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 법안, '1호'로 처리됐을까

머니투데이 이해진 기자 2020.06.02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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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장세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실 직원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 앞에서 오는 30일 개원하는 21대 국회의 ‘1호 법안’ 제출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28일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제21대 국회 개원 법률안 접수 관련 공지’를 통해 임기 개시일인 30일이 주말인 탓에 본청 의안과 의안접수센터 방문을 통한 서면발의 및 입안지원시스템을 통한 전자발의 모두 업무 개시일인 다음달 1일 오전 9시부터 가능하다고 밝혔다. 2020.05.29.   photothink@newsis.com[서울=뉴시스] 장세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실 직원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 앞에서 오는 30일 개원하는 21대 국회의 ‘1호 법안’ 제출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28일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제21대 국회 개원 법률안 접수 관련 공지’를 통해 임기 개시일인 30일이 주말인 탓에 본청 의안과 의안접수센터 방문을 통한 서면발의 및 입안지원시스템을 통한 전자발의 모두 업무 개시일인 다음달 1일 오전 9시부터 가능하다고 밝혔다. 2020.05.29. [email protected]


새 국회 첫 법안에는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쏠리기 마련이다. 몇몇 의원은 보좌진에게 4박5일 밤샘 보초를 세운 끝에 원하는 그림을 얻기도 한다.

여야 구분할 게 없다. 이렇게 접수된 1호법안, 처리도 ‘1호’로 됐을까.



역대 1호 법안 성적을 보면 그리 좋진 않다. ‘1호’ 타이틀에 매달리다 설익은 법을 내놓아 처리가 더디거나 자동폐기 된 경우가 대다수다.

20대 국회에선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밤샘 끝에 ‘통일경제파주특별자치시의 설치 및 파주평화 및 파주평화경제특별구역의 조성·운영과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1호 법안으로 등록했다. 지역구인 파주를 경제특구 지역으로 지정하는 내용이다.



법안은 외교통일위원회에서 법안심사소위원회에 5차례, 전체회의에 1차례 올랐으나 끝내 자동폐기 됐다. 외통위 수석전문위원은 당시 검토 보고서에서 법안에 대해 “현 남북 관계 상황, 특구 지정에 관한 관련 부처의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19대 국회 ‘1호 법안’은 당시 새누리당 비례대표 김정록 의원의 ‘발달장애인 지원 및 권리보장에 관한 법률안’이다. 이 법안은 대안이 반영돼 2년 뒤 폐기됐다.

18대 국회에선 이혜훈 당시 한나라당 의원의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이 1호 법안으로 접수됐다. 이 개정안은 1가구 1주택자에게는 종부세를 면제해 주자는 내용이 핵심이다.


투기목적과 관계없이 주택을 구입한 1가구 주택 소유자들에게까지 지나친 세금 부담의 고통을 안겨줘선 안 된다는 취지다. 당시 ‘강부자(강남부자를 위한)의원이냐’는 일부 지적을 받기도 했다.

당시 이 의원은 1호 법안 기록을 차지하기 위해 18대 국회가 열리기 전날 밤 새벽부터 밤을 새우며 기다렸다가 개원 첫날 오전 9시 정각에 의안과에 가장 먼저 법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이 개정안 역시 대안 반영 폐기로 처리됐다. 대안으로 통과된 위원장 안에서는 1주택 1가구 소유자에 대한 종부세 면제 대신 만 60세 이상 또는 5년 이상 장기보유 1세대 1주택자에 대한 세액 공제가 신설됐다.
서울=뉴시스】홍찬선 기자 = 20대 국회개원을 하루 앞둔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 앞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정 의원과 새누리당 배덕광 의원 보좌관들이 1호 법안을 제출하기 위해 밤샘대기를 하고 있다. 2016.05.29.서울=뉴시스】홍찬선 기자 = 20대 국회개원을 하루 앞둔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 앞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정 의원과 새누리당 배덕광 의원 보좌관들이 1호 법안을 제출하기 위해 밤샘대기를 하고 있다. 2016.05.29.
당론 1호 법안이라고 사정이 크게 다르지는 않다.

20대 국회 개원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이 ‘1호 당론’ 법안으로 발의한 ‘청년 기본법 제정안’은 쟁점 법안이 아니었음에도 올해 1월에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초선의 신보라 의원이 당 의원 122명 전원의 서명을 받아 당론 1호법안으로 제출했다.

청년기본법은 소관 부처 및 지방자치단체별로 산재돼 있는 청년 정책의 통합적, 체계적 추진과 함께 청년의 정책 참여를 제고하기 위한 법이다. ‘청년’을 19~34세로 정의하고 대통령령으로 ‘청년의 날’을 지정토록 했다. 국회 개원 첫날 접수됐지만 임기 마지막이 돼서야 국회 문턱을 넘었다.

국민의당은 당론 1호 법안으로 ‘5·18특별법’을 제출했지만 자동폐기 됐다. 2017년 바른정당이 출범하면서 1호 법안으로 발의한 ‘국회의원 국민소환법 제정법’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반면 꼭 1호 법안이 아니어도 우수법안으로 선정된 법안들을 살펴보면 타이밍이 시의적절했거나, 비교적 논리가 탄탄했다.

국회 사무처가 최근 20대 국회가 처리한 법 8000여개 가운데 우수법안이 무엇인지 국회 상임위와 참여연대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유치원 3법’, ‘주 52시간제’, ‘ 상가임차인 보호강화법’이 꼽혔다. 세 법의 공통점은 국민 삶의 질을 나아지게 하고, 상대적으로 소외받는 이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내용을 담았다는 데 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호 법안이 그 상징성으로 주목 받곤 했지만 그 내용과 성과까지 담보하지는 못했다”며 “법안 발의 이후로도 법안 통과를 위한 상임위 등 성실한 후속 입법 활동이 이어져야만 1호 법안의 상징성이 빛을 발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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