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확보전 벌이던 대기업, 한숨 돌렸다

머니투데이 양성희 기자 2020.06.02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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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소재 우리은행 영업점 모습/사진=김휘선 기자서울 중구 소재 우리은행 영업점 모습/사진=김휘선 기자


코로나19(COVID-19) 사태에 대처하기 위한 대기업들의 선제적 유동성 확보가 일단락된 것으로 보인다. 폭증하던 대기업 대출이 지난달부터 주춤해진 것이다. 시장에서 유동성을 끌어올 수 없었던 대기업들도 채권단으로부터 긴급 수혈을 받아 급한 불을 껐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대기업 대출 잔액은 88조9027억원을 기록했다. 전월대비 3952억원(0.45%) 늘었다.



증가폭은 최근 몇 달과 비교했을 때 확연히 줄었다. 코로나19 영향이 거셌던 3월과 4월엔 전월대비 증가액이 각각 8조949억원(10.85%), 5조8052억원(7.02%)을 기록했다. 3~4월엔 대기업이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인 한도대출에서 실제로 돈을 끌어다 쓰면서 대출 증가세가 가팔랐다. 당시 코로나19 확산과 더불어 유동성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현금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대기업까지 은행 문을 두드린 건 자금을 조달할 방법이 대출 외엔 없었기 때문이다. 회사채 발행 등 카드를 쓰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금융권은 정부당국의 채권시장 안정화 조치 등으로 최근 들어 시장여건이 나아지면서 대출 증가세도 누그러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달부터는 일단 시장을 좀 지켜보려는 분위기가 생겨났다”고 했다. 또다른 은행 관계자는 “급전이 필요한 곳들은 이미 한도 안에서 대출을 많이 받아갔다”며 “계속해서 현금화할 이슈는 사라진 상태”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대기업에선 유동성 우려가 ‘기우’였던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대기업 관계자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미리 현금 확보에 나선 것이지 당장 자금 사정이 어려웠던 건 아니다”고 말했다.

유동성 부족에 직면했던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종합항공사(FSC)와 두산중공업 등은 채권단의 지원을 받으면서 위기에서 일단 벗어났다.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은 지난 1일 두산중공업 경영정상화 방안을 확정하고 원활한 정상화 작업을 위해 1조2000억원을 추가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채권단이 두산중공업에 투입한 자금총액은 3조6000억원이다. 앞서 지난 4월 채권단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각각 1조2000억원, 1조7000억원을 각각 지원했다.

한편 중소기업, 개인사업자 대출 역시 증가폭이 3~4월에 비해 둔화했다. 지난달 5대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각각 471조3620억원, 253조9712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대비 각각 7조4328억원(1.60%), 3조6631억원(1.46%)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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