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내는 원격진료…정부 "재외국민 허용" vs 의협 "실효성 의문"

머니투데이 최태범 기자 2020.06.25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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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5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20년도 제2차 산업융합 규제특례심의위원회에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입장하고 있다. 2020.06.25.   bjko@newsis.com[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5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20년도 제2차 산업융합 규제특례심의위원회에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입장하고 있다. 2020.06.25. [email protected]


해외에 거주하는 우리 국민이 비대면 진료(원격진료)를 통해 국내 의료인으로부터 진단·처방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현행 의료법은 의사와 환자 간 비대면 진료를 금지하고 있지만 정부가 신산업 진흥을 위한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적용해 길을 열어줬다. 2년간 임시허가 형태지만 정부는 향후 법 개정을 통해 제도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코로나19(COVID-19)를 계기로 촉발된 비대면 진료 활성화에 더욱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정부 “현지 의료서비스 문제 상황 대비, 건강권 보호”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5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20년도 제2차 산업융합 규제특례심의위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0.06.25.   bjko@newsis.com[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5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20년도 제2차 산업융합 규제특례심의위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0.06.25. [email protected]
산업통상자원부는 25일 제2차 산업융합 규제특례심의위원회를 열고 규제 샌드박스 안건 8건을 승인했다. 1호로 승인된 것이 재외국민 비대면 진료다. 규제 샌드박스는 유망산업·기술이 신속히 시장에 나올 수 있도록 규제를 적용하지 않거나 유예하는 제도다.



앞으로 재외국민은 온라인 플랫폼에 증상이나 현지 병원의 진료 내용 등을 기재하면 국내 의료기관과 전화·화상을 통해 상담·진료를 받을 수 있다. 의료기관은 환자가 요청할 경우 처방전을 발급하고 현지 병원의 처방에 대한 검증도 해준다.

처방전을 발급받더라도 국가별로 의료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활용 방법은 각기 달라질 수 있다. 국내 가족이나 지인이 처방받은 약을 대신 수령한 뒤 현지로 배송하거나 약 성분을 확인해 현지 약국에서 약을 구매하는 등의 방식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김용래 산업부 산업혁신성장실장은 “해외 병원에서 말이 통하지 않거나 현지 의료 서비스 수준에 문제가 있는 경우에 대비해 건강권을 보호하려는 것”이라며 “중동에 근로자를 파견한 건설회사·건설협회에서 (원격진료를 허용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고 밝혔다.

현행 의료법상 의사-환자 간 원격진단·처방은 불법이지만 정부는 국외 환자에게는 국내법을 적용하기 어렵다고 봤다. 보건복지부는 법 개정을 통해 임시허가 형태의 서비스를 정식 제도로 정착시킬 계획이다.

임시허가를 받은 인하대병원과 라이프시맨틱스는 이르면 3분기 중 재외국민 대상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비대면 진료 온라인 플랫폼 운영기업인 라이프시맨틱스는 협력 의료기관인 분당 서울대병원, 서울 성모병원, 서울 아산병원 등 3곳과도 관련 서비스를 진행할 예정이다.


의료계 “국내 원격의료 도입 위한 무리수”

[서울=뉴시스] 박미소 기자 =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코로나19 사태 관련 의원급 의료기관 경영위기 실태 및 지원방안 모색을 위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04.28.    misocamera@newsis.com[서울=뉴시스] 박미소 기자 =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코로나19 사태 관련 의원급 의료기관 경영위기 실태 및 지원방안 모색을 위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04.28. [email protected]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개업의를 중심으로 한 의료계는 즉각 반대 입장을 밝혔다. 추정진단이 불가피해 실효성이 떨어지는 방안을 굳이 추진한 것은 단계적으로 국내에 원격의료를 도입하려는 사전 물밑 작업이라고 비판했다.

의협은 재외국민 대상 비대면 진료라는 발상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어떤 의료기간에서 어떤 환자군을 대상으로, 어떤 질환에 대해 진료할 것인지 구체화되지 않았고 추정진단만 가능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의사가 재외국민 환자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느냐. 어떤 과에 가서 진료를 받으라고 얘기해주는 것인데 하나마나한 일”이라며 “각국 공관에 의료진을 파견하거나 현지 의료진을 채용해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실질적인 방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만약 화상으로 진료하는 무모한 일을 벌이는 의사가 있다면 협회 중앙윤리위원회에 회부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의협은 정부의 원격의료 도입을 비롯해 △의사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첩약 급여화를 4대 악(惡)으로 규정하고 오는 28일 광화문 광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할 에정이다. 원격의료를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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