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적은 없었다…철강 최악의 보릿고개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20.06.11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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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적은 없었다…철강 최악의 보릿고개


철강업계가 최악의 보릿고개에 직면했다. 일부 설비를 멈추고 사상 처음 휴업에 들어갈 만큼의 불황에 직면했지만 원료 비용은 오르고 있다. 자동차·조선 등 주요 고객사들 역시 업황 부진에 시달리면서 제품 가격을 올려받지 못하고 있다. 2분기 사상 최악의 실적이 우려되는 이유다.

1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들이 내놓은 포스코 (394,500원 ▲2,000 +0.51%)의 올 2분기 영업이익 평균 전망치는 전년보다 63% 감소한 3954억원이다. 현대제철 (31,500원 ▲50 +0.16%)은 134억원의 영업손실로 같은 기간 적자전환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현대제철은 2분기 영업손실이 현실화하면 3분기 연속 적자다.



일단 철강제품 수요가 쪼그라들었다. 수년간 이어진 글로벌 철강 경기 둔화에 코로나19발 충격까지 겹치며 대부분의 전방 산업이 위축된 탓이다. 특히 전체 철강제품 수요의 30%를 담당하는 자동차발 수요위축이 직격탄이 됐다. 지난 1분기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약 15% 급감했고, 2분기엔 감소폭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철강제품 수요가 위축에도 불구하고 제품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은 고공행진하는 기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중국 주요항 CFR(운임 포함 인도가격) 기준 주간 평균 철광석 가격은 지난 주 톤당 100.59달러를 기록하며 100달러 선을 또 다시 넘어섰다. 지난해 8월 이후 가장 높은 가격이다.

철광석 주요 산지인 브라질까지 코로나 감염이 확산되며 제대로 채굴이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철광석 채굴이 많은 지역에서 감염병이 확산되면서 생산 둔화는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제품 가격이라도 올려 수익성을 최대한 방어해야 하는데 이마저 여의치 않다. 전방산업도 힘들기 때문이다. 특히 조선업계와 연초부터 시작한 올해 상반기 후판가격 협상은 이달 들어서도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자동차 강판 가격 인상도 올해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 상황이 조직 혁신이나 비용 절감 등으로 돌파하긴 어렵다는 게 업계의 인식이다. 사상 처음 일부 유급휴업에 들어간 포스코와 15년만에 당진제철소 전기로 열연공장 가동을 중단한 현대제철은 물론 세계 3위 철강사 일본제철도 제철소 심장 격인 고로 3기를 멈출 정도여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변수와 미·중 갈등 탓에 글로벌 철강 수요 회복 시점을 짐작하기도 어렵다는 점이 문제"라며 "결국 악재가 걷히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2분기가 고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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