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언주 "오거돈 영장 기각? 대한민국 여성 우습게 보나"

머니투데이 구단비 기자 2020.06.0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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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주 전 미래통합당 의원./사진=뉴스1이언주 전 미래통합당 의원./사진=뉴스1


강제추행 혐의를 받는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구속 위기를 모면한 가운데 변호사 신분으로 돌아온 이언주 전 미래통합당 의원이 신랄히 비판했다.

이 전 의원은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 전 시장의 구속영장 기각에 대해 "대한민국 여성들을 우습게 보다 못해 아예 대놓고 비웃는다"며 "이게 말이 되냐"고 썼다.



이어 "이런 상황을 보면서 찍소리도 못하고 가만히 있는 게 말이 되냐. 죄가 중대하나 증거가 확보돼 기각한다니 장난하냐"며 "뭐가 확보됐나. 언제부터 우리나라가 그렇게 불구속수사원칙에 충실했나"고 되물었다.

또한 "범죄가 중대하다면서도 불구속할 정도였나, 증거가 확보됐다는 것도 하나 드러난 게 전부라고 생각하냐"며 "성폭력 사건 특성상 피해자는 진실을 밝히기 두려워하는데 압박을 뚫고 겨우 입을 열기 시작했더니 멀쩡히 석방되냐"고 지적했다.



그는 "영장을 기각한 판사가 비상식적이든지 영장을 청구한 수사기관이 시늉만 한 거든 지 둘 중 하나"며 "상식을 벗어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 전 시장이 이전에도 범행을 저질렀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전 의원은 "광역시장이란 자가 집무실에서 자기 밑에 있던 어린 여성을 대담히 추행하다니 설마 그 짓을 처음 했다고 믿냐"며 "만약 상습범이라면 그래도 증거가 다 확보됐다고 수사에 문제가 없다고 할 거냐"고 했다.

또한 "이렇게 영장을 기각해 멀쩡히 걸어 나오면 혹여 밝혀지지 않은 사건의 피해자들, 공포에 떨고 있는 피해자들은 어쩌란 말이냐"며 "결국 이 점을 보더라도 사건을 축소할 의도가 명확히 드러났다"고도 말했다.


이 의원은 "불안과 공포에 떨다 겨우 용기 내 신고했더니 최초 신고 기관은 되려 가해자를 감싸고 이제 사건이 드러나 진실이 밝혀지고 자신이 당당해질 수 있으리라 기대했더니 영장을 기각했다"며 "피해자의 인권은 무참히 짓밟혔다. 성적 감수성의 잣대조차 지위고하에 따라 다른 모양"이라고 호통쳤다.

더불어 "남자친구인지 배우자인지 누군가가 부산시청에서 항의하고 소란을 일으켰다는 풍문까지 있던데 그랬다면 경찰 정보관을 비롯해 은폐하고 덮었던 공직자도 다 수사 대상 아니냐"며 "성추행 당사자가 불구속 상태되면 누가 제대로 진실을 말하겠냐. 사건을 덮기 위해 인사를 불리하게 하는 직권남용의 정황은 어떻게 볼 것이냐"고도 했다.

마지막으로 "수사기관은 즉각 보완해 영장청구를 다시 하지 않으면 국민들은 영장청구도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의심할 것"이라며 "관련 사건뿐만 아니라 오 전 시장의 직권남용, 사건 은폐에 연루된 사람들도 다 조사해 엄히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전 시장은 4월 직원 성추행 사실을 실토하며 시장직을 내려놓은 지 40일 만인 지난 2월 부산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소했다.

오 전 시장 측은 범행은 모두 인정하면서도 당시 상황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 측은 오 전 시장이 피해자를 집무실로 부른 이유, 일련의 행동과 말 등을 미뤄 계획적인 범행이라고 봤지만 법원은 불구속 수사 원칙과 증거 확보 등을 이유로 오 전 시장의 영장을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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