달았다.
우리도 이런 '클라스'의 보훈 행사를 봤다. 누군가는 연출과 기획을 말하지만 그걸 가능하게 한 것은 결국 대통령의 진심이다. 또 그것이 대통령 개인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실력일 것이라고 믿는다.
문 대통령은 "보훈에는 국경이 없다"고 말했다. 보훈에 이념도 없어야 할 것이다. 과거사를 분명히 밝히는 것과 함께, '영웅‘들을 최대한 예우하는 노력은 대통령이 누구건 계속돼야 한다. 보훈은 보수뿐 아니라 더많은 국민에게 인정받기 위한 진보의 필수조건인지도 모른다.
김성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