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 출신 英런던시장, 처칠 동상 앞서 갈등하다

머니투데이 임소연 기자 2020.06.10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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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시위, 유럽 '인종차별 상징물'들 쓰러트렸다

'반 인종차별' 시위가 미국에서 시작돼 세계 각국으로 퍼지면서 여러 서방국가에 남아있는 인종주의·제국주의 상징물들을 제거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 있는 윈스턴 처칠 전 총리 동상에 "인종차별주의자"라는 문구가 쓰였다/사진=AFP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 있는 윈스턴 처칠 전 총리 동상에 "인종차별주의자"라는 문구가 쓰였다/사진=AFP


지난 주말 영국 런던에 있는 윈스턴 처칠 전 총리 동상에 '인종차별주의자'라는 낙서가 쓰였다. 인종차별 항의 시위를 하는 시위대는 처칠 전 총리를 두고 "영연방의 식민주의를 옹호하기 위해 인종차별을 일삼았다"고 비판했다.



처칠 전 총리는 세계2차대전에서 영국을 승리로 이끈 인물이지만 인종에 대한 그의 견해를 놓고는 평가가 여전히 갈린다. 리차드 토이 영국 역사학자는 "처칠이 인종차별주의자라는 덴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그는 인도인은 짐승 같은 종교를 가진 짐승 같은 사람들이라고 했고 중국인에 대해서도 불쾌한 주장을 했다"고 했다.

이에 9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파키스탄 이민자 가정 출신인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은 "동상, 벽화, 거리 예술품, 거리명, 기념물 등을 검토하고 기념해야 할 유산은 과연 무엇인지 고려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공공영역 다양성 위원회'를 신설했다고 설명했다. 칸 시장은 이어 "우리나라와 런던은 많은 부를 과거 노예무역을 통해 쌓았고 그 흔적이 공공영역에 여전히 남아있다"며 "이는 불편한 진실"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윈스터 처칠 전 총리의 동상은 이번 검토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설명했다.

7일 브리스틀에서는 시위대가 17세기 악명높은 노예무역상 에드워드 콜스턴의 동상을 끌어내렸다. 시위대는 동상을 바닥에 끌어내린 뒤 무릎으로 콜스턴의 목을 누르며 아프리카계 미국인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 무릎에 제압당하던 순간을 재연했다. 콜스턴은 17세기 아프리카대륙에서 아메리카대륙으로 흑인 노예 8만 명 이상을 수송한 인물로 이를 통해 막대한 부를 쌓았다.

9일(현지시간) 영국 옥스퍼드에서 열린 시위에서 "세실(동상)은 내려와야 한다"는 플래카드를 들고 행진하고 있다/사진=AFP9일(현지시간) 영국 옥스퍼드에서 열린 시위에서 "세실(동상)은 내려와야 한다"는 플래카드를 들고 행진하고 있다/사진=AFP
영국 옥스퍼드에서는 남아프리카 케이프 식민지(Cape Colony) 다이아몬드 채광권을 독점하고 식민지 총리를 지낸 제국주의자 세실 로즈의 동상을 철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옥스퍼드의 거리에는 '로즈, 다음은 당신 차례'라는 현수막이 걸렸다.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는 18세기 내무장관을 역임한 헨리 던다스의 동상 철거 요구가 빗발쳤다. 던다스는 노예무역 폐지 법안을 밀어붙이던 의원들의 의견을 묵살하고 '아직 때가 되지 않았다'며 노예제 폐지를 지연시킨 인물이다. 법안이 지연된 15년간 63만 명의 노예가 영국으로 끌려왔다.

벨기에 안트베르펜에 있는 레오폴드 2세 동상이 빨간 페인트를 뒤집어썼다/사진=AFP벨기에 안트베르펜에 있는 레오폴드 2세 동상이 빨간 페인트를 뒤집어썼다/사진=AFP
벨기에선 레오폴드 2세의 동상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수만 명이 이 동상을 제거하라는 청원에 동의했고 일부 시위대는 동상에 빨간 페인트를 뿌리고 머리 위에 천을 덮어 "숨을 쉴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적었다.

레오폴드 2세는 1865년~1909년 벨기에를 통치하면서 식민지화 한 콩고민주공화국에서 끔찍한 인종 학살 및 학대를 한 것으로 기록돼있다. 콩고인 대략 1000만 명을 학살하고 콩고인들을 벨기에 '인간 동물원'에 전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벨기에 안트베르펜에 있는 또다른 왕의 흉상은 시위대에 의해 불에 타 공무원들이 박물관으로 옮겼다. 수도 브뤼셀에 있는 동상엔 "암살범"이라는 낙서가 쓰였다.

미국 버지니아주에 있는 로버트 리 전 남부연합군 총사령관 동상에 온갖 낙서와 함께 결집한 시위대 모습/사진=AFP미국 버지니아주에 있는 로버트 리 전 남부연합군 총사령관 동상에 온갖 낙서와 함께 결집한 시위대 모습/사진=AFP
미국에선 버지니아주에 있는 남북전쟁 당시 남부연합군 총사령관으로 활약한 로버트 리 장군 동상이 이번 시위 속에서 파괴돼 제거 작업 중이다. 랄프 노샘 주지사는 로버트 리 기념비를 제거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우리는 더 이상 잘못된 역사를 전파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로버트 리는 1861~1865년 미국 남북전쟁에서 남부연합군을 이끌며 '노예제'를 옹호했던 인물이다. 로버트 리 외에 다른 남부연합 관련 인물 기념물도 시위대에 의해 훼손됐다.

앞서 지난달 25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플로이드는 백인 경찰 데릭 쇼빈에게 진압되는 가운데서 목이 8분 가량 짓눌려 사망했다. 이로 인해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가 미국 전역으로 번졌고, 이어 유럽과 한국, 홍콩 등에서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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