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멈추니 돌아온 맑은 하늘…미세먼지 얼마나 줄었나 봤더니

머니투데이 기성훈 기자, 세종=박경담 기자 2020.06.0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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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코로나의 역설' 맑은 하늘 간직하려면…(上)

편집자주 코로나19(COVID-19)로 인간의 활동이 멈추자 푸른 하늘이 되돌아왔다. 이른바 '코로나의 역설'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3월까지 시행된 '계절관리제'의 영향으로 미세먼지가 줄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코로나19로 인해 공장과 차량이동이 멈추면서 중국, 한국의 대기 질이 개선된 점을 고려할 경우 진짜 '계절관리제'의 효과는 내년에야 판가름 날 전망이다. 맑고 깨끗한 하늘을 위한 지속적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일상이 멈추니 맑은 하늘이 보였다…코로나19가 미세먼지 백신
히말라야 산맥사진./사진제공=뉴스1히말라야 산맥사진./사진제공=뉴스1


"히말라야 산맥이 보인다." 인도 북부 펀자브주 주민들은 약 30년 만에 히말라야 산맥의 모습을 다시 보게 돼 감격스러워했다.

인도 북부 펀자브주 잘란다르 지역에서 약 200km 떨어진 히말라야 산맥이 본자태를 드러냈다. 이처럼 거대한 히말라야 산맥이지만 그동안 뿌연 공기에 가려 볼 수 없었다. 인도 정부의 다양한 노력도 소용이 없었다. 하지만 코로나19(COVID-19)로 봉쇄령을 실시하자 자연은 거짓말처럼 되살아났다.



한국도 같은 경험을 했다. 여느때와 달리 올해 1분기(1~3월) 하늘은 '파란색'이었다. 수도권에만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12차례 내려진 지난해 1분기와 180도 달라졌다. "3일은 추위, 4일은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린다"는 겨울철 '삼한사미(三寒四微)'도 사라졌다.

전국 대부분 미세먼지 농도가 '좋음'을 나타내고 있는 지난 2월 오후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에서 바라본 하늘이 파랗게 보이고 있다./사진제공=뉴스1전국 대부분 미세먼지 농도가 '좋음'을 나타내고 있는 지난 2월 오후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에서 바라본 하늘이 파랗게 보이고 있다./사진제공=뉴스1


코로나19로 교통량과 공장 배출 오염물질이 줄어든 탓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코로나19가 미세먼지엔 '치료제'였다. 물론 코로나19 때문만은 아니다. 올해 처음 실시한 미세먼지 계절관리제(2019년 12월~2020년 3월)의 영향도 있다.

문제는 앞으로 이러한 맑은 하늘을 유지할 수 있느냐다. 일시적으로 줄었던 오염물질이 올해 겨울 다시 폭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세먼지 없는 맑은 하늘을 계속 보려면 중국 등 외부요인 관리와 미세먼지 배출 저감 및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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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멈추니 돌아온 맑은 하늘…미세먼지 얼마나 줄었나 봤더니
4년 전보다 초미세먼지보다 20%↓…농도도 30% '뚝'

미세먼지는 얼마나 줄었을까. 3일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에서 올해 3월 국내 초미세먼지(PM 2.5) 배출량은 최신 국가통계인 2016년(4개월 평균치)에 비해 2만2000톤 가량(19.5%) 감소했다.

같은 기간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전년 동기 대비 약 27%(33→24㎍/㎥)가 줄었다. 초미세먼지 농도가 36㎍/㎥ 이상인 '나쁨' 일수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전국 평균 2일이 감소했다.

특히 코로나19가 본격화한 지난 2~3월에 미세먼지가 눈에 띄게 감소했다. 전국 평균농도 개선 효과는 계절관리제 시행 전반기(12~1월)에 1.4㎍/㎥, 후반기(2~3월)에 2.5㎍/㎥로 나타나, 전체기간 동안 약 1.9㎍/㎥가 줄어들었다.

외부요인도 대기 질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국내 평균기온이 평년에 비해 약 2.4도 높아 난방 수요가 감소한 점이 영향을 미쳤다.

중국의 미세먼지 배출 감소도 큰 도움이 됐다. 중국 생태환경부 및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중국 전역의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49㎍/㎥로, 전년 대비 11% 감소했다. 중국도 징진지(베이징·톈진·허베이)와 주변 지역에서 국내 계절 관리제와 유사한 추·동계 대책을 했다. 여기다 코로나19로 공장이 멈추는 등 경제 활동이 위축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허가형 국회예산정책처 경제분석관은 "미세먼지 개선 효과는 코로나19 에 따른 국내외 생산활동 위축, 기상상황, 정책효과 등 복합적인 요인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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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19' 관건…"계절관리제 분석+다양한 배출원 확인해야"

정부는 코로나19 이후 차기 계절관리제의 강력한 추진으로 정책효과를 지속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본다. 중국 등이 경제 활동을 재개하면 오염물질 배출량이 늘어나고 대기 질이 다시 나빠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먼저 첫 계절관리제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계절관리제가 미세먼지 저감에 미친 효과를 명확히 산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박록진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계절관리제 도입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는지를 분석하는 것이 앞으로 정책 수립에 있어 기본이 돼야 한다"면서 "과학적 연구를 통한 검증으로 다양한 정책을 하면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2전국 대부분 미세먼지 농도가 '좋음'을 나타내고 있는 지난 2월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에서 바라본 하늘이 파랗게 보이고 있다./사진제공=뉴스12전국 대부분 미세먼지 농도가 '좋음'을 나타내고 있는 지난 2월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에서 바라본 하늘이 파랗게 보이고 있다./사진제공=뉴스1
각 지역 여건과 배출원 특성에 맞게 맞춤형 계절관리제 정책도 요구된다. 자동차 등 운송수단, 발전소·산업 생산시설·폐기물 처리시설 등 기존 배출원뿐만 아니라 중소사업장 등 미세먼지 생성에 관련하는 배출원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박 교수는 "국내 배출량 통계를 어떻게 정확하게 상세화할 수 있을지 고민해봐야 한다"면서 "중국과의 공동 연구 등 동북아시아 국가 간 협력 연구 강화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물질 국가통계 관리 강화하기로 했다. 대기오염물질 배출과 관련한 국가통계 생산과정에 민간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국가 대기오염물질 배출정보 관리위원회'가 최근 출범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미세먼지 대책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통계의 신뢰도와 신속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중국의 실질적인 미세먼지 감축 성과도 더욱 높일 수 있도록 중국과의 협력구조를 공고히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기성훈, 세종=박경담 기자





다시 공장 돌리는 중국, '미세먼지 공습' 시작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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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초미세먼지(PM2.5) 중 32%는 중국에서 비롯된 것이며, 국내에서 발생한 것은 절반에 불과하다."

지난해 11월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이 '동북아 장거리 이동 대기오염물질 국제 공동연구(LTP)' 요약 보고서에서 밝힌 내용이다. 이 보고서는 2000년부터 2017년까지 한·중·일 3국의 대기오염물질과 초미세먼지에 대한 추적 관측을 한 결과를 담았다. 중국이 우리나라 미세먼지의 주요 발원지로 꼽히는 것을 보여주는 정부 차원의 첫 공식 연구다.

중국은 미세먼지가 심한 국가다. 글로벌 대기오염 조사기관인 에어비주얼이 발표한 '2018 세계 대기질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연평균 초미세먼지가 41.2㎍/㎥로 12위에 올랐다. 전체 조사국 중에서 우리나라는 27번째로 오염도가 높았다.

중국도 심각한 대기오염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이에 중국도 2013년부터 강력한 환경보호 정책을 펴고 있다. 중국 당국은 5년 중·장기 계획으로 ‘대기오염방지 행동계획(대기 10조)’을 진행했다.

'대기 10조'는 중국의 심각한 대기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최초의 종합관리 행동계획이다. 중국 현황에 적합한 대기오염방지 로드맵을 확정하고, 종합통제관리 및 구역연합통제의 새로운 메커니즘을 구축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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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부터는 ‘푸른 하늘 보위전(保衛戰)’이 펼쳐지고 있다. 대기10조의 업그레이드 판이다. 미세먼지로부터 푸른 하늘을 지키기 위한 전쟁이다. 푸른 하늘 보위전은 '대기10조'의 성과를 기반으로 권역별 도시대기질 개선에 초점을 둔다.

세부적으로 도시단위의 권역별 통합관리, 추동계 기간 6개월(10월부터 다음 해 3월)간 계절관리제 도입, 초미세먼지의 2차 생성물질에 대한 관리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 결과 중국의 공기 질이 개선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베이징 PM2.5 연평균농도가 2013년 89.5㎍/㎥에서 지난해 42㎍/㎥으로 개선됐다.

문제는 코로나19 이후 중국 정부가 경제 활성화를 위해 대기규제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양명식 전 한·중환경협력센터장이 발표한 국가기후환경회의의 '중국 대기관리정책 전환의 배경과 목표' 리포트에 따르면 최근 중국은 △환경보호세 납부 연기 △환경위법 행위자 미처벌 △배출시설 시정기한 연장 △오염배출허가증 기한 만료 시 유예 등의 조치를 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환경보다 경제성장에 더 관심을 두면서 그동안 다소 개선됐던 공기 질이 다시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양 센터장은 "중국 정부는 코로나19와 대기오염관리를 병행하고 있다"며 "중화학공업 위주의 산업구조, 석탄 위주의 에너지 구조, 도로운송 위주의 운송구조 등 구조적 문제가 여전히 있다"고 지적했다.

기성훈, 세종=박경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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