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옥' 노사정대화, 최저임금 좌지우지?

머니투데이 세종=박경담 기자 2020.06.10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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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옥' 노사정대화, 최저임금 좌지우지?


코로나19(COVID-19) 극복을 위해 모인 '원포인트 노사정 사회적대화(노사정 대화)' 안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수준도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저임금 결정 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가 '패싱' 당할 가능성은 아직 크지 않다. 모든 노사정이 공감하는 사안은 아니어서다. 하지만 노사정 대화와 최임위 논의가 같은 시기에 굴러가고 있어 최저임금이 결국 사회적 대타협을 위한 '빅딜' 대상에 오를 여지도 있다.



최저임금도 '통 큰 합의'의 일부
(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 20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코로나 위기 극복 노사정 대화' 첫 회의가 열린 가운데 정세균 국무총리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회의 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헌신하는 의료진을 응원하는 '덕분에 챌린지'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용기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정 총리,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손경식 경총회장, 홍남기 경제부총리,문성현 대통령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장. 2020.5.20/뉴스1(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 20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코로나 위기 극복 노사정 대화' 첫 회의가 열린 가운데 정세균 국무총리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회의 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헌신하는 의료진을 응원하는 '덕분에 챌린지'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용기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정 총리,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손경식 경총회장, 홍남기 경제부총리,문성현 대통령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장. 2020.5.20/뉴스1
9일 노사정 대화에 참여하고 있는 한 인사는 "노사정 대화 실무 협의에서 최저임금도 의제로 다뤄야 한다는 얘기가 있다"며 "구체적인 최저임금 인상 폭을 결정할 순 없어도 언급은 할 수 있지 않겠냐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최임위 논의에 영향을 미칠 기준점을 제시해야 한다는 노사정 대화 내 기류가 있다는 의미다.



노사정 대화는 지난달 20일 처음 가동됐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한국노동조합총연맹,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등이 참여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2년 만에 노사정 대화가 완전체로 구성됐다.

최저임금을 노사정 대화에서 다루자는 건 최임위보다 체급이 높은 기구에서 '통 큰 합의'를 추진하자는 취지로 풀이된다. 최저임금을 노사정 대화 핵심 의제인 임금의 한 분야로 인식하고 협상 테이블에 올려도 어색하지 않다고 본 것이다.

달갑지 않은 최저임금위원회
(세종=뉴스1) 장수영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2021년도 최저임금을 놓고 사용자 측 과 근로자 측 모두 큰 변수가 생겼다.   30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내 최저임금위원회 모습.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현행 최저임금법 시행령에 따라 오늘 또는 31일까지 최저임금위에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할 계획이다.   최저임금위는 심의 요청을 받은 뒤 절차에 따라 최저임금을 의결하며 고용부 장관은 8월 5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확정·고시해야 한다. 2020.3.30/뉴스1(세종=뉴스1) 장수영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2021년도 최저임금을 놓고 사용자 측 과 근로자 측 모두 큰 변수가 생겼다. 30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내 최저임금위원회 모습.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현행 최저임금법 시행령에 따라 오늘 또는 31일까지 최저임금위에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할 계획이다. 최저임금위는 심의 요청을 받은 뒤 절차에 따라 최저임금을 의결하며 고용부 장관은 8월 5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확정·고시해야 한다. 2020.3.30/뉴스1

오는 11일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1차 회의를 여는 최임위는 달갑지 않게 받아들인다. 경영계, 노동계 등 이해당사자로 꾸려진 최임위를 존중하지 않는 주장이기 때문이다. 임승순 최임위 부위원장은 "최저임금 논의가 사회적 대화에서 비공식적으로 이뤄질 순 있겠으나 공식 의제로 오를 여지는 없다"고 말했다.

노사정 대화가 최저임금을 안고 가면 사회적 대타협은 더 험난해질 수 밖에 없다는 반론도 있다. 송보석 민주노총 대변인은 "최저임금은 공식 기관인 최임위에서 협의하는 게 맞다"며 "노사정 대화가 어렵게 진행됐는데 최저임금까지 의제로 오를 경우 논의는 더욱 더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모처럼 시작된 사회적 대화가 최저임금도 논의하면 난관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경영계 "동결" vs 노동계 "인상"
1991년 10월10일. 제3차 전체회의에서 노·사·공익 위원들이 최저임금(안)을 제시하는 모습 / 사진제공=최저임금위원회1991년 10월10일. 제3차 전체회의에서 노·사·공익 위원들이 최저임금(안)을 제시하는 모습 / 사진제공=최저임금위원회
다만 최저임금이 사회적 대화의 다른 쟁점과 묶여 패키지로 협상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권혁 교수는 "원포인트 노사정 대화에서 노사정 간 공감대가 있다면 최저임금에 대한 목소리도 낼 수 있다"며 "그렇더라도 최임위를 무력화하는 결과가 나오면 안된다"고 말했다.

내년도 최저임금 협상은 오는 29일까지 마쳐야 한다. 이 법정 시한은 지키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최종 타결은 고시 기한인 8월 5일을 앞둔 다음 달 예상된다.

최저임금은 문재인정부의 '2020년 1만원 달성 공약'을 뒷받침하기 위해 2018, 2019년에 전년 대비 10% 넘게 올랐다. 하지만 올해 최저임금 인상 폭은 2.87%로 떨어졌다. 가파른 인상이 오히려 저소득층 일자리를 줄였다는 지적을 반영해서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두고 경영계는 소폭 인상 또는 동결을 외치고 있다. 노동계는 일정 수준 이상 올려야 한다고 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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