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봉쇄' 경제위기, 대공황·대침체 때보다 세다

머니투데이 최성근 이코노미스트 2020.06.22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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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 랜딩]2020년 대봉쇄(Great Lockdown) 경제위기는 과거 두 번의 위기와 뭐가 다를까

편집자주 복잡한 경제 이슈에 대해 단순한 해법을 모색해 봅니다.

/그래픽=김현정 디자인기자/그래픽=김현정 디자인기자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현재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가 겪는 경제위기는 전례 없는 수준이라며 오는 7월에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을 추가적으로 하향조정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16일 미 증권방송 CNBC의 보도에 따르면 기타 고피나스(Gita Gopinath) IMF수석 이코노미스트 겸 리서치 디렉터는 "(1930년대) 대공황(Great Depression) 이후 올해 처음으로 선진국과 신흥국이 함께 경기침체를 맞을 것"이라면서 "7월에 발표되는 경제 전망 업데이트에서 경제 성장 전망이 이 기존보다 더 악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IMF는 하반기에 코로나 사태가 어느 정도 종식되고 경제가 완만하게 반등한다는 전제 하에 올해 세계경제는 –3.0%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때의 대침체(Great Recession) 당시 세계경제성장률이 –2.5%였음을 고려하면 올해 세계경제가 금융위기보다 더 큰 충격을 받을 것으로 이미 예상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마저도 오는 7월에 추가 하향조정이 불가피하다고 하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세계경제가 받게 될 충격이 어느 정도가 될런지 현재로선 가늠조차 힘들다.



실제로 지난 1분기 OECD 국가들의 성장률만 보더라도 총 34개 국가들 중 한국과 미국을 포함한 30개 국가들이 전부다 전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게다가 최근 OECD가 내놓은 경제전망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 경제성장률은 –6.0%까지 하락하고, 37개 전회원국의 성장률은 하나도 예외없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IMF의 고피나스 이코노미스트는 2020년 경제상황에 대해서 “현재 위기는 대봉쇄(Great Lockdown)로 부르고 전 세계가 과거에 본 적이 없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처럼 현재의 경제위기를 대봉쇄라 칭할 수 있는 것은 그만큼 코로나19가 미치는 경제적 충격이 과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때의 대침체(Great Recession)나 1930년대의 대공황(Great Depression)에 버금가기 때문이다.

가깝게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원지는 세계경제를 주름잡던 미국이었다. 당시 미국에서 부동산 열풍과 함께 신용도가 낮은 이들까지 ‘서브프라임(Sub-prime) 모기지’를 통해 주택담보대출을 받고 이를 기초로 한 파생상품인 부채담보부증권(CDO) 등에 금융기관들이 대거 투자했는데, 결국 대출이 부실화되면서 리먼브러더스와 같은 당시 세계 4위 규모의 투자회사는 물론 굴지의 금융기관들이 연쇄 파산을 면치 못했다.


이처럼 금융기관들이 파산하자 천문학적인 규모의 자금이 일시에 증발했고, 일시에 발생한 신용경색으로 경제는 거의 마비 상태에 빠졌으며,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고 자금 조달과 상환이 어려운 기업들은 연쇄적인 파산 위험에 처했다. 또한 미국 경제에 의존했던 신흥국들을 포함해 전세계 국가들로 신용경색의 파장과 실물경제 위기가 전이되면서 이듬해인 2009년 세계경제 성장률은 –2.5%로 급락하고 말았다. 이렇게 미국에서 발생한 금융위기가 결국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를 촉발했다는 점에서 2008년 금융위기는 대침체(Great Recession)이라고 칭한다.

그런데 최근 OECD는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2020년 세계경제는 전례없는 위기로 역사를 거슬러 1930년대 대공황(Great Depression) 이후 가장 심각한 침체를 경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여기에서 언급된 1930년대 대공황의 진원지 역시 미국이었다. 미국은 비록 제1차 세계대전에서 승전을 했지만 이후 비약적으로 늘어난 생산력에 비해 구매력이 뒤따르지 못한 상황이 지속됐다. 결국 1929년 10월 ‘블랙먼데이’라 불리는 주식 대폭락 사태 이후 기업들이 문을 닫고 엄청난 규모의 실업이 발생하면서 소비가 침체되고 결국 기업의 투자·생산·고용까지 악화되는 전대미문의 불황이 찾아왔다.

그리고 이는 미국에 국한되지 않고 당시 대미수출에 의존했던 유럽경제도 미국경제의 불황과 교역 급감에 따른 충격으로 마찬가지로 경제가 공황상태에 빠지게 됐다. 더욱이 당시에는 지금처럼 중앙정부가 재정을 통해 개입하는 시스템이 아닌 시장의 기능에 100% 맡기는 자유방임주의 체제가 지배하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경제위기는 멈추지 않고 마치 쓰나미처럼 전세계를 수년간 삼켜버렸으며, 이러한 전세계적인 지독한 불황을 가리켜 대공황(Great Depression)이라고 부른다.

1930년대 대공황(Great Depression), 2008년 대침체(Great Recession)에 이어 인류는 2020년에 대봉쇄(Great Lockdown)라는 전혀 새로운 형태의 경제위기를 경험하고 있다. 특히 이번 대봉쇄 경제위기는 주로 신용경색 등에 따른 금융 부실이 결국 제조업 등 실물경제로 전이되면서 발생했던 과거 위기와는 달리 전염병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봉쇄조치(Lockdown)로 인해 제조업보다는 서비스업이 더 큰 타격을 입고 있으며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코로나19 팬데믹은 1차적으로는 ‘보건위기'(medical crisis)를 초래했지만 그에 대응하기 위해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여행제한 등 인적·물적 봉쇄조치들이 시행되면서 결국 전반적인 경제활동이 타격을 입게되면서 엄청난 충격의 경제위기(economic crisis)를 야기하고 말았다.

올해 대봉쇄 위기의 시작이 감염병에서 비롯된 만큼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 여부가 향후 경제 회복의 중대한 갈림길이 될 수밖에 없다. 대봉쇄 위기는 과거 때와 같이 금융경색이나 수요악화 등에 기인한 것이 아니므로 코로나19 감염병이 수그러드는 시점에 억눌렸던 소비나 투자가 그동안 풀린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급격하게 회복되는 ‘V’자 경기반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비약적으로 커진 경제규모와 글로벌 밸류체인 등 국가 간 심화된 상호의존도를 고려할 때 이번 대봉쇄가 세계경제에 미치는 충격파는 여타 경제위기보다 훨씬 클 수밖에 없다. 또한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불안감으로 당장의 소비보다는 저축을 늘리려는 성향이 높아져 결과적으로 경기 불황과 침체 상황이 장기화 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여기에 경기 부양을 위해 0%대로 떨어진 금리와 각 나라마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천문학적 규모로 풀린 유동성으로 부채 위험도가 크게 높아진 데다 부실한 좀비기업의 양산과 부채 부실화로 인한 ‘버블 붕괴’라는 리스크까지 도사리고 있다.

1930년대 전 세계경제를 암흑으로 만들었던 대공황, 2008년 전 세계 금융시장의 파국을 가져왔던 대침체에 이어 2020년 세계경제는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대봉쇄라는 더 센 위기를 맞닥뜨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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