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 초읽기 들어간 일본…전문가 "대일의존도 더 낮춰야"

머니투데이 세종=김훈남 기자 2020.06.04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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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보) 수출품 규제, 관세 인상, 일본 진출 금융사 불이익 등 거론

강제동원 피해자 이춘식 할아버지와 양금덕 할머니 등 참석자들이 지난해 10월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대회의실에서 열린 '10·30 일제 강제동원 배상판결 1년' 강제동원 피해자의 인권 피해회복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에서 손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뉴스1강제동원 피해자 이춘식 할아버지와 양금덕 할머니 등 참석자들이 지난해 10월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대회의실에서 열린 '10·30 일제 강제동원 배상판결 1년' 강제동원 피해자의 인권 피해회복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에서 손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뉴스1


우리 사법부가 일본 전범 기업 자산 매각에 본격 착수하자 일본 정부는 즉각 반발했다. 지난해 7월 수출 규제에 이어 일본 행정권한이 미치는 범위에서 수출 제한과 관세 인상 등 제2의 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일본 기업에 대한 자산현금화가 가능한 시점은 올해 8월로 두 달이 남은 만큼 우리 정부와 기업의 철저한 대비가 필요해 보인다. 근본적으로 대일 의존도를 낮추려는 노력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4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대구지법 포항지원은 신일철주금(현 일본제철)을 상대로 채권압류명령결정 정본 등을 수령하라는 공시송달 결정을 내렸다. 공시송달은 재판 절차상 당사자가 관련 서류를 수령하거나 확인하지 않을 때 내리는 결정으로 일정기간이 지나면 서류를 받은 것으로 간주한다.



법원은 올해 8월4일 0시까지 공시송달 기한을 정했다. 송달기간 이후에는 소송서류를 받은 것으로 간주한다. 신일철주금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채권압류명령을 수용한 것으로 간주하고 국내 자산의 현금화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일본 정부와 언론은 즉각 반발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정례브리핑에서 "압류된 일본 기업 자산의 현금화는 심각한 상황을 부른다"고 말했다. 산케이신문 등 일본 언론은 "일본 정부가 두자릿수에 달하는 대응조치를 검토하고 있다"며 보복 가능성을 보도했다.



국내 전문가들도 일본의 경제적 보복조치 가능성을 높게 치고 있다. 지난해 7월 고순도 불화수소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필수 3대 소재에 대한 수출 규제를 한 것처럼 일본 정부의 행정규제권 안에서 조치를 발동할 수 있다는 것.

정부 부처 안팎에선 일본이 지난해 수출 규제 사례처럼 국내 기업의 일본의존도가 높은 수출품에 대한 규제, 일본을 오가는 상품에 대한 관세 인상 등을 예상한다. 일본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금융사 등 규제산업에 대한 불이익도 유력한 카드 중 하나다.

일본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에 대한 자산을 직접 손대는 보복은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지난해 7월 수출규제 당시 일본은 징용배상 판결이라는 명분 대신 △한일 정책대화 중단 △재래식 무기에 대한 캐치올 통제 미흡 △수출관리 조직과 인력의 불충분 등 세가지 사유를 들었다.


우리 법원의 판결에 대한 보복이라는 사실을 공식적으로는 인정하지 않은 셈이다. 강제징용 판결처럼 일본에서 진행한 판결이나 분쟁 등 명분과 법적근거가 없는 한 일본 내 우리기업의 자산에는 직접 보복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2차 보복조치가 나오더라도 강제 징용 판결이나 판결 집행 같은 직접적 원인 대신 '핑계'를 찾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현 시점에서 일본 보복 카드를 확인할 순 없지만 신일철주금에 대한 공시송달 기한 2달 동안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일본 의존도가 높은 수입품목에 대한 국산화 혹은 공급선 다변화로 의존도를 낮추고 일본 현지 행정 규제 가능성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일본 현지에 진출한 금융산업 등 행정규제 영향이 큰 산업을 중심으로 일본의 보복 시나리오를 검토해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국제통상전문인 법무법인 수륜의 송기호 변호사는 "강제징용 판결과 집행이 논리적으로 연결돼있긴 하지만 국내 판결에 대한 보복조치는 일본 내에서도 법적 근거가 없다"며 "일본의 행정권한이 미치는 범위에서 보복이나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아직 일본의 보복 조치 방침을 확인한 건 없고 동향을 살펴보고 있다"며 "(일본의 추가조치 등) 상황에 따라 대응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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