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김동관의 '뉴 한화'…키워드는 태양광·수소

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안정준 기자 2020.06.0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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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G20 비즈니스서밋 현장서 포착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사장./사진=머니투데이DB2010년 G20 비즈니스서밋 현장서 포착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사장./사진=머니투데이DB


김동관의 한화, 美 '니콜라' 손잡고 수소차 시장 본격 진출
한화그룹이 주력인 태양광과 함께 수소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낙점했다. 미국에서 '제2의 테슬라'로 불리는 수소전기차업체 니콜라모터스(이하 니콜라)와 손잡고 수소차 및 수소 인프라 사업에 본격 진출한다.

한화그룹 3세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사장이 태양광에 이어 그룹의 수소사업 진출까지 진두지휘한다. 한화그룹은 내년 김승연 회장 복귀와 함께 본격화할 '제로 에미션(폐기물 배출 제로)' 혁신의 토대를 탄탄히 다질 수 있게 됐다.



8일 한화는 미국 수소트럭업체 니콜라의 나스닥 상장과 함께 수소사업에 본격 진출한고 밝혔다.

한화는 2018년 한화에너지·한화종합화학을 통해 니콜라에 1억달러(1200억원)를 투자했다. 니콜라가 지난 4일 벡토IQ와 합병하며 나스닥에 상장했다. 한화가 보유한 니콜라 지분(합병법인 기준 6.13%) 가치는 1년6개월 만에 7억5000만달러(9000억원)로 늘었다.



한화에 따르면 니콜라는 1만4000대 이상의 수소트럭을 이미 수주한 상태다. 피닉스 인근에 조성 중인 공장은 2023년부터 양산에 들어간다. 니콜라는 또 2027년까지 미국·캐나다에서 800여개의 수소충전소를 지을 방침이다.

한화는 △한화종합화학의 수소충전소 운영 △한화에너지의 수소충전소용 태양광발전 전력 공급 △한화큐셀의 수소충전소용 태양광 모듈 공급 △한화솔루션의 수소충전소와 수소트럭용 수소탱크 공급 등으로 니콜라와 사업 협력을 벌인다.

니콜라는 미국에서는 테슬라의 잠재적 라이벌 격인 유망 수소기업이다. 회사명도 에디슨의 라이벌인 니콜라 테슬라 박사의 성과 이름에서 따왔다. 그 후계자를 자처하는 기업들이 미래 모빌리티시장을 놓고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셈이다. 한화 뿐 아니라 현대차도 니콜라와 사업 협력을 추진 중이다.


한화-니콜라 연결고리의 한 가운데에는 오너 3세인 김동관 부사장이 있다. 한화는 2018년 당시 벤처 스타트업이던 니콜라 투자를 결정했지만 확실한 정보가 부족했다. 김 부사장이 10여년간 태양광 사업을 담당하며 만든 미국 네트워크를 풀 가동해 정보수집에 나섰다.

김 부사장은 최종 의사결정을 앞두고 실무진과 니콜라 창업주 트레버 밀턴을 직접 만났다. 비슷한 또래인 두 사람은 "온실가스 배출 제로가 목표"라는데 의기투합했다. 한화의 궁극적 목표인 '제로 에미션' 혁신에 니콜라는 최적의 파트너였다.

김 부사장이 이처럼 경영 전면에서 활약하는 것은 한화그룹 혁신 로드맵 측면에서도 의미가 깊다. 한화는 김승연 회장이 내년 2월 이후 등기임원 제한 해소와 함께 경영에 복귀할 공산이 높다. 김 회장 경영 복귀와 동시에 큰 틀의 혁신을 추진할 발판을 장남인 김 부사장이 미리 마련해놓는 모양새다.

한화 관계자는 "김 부사장과 밀턴 사장은 지금도 수시로 연락하고 있다"며 "수소생태계 진출 기반을 확보한 만큼 기후변화에 더 적극적인 대응을 통해 태양광과 수소를 아우르는 신재생에너지 기업으로 한화를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 '제로에미션 혁신' 새 동력은 수소였다
김승연·김동관의 '뉴 한화'…키워드는 태양광·수소
한화그룹 '제로 에미션(폐기물 등 배출 제로)' 혁신의 새로운 키워드는 바로 수소였다. 태양광 모듈사업 세계 1위 한화가 수소경제를 통한 '퀀텀점프' 준비를 마쳤다. '제2의 테슬라'로 통하는 니콜라는 이를 위한 미국시장 교두보다. 니콜라를 통해 수소 밸류체인(가치사슬) 전반을 아우른다는 구상이다.

◆기업가치 7배 급증, 한화는 왜 니콜라를 선택했나

8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이 투자한 미국 수소트럭 업체 니콜라의 기업 가치가 1년 반 만에 7배 이상 급증했다. 한화그룹이 신재생에너지 포트폴리오의 한 축으로 육성해 온 수소사업이 미국에서 본격 도약할 시점이 임박했다는 평이 나온다.

니콜라의 가치 급등은 최근 이 회사가 추진 중인 수소 사업 규모를 감안하면 놀라운 일이 아니다.

니콜라는 2015년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2018년과 2019년 한화, 독일 보쉬, 이탈리아 CNH 인더스트리얼(이베코 트럭 제조사) 등으로부터 초기 투자를 받아 수소 1회 충전으로 1200마일(약 1920km)을 갈 수 있는 수소 트럭(FCEV)과 유럽을 겨냥한 전기 배터리 트럭(BEV) 등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미국 피닉스 인근인 쿨리지에 최첨단 제조 공장을 짓고 있는데 이르면 2023년 수소 트럭을 양산할 계획이다. 이미 100억달러(약 12조원)가 넘는 1만4000대 이상의 수소 트럭을 선주문 받아 놓은 상태다.

사업 범위는 수소 트럭 제조에 그치지 않는다. 미국과 캐나다 전역에 2027년까지 수소 충전소 800여개를 지을 예정이다. 버드와이저를 생산하는 세계적 맥주회사인 앤호이저 부시 인베브와는 이미 수소 트럭을 이용한 물류 대행 계약을 체결했다.

업계 관계자는 " 수소기반의 자율 주행 트럭으로 전 세계의 물류 인프라를 완전히 바꾸겠다는 것이 니콜라의 포부"라며 "청사진이 수소트럭 수주를 통해 구체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승연·김동관의 '뉴 한화'…키워드는 태양광·수소
◆한화, 니콜라 통해 수소산업 본격진출

한화종합화학은 니콜라 수소 충전소 운영권을 확보했다. 한화에너지는 니콜라 수소 충전소에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한 전력을 우선적으로 공급할 권한도 가졌다.

'수소 에너지 기반' 자율 주행 트럭 사업은 니콜라가 추진하되, 수소 생산단계인 업스트림(upstream), 저장 및 수송단계인 미드스트림(midstream), 사용 단계인 다운스트림(downstream) 등 수소 밸류체인 전반을 실제로 돌리는 것은 한화그룹이 될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룹은 이를 위한 기술적 준비를 일찌감치 마련해 뒀다. 한화솔루션 케미칼부문은 물을 전기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수전해 기술을 3년 전부터 자체 개발 중이며, 한화솔루션 첨단소재부문은 지난해 수소 충전소용 탱크나 트럭용 수소 탱크 공급 기술을 확보했다.

한화큐셀(한화솔루션 큐셀부문)은 수소 충전소에 태양광 모듈 공급이 가능한 상태다. 국내에서는 한화에너지가 세계 최초, 최대 부생수소 발전소를 이달부터 가동했다.

◆태양광 혁신 위에 수소 더한다

한화가 발빠르게 수소 시장으로 영역을 넓힐 수 있었던 건, 태양광 사업 토대를 일찌감치 닦아둔 덕이다. 한화는 2010년 태양광 사업에 진출했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사장 주도로 뚝심있는 투자를 진행해 글로벌 1위 태양광 모듈 업체로 올라선 상태다.

코로나19(COVID-19) 위기 속에서도 올해 1분기 한화솔루션 태양광 부문 영업이익률은 태양광 사업 진출 후 가장 높은 11.1%를 기록했다. 태양광 사업에서의 성공을 토대로 신재생에너지 영역에서 태양광 사업을 뒷받침할 다른 기회를 찾을 여력이 충분했다는 것이 재계 분석이다.

특히 내년으로 예상되는 김승연 그룹 회장의 복귀를 앞두고 제로 에미션 혁신의 토대를 닦았다는 점에서 수소사업 진출의 의미가 더 크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한화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태양광이 끌고 수소가 뒷받침하는 형태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며 "수소 생산에 태양광 전력 생산이 기여할 부분이 있는 만큼, 태양광과 수소의 시너지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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