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인권위도 엇갈렸다…다시 불붙은 '삐라' 논쟁

머니투데이 임찬영 기자, 이강준 기자 2020.06.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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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1g 폭탄' 삐라 - ③



"민간인의 대북전단 활동은 ‘표현의 자유’로 단속하려고 조치해선 안 된다."(인권위)

"표현의 자유는 무제한 적인 것 아니고, 필요할 때 법률로 제한할 수 있다."(대법원)



대북전단(일명 삐라)를 두고 과거 국가인권위원회(2015년), 대법원(2016년)이 내린 판단은 엇갈렸다. 한쪽은 표현의 자유를, 한쪽은 국민의 안전보장을 강조했다. 최근 ‘삐라’를 두고 북한의 강경책이 나오자 다시 이 논쟁에 불이 붙었다.

'삐라' 대응 안하던 정부 … 북한 공세에 적극 제재 나서
탈북자 단체인 큰샘 관계자들이 18일 서울 강남구 수서동의 한 공원에서 북으로 보낼 쌀을 페트병에 담고 있다./사진=뉴스1(큰샘제공)탈북자 단체인 큰샘 관계자들이 18일 서울 강남구 수서동의 한 공원에서 북으로 보낼 쌀을 페트병에 담고 있다./사진=뉴스1(큰샘제공)


통일부는 19일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등을 엄정하게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처벌 법령으로는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을 예로 들었다.



교류협력법에 따르면 물품을 북한에 보내기 위해서는 통일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를 어기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대북전단에 대한 특별한 처벌 조항이 없어 고심 끝에 꺼낸 카드다. 일부 지자체는 대북전단을 쓰레기로 보고 쓰레기 수거에 투입된 비용을 행사 주최 단체에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정부가 지금까지 대북 전단 살포를 방치해놓고 뒤늦게 문제 해결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온다. 2018년 4·27 판문점 선언 때도 대북 전단 살포를 금지하기로 했지만 최근까지 탈북 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해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았다.


실제 2014년 대북전단 풍선으로 인해 남북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며 '대북 전단 방지법' 등 관련 법안이 19대·20대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현 정부 역시 판문점 선언 이후에도 대북 전단 살포를 방지하기 위해 별다른 정책을 내놓지 않고 있었다.

"국가 안전 위협" vs "표현의 자유 억압"
6.15 남북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서울본부 회원들이 12일 오후 서울 미근동 경찰청 앞에서 대북전단 살포 탈북자 단체 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가 대북전단 살포를 전면 금지하고 남북합의 이행을 위해 대북전단 살포 탈북자 단체를 즉각 수사해 처벌할 것을 촉구했다. /사진=뉴시스6.15 남북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서울본부 회원들이 12일 오후 서울 미근동 경찰청 앞에서 대북전단 살포 탈북자 단체 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가 대북전단 살포를 전면 금지하고 남북합의 이행을 위해 대북전단 살포 탈북자 단체를 즉각 수사해 처벌할 것을 촉구했다. /사진=뉴시스


대북 전단 살포를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도 분분하다. 정부의 입장처럼 국가 안전을 위협하는 행동을 막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표현의 자유를 억압해서는 안 된다는 반대 의견도 드러난다.

과거 인권위와 대법원도 서로 엇갈린 의견을 내놨다. 2015년 인권위는 "북한의 부당한 위협을 명분으로 대북전단 활동을 막으면 안된다"고 했고, 이듬해 법원은 "북한 포격 등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대북전단 살포를 제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대북 전단 살포 행위는 엄연히 국가 안정 보장과 공공복리를 해치는 행위로서 국제 규약을 엄연히 위반하는 행위"라며 "대법원 판례에서도 표현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국가 안전, 질서 유지 등에 위험이 될 경우 제한한다고 분명히 명시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북 전단 살포가 계속되면 국가 안전에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법으로 처벌하는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조영기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대북 전단 살포는 표현의 자유와 관련한 문제로 이를 억압한다는 것은 굉장히 잘못된 행동"이라며 "탈북자들이 남한에서 돈 벌어 북한 가족에게 돈 보내는 것은 괜찮고 대북 전단 살포는 안 된다고 하는 것도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북 전단을 통해 북한 주민들이 외부 정보를 접함으로써 자각할 수 있는 정신적인 지원이 될 수 있다"며 "이는 북한이 정상화될 수 있는 동력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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