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앞서간다…돈으로 바이러스 없앨 수 있나"

머니투데이 뉴욕=이상배 특파원 2020.06.26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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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시각]

"주가가 앞서간다…돈으로 바이러스 없앨 수 있나"


"주식시장이 다소 앞서가고 있다. 우리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수조 달러를 퍼붓고 있지만 그걸론 바이러스를 없앨 수 없다." (크리스 오커피 로건캐피탈운용 상무)

25일(현지시간) 뉴욕증시가 반등했다. 미국 은행들의 자금 운영을 제한해온 이른바 '볼커룰'(Volcker rule)이 완화된다는 소식에 은행주들이 지수를 끌어올렸다.



그러나 월가 전문가들은 코로나19(COVID-19) 재확산에 대한 우려를 털어내지 못하고 있다. 스리-쿠마르 글로벌전략의 코말 스리-쿠마르 회장은 "내 생각엔 코로나19의 2차 유행이 있을 것 같다. 그게 가장 큰 걱정거리"라며 "우린 언젠가 펀더멘털로 돌아갈 것이고, 만약 펀더멘털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경기부양책이 만들어낸 주가 상승분은 다시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은행 손발 묶은 '볼커룰' 완화에 은행주 훨훨
이날 뉴욕증시에서 블루칩(우량주) 클럽인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299.66포인트(1.18%) 뛴 2만5746.60으로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위주의 S&P(스탠다드앤푸어스) 500 지수는 33.43포인트(1.10%) 상승한 3083.76,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도 107.84포인트(1.09%) 오른 1만17.00에 마감했다.

볼커룰 완화가 추진된다는 보도에 세계 최대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4.6%나 급등했다. 상업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와 씨티그룹, JP모간체이스, 웰스파고 등도 3% 넘게 올랐다.

내셔널증권의 아트 호건 수석전략가는 "경기침체가 닥칠 때 은행들은 대출 부실화로 대규모 대손상각을 감당해야 한다"며 "(볼커룰 완화로) 운전자본(working capital)이 늘어난다면 시장은 크게 안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미국 경제방송 CNBC는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관계자를 인용, 미 행정부가 볼커룰 완화를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은행들이 벤처캐피탈펀드 등 위험자산에 더 쉽게 대규모 투자를 더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은행이 계열사들과 파상상품을 사고 팔 때 현금을 적립토록 한 규제도 완화 대상이다. 이 경우 은행들은 수십억 달러의 가용자금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 통화감독청(OCC)은 이 같은 내용의 볼커룰 완화 방안을 이미 승인했다. 볼커룰 등 주요 금융규제 개정을 위해선 FDIC와 OCC 뿐 아니라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등도 동의해야 한다.

볼커룰이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오바마 행정부 당시 백악관 경제회복자문위원장이었던 고(故) 폴 볼커 전 연준 의장 주도로 만들어진 금융 건전화 규제다.

고(故) 폴 볼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사진=뉴시스고(故) 폴 볼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사진=뉴시스
美 자동차 시장 부활…'경기선행' 내구재 주문 급반등
미국에서 경기에 선행하는 경향이 있는 내구재 주문 실적이 급반등했다는 소식도 투자심리를 북돋았다. 코로나19 사태로 반토막이 났던 자동차 구매가 늘어나기 시작한 게 결정적이다.

이날 미 상무부 발표에 따르면 5월 미국의 내구재(3년 이상 사용 가능 제품) 주문 실적은 전월 대비 15.8% 늘었다. 2014년 7월 이후 가장 큰 증가세다.

당초 시장이 예상한 증가율 10.3%(마켓워치 기준)를 크게 넘어선다. 직전 4월에는 내구재 주문이 18.1% 급감했었다.

자동차 등 운송기기 주문이 80.7%나 급증한 게 주효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 4월 전년 동기 대비 46.6% 급감했던 미국의 자동차 판매는 5월 29.5%로 감소율이 크게 낮아졌다.

운송기기를 제외한 내구재 주문 실적은 전월 대비 4.0% 증가했다. 4월엔 8.2% 감소했었다. 기업투자의 지표인 항공기를 제외한 비국방 자본재 주문도 전월 대비 2.3% 늘었다. 직전월엔 6.5% 줄었다.

고용지표는 다소 실망스러웠다. 이날 발표된 지난주 미국의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148만건으로 시장 전망치인 138만건(마켓워치 기준)을 소폭 웃돌았다.

E트레이드의 마이크 로이반가르트 상무는 "어떤 식으로 보든 100만명이 넘는 신규 실업자는 아주 나쁜 것"이라며 "코로나19가 전세계가 초래한 구조적 충격을 돌이키는 데 꽤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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