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머스가 거기서 왜 나와? 해덕파워웨이의 수상한 자금 흐름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2020.06.24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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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코스닥 상장사인 해덕파워웨이가 부실 투자로 환매가 중단된 옵티머스자산운용과 연관이 있다는 정황이 발견되고 있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은 안정적인 관공서 확정매출채권에 투자하겠다고 해놓고 부실 부동산과 한계 기업에 투자했다가 자금난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400억원이 환매 중단된 상태지만, 피해 규모가 커질 가능성도 있다.

23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해덕파워웨이는 2018년 11월 윤석호씨를 대상으로 3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하려다 취소했다. 경영권 분쟁이 일어난 기업은 사모로 CB를 발행할 수 없다는 조항 때문이다. 윤 씨는 옵티머스자산운용이 딜 소싱을 의뢰한 H법무법인의 대표로 추정된다.



H법무법인은 옵티머스 펀드가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 것처럼 양수도 계약서를 위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곳이다. 김재현 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는 "딜 소싱을 H 법무법인에 맡겼다"며 "이곳에서 채권을 위조한 것 같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최대주주는 성형외과 원장 이 모씨였다. 이 원장은 2018년 5월 해덕파워웨이 지분을 234만1881주를 장외 취득하면서 최대주주가 됐다. 이 원장은 자기자금 50억원과 차입금 250억원을 더해 총 300억원으로 지분을 취득했다. 이후 8월에는 보유주식 전량에 대해 주식담보대출을 받았는데 계약자는 트러스트올이다. 트러스트올은 옵티머스자산운용의 펀드 자금을 옮기는 핵심 회사다.



해덕파워웨이는 옵티머스 펀드에 직접 투자하기도 했다. 2018년부터 2019년까지 '옵티머스 SMART' 사모펀드에 230억원을 투자했다. 이렇게 옵티머스자산운용 측은 차입을 이용한 기업 인수→자금 인출→부동산·기업 투자를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덕파워에이는 자회사를 세웠다가 6개월 만에 청산하기도 했다. 해덕파워웨이는 2018년 9월 200억원을 출자해 에이치디아이홀딩스라는 자회사를 세웠다. 이어 100억원을 빌려줬다. 에이치디아이홀딩스는 신기술과 중소기업에 투자하는 회사였다. 해덕파워웨이는 그러나 최대주주가 다시 바뀐 2019년 3월 자구 개선방안을 세우면서 회사를 청산했다고 밝혔다.

특히 2018년 한해 동안 주가는 요동쳤다. 이 원장이 인수 전 5000~6000원에 머물던 주가는 2018년 5월 2만4000원까지 올랐다. 당해 9월 주식분할로 주가는 1000원대로 떨어졌다가 2018년 11월 이후 불성실공시법인을 이유로 쭉 거래 정지 중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넥스트라이즈2020' 글로벌 스타트업 페어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넥스트라이즈2020' 글로벌 스타트업 페어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한편 금융당국은 사기로 점철된 사모펀드 시장을 대대적으로 점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라임자산운용에서 1조6000억원대 환매 중단 사태가 발생했을 때만 해도 한 금융회사의 일탈로 여겼던 당국이 옵티머스자산운용까지 수천억대 환매 중단 위기가 발생(☞머니투데이 18일자 '[단독]안정적인 관공서 매출채권 사모펀드도 환매 연기' 참조)하자 사모펀드 업계에 대한 인식을 달리 하고 나선 것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날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스타트업 페어 '넥스트 라이즈(NextRise) 2020'에서 기자들과 만나 잇단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와 관련해 "차제에 (사모펀드를) 다 점검하는 방안을 금융감독원과 협의하고 있다"면서 "꼭 한 번은 거쳐야 할 과정이란 생각"이라고 밝혔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전문사모운용사 52개사의 1786개 펀드를 대상으로 실태 점검을 마쳤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했다는 게 은 위원장의 평가다.

그는 "당시 조사에서 의심되는 부분을 들여다 볼 계획이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코로나19 사태 영향으로 금감원의 현장검사가 미뤄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은 위원장은 금감원 검사가 진행 중인 옵티머스운용 펀드를 거론하며 "서류와 실물이 다르다는 게 문제 아니냐. 차제에 다 점검을 해보면 어떨까 싶다"면서 "(조사 대상을) 무작위로 어떻게 생각할지 등을 금감원과 협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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