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 물적 이동성이 제한되면서 대외 교역이 위축되고 수출은 크게 늘기 어렵다. 각국은 역내 생산과 자국 소비지출을 늘려 내수를 끌어올리려 애쓰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는 필연적으로 생산과 소비를 줄여 실업을 양산하고 이는 다시 소득을 감소시켜 소비지출을 줄인다.
이에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디지털 혁신과 비대면 산업 육성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높아졌고 산업 구조조정이 앞당겨질 가능성도 커졌다. 하지만 변화된 산업 지형이 고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당장 발생할 수 있는 도산과 실업 사태부터 막는 게 우선이다.
이런 이유로 최근 시행된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 지원은 소상공인 매출을 증가시키고 서비스업 등 비제조업 소비심리를 개선하는 데 큰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받는다.
27일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소상공인 매출액 조사’에 따르면 5월 들어 매출액 감소폭이 확연히 줄었다. 17차(5월25일) 조사에서는 소상공인 매출액 감소폭이 16차(5월18일)보다 6.0%p 감소했고 전통시장 매출액 감소폭은 12.0%p 감소해 2월 3일 조사를 실시한 이후 가장 크게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또한 한국은행이 발표한 5월 기업경기실사지수 조사에서는 비제조업의 업황 BSI는 56으로 전월에 비해 6p 상승하였으며, 다음 달 업황전망 BSI도 56으로 전월에 비해 6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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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성과에 힘입어 정부는 더 적극적인 재정지원을 선포했다. 25일 문재인 대통령은 '2020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고용, 수출 등 실물경제의 위축이 본격화하고 있어 더 과감한 재정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재정확대에 소극적이었던 기획재정부도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코로나19 위기극복과 민생안정 지원을 위해 적극적 재정운용이 필요하다”고 전향적인 태도를 밝혔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재정·금융 지원 규모는 한국이 GDP 대비 12.8%로 미국(11.1%), 영국(18.8%), 독일(34.0%), 일본(20.5%) 등 선진 각국도 비슷하거나 그 이상의 재원을 쏟아 붓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3차 추경은 임시·일용직 공공일자리와 직접적인 지원금을 늘리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여기에 필요한 소요 재원은 국채를 발행해 마련하는 것이 경기부양 효과를 높일 수 있다. 기존 세출 항목을 전용하는 것은 일부 사업을 내년으로 미루는 돌려막기일 뿐이며 단순히 재정 효율성만 높여 경기를 부양한다는 것도 지금 상황에선 너무 안일한 발상이다.
한국은 일반정부부채(D2) 비율이 2018년 기준 40.1%로 OECD국(평균 109.2%) 중 4번째로 낮고, S&P 등 세계 3대 신용평가사는 한국을 재정건전성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경기부양책이 가능한 나라라고 평가하고 있다.
올해 1차, 2차 추경액 합계 23조9000억원 중 국채발행은 13조7000억원으로 GDP 대비 국가채무(D1) 비율은 지난해 말 38.1%에서 41.4%(+3.3%p) 올랐다. 3차 추경은 1,2차 추경을 뛰어넘는 대규모 슈퍼 추경안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필요한 재원 전부를 국채발행으로 조달해도 재정건전성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만약 3차 추경으로 국채발행 규모가 30조원인 경우 국가채무비율은 42.9%으로 오르고, 60조원인 경우 44.4%, 100조원인 경우 46.4%로 50%를 넘지 않는다.
전시사태에 준할 경제위기라면 과감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3차 추경에선 예산을 전용하지 말고 국채를 추가 발행해 자금을 조달해야 실질적인 재정지출 증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의 과감한 재정지원 주문에 기재부가 얼마로 답할지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