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린이들, 지금 들어올때" 증권사들 또 제살깎는 수수료 전쟁

머니투데이 조준영 기자 2020.05.27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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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밤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 증권가 일대가 불을 환하게 밝히고 있다.2017년 정유년 증권시장은  대통령 탄핵, 북한 핵실험 등 악재에도 불구하고 8년 만에 코스피 최대 상승률을 달성했다. 전문가들은 무술년(戊戌年) 새 해 코스피 3000 시대를 전망한다. 무술년 새해 '장밋빛' 증권가를 기대해본다. 2017.12.29/뉴스128일 밤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 증권가 일대가 불을 환하게 밝히고 있다.2017년 정유년 증권시장은 대통령 탄핵, 북한 핵실험 등 악재에도 불구하고 8년 만에 코스피 최대 상승률을 달성했다. 전문가들은 무술년(戊戌年) 새 해 코스피 3000 시대를 전망한다. 무술년 새해 '장밋빛' 증권가를 기대해본다. 2017.12.29/뉴스1


코로나19(COVID-19)로 인한 변동장에 개인 투자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증권업계가 신규고객 유치를 위한 거래수수료 대폭 인하 이벤트를 열고 있다. 지나치게 낮은 수수료방침에 일각에서는 '제 살 파먹기', '밑지는 장사'라는 우려가 나오지만 고정 고객층을 확보해 다른 이윤창출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포기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있다.

아울러 수수료인하 이벤트가 사실상 상시적으로 열리면서 각 회사 홈페이지에 게시된 수수료도 큰 의미가 없어졌다. 하지만 대부분 이벤트가 비대면계좌를 새로 개설하는 고객에 한정돼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지금 같을 때 안 하면 바보죠" 평생혜택 봇물
"주린이들, 지금 들어올때" 증권사들 또 제살깎는 수수료 전쟁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형증권사를 중심으로 우대수수료 이벤트가 진행 중이다.



NH투자증권의 모바일증권 거래서비스인 '나무'를 비롯해 △한국투자증권 △KB증권 △신한금융투자 △삼성증권 등은 비대면계좌를 신규개설 시 국내주식 거래수수료를 평생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다만 거래소와 예탁결제원 등에 지불하는 유관기관 비용은 제외다.

유관기관 비용은 한 번 거래할 때 평균 0.004~0.005%에 불과해 투자자들이 이 같은 이벤트를 활용하면 적은 비용으로도 국내주식거래가 가능하다.

이 밖에 미래에셋대우는 10년간 수수료혜택과 최대 3만원을 제공한다. 개인투자자 비중이 가장 높은 키움증권은 우대수수료 최대 6개월 혜택을 제공해 상대적으로 우대기간이 짧았다.


◇13년째 이어진 경쟁
/삼성증권 홈페이지 캡쳐/삼성증권 홈페이지 캡쳐
지난 2008년 키움증권이 업계 최저수준인 0.015%로 매매수수료를 대폭 낮추면서 시작된 수수료인하 경쟁은 어느덧 13년째에 접어들었다. 키움증권 HTS인 '영웅문'의 편리한 UI(유저인터페이스)와 낮은 수수료가 입소문을 타며 개인투자자들을 빠르게 끌어모으자 대형증권사들도 너도나도 수수료를 사실상 '제로(0)화'했다.

또한 2018년 8월부터 코스피 거래에서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 비중이 HTS(홈트레이딩시스템)를 넘어서는 등 모바일을 활용한 주식거래가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덩달아 비대면 계좌개설도 늘어났다. 수년 전부터 오프라인 영업점을 축소해오던 증권업계는 이 같은 변화에 맞춰 수수료인하 이벤트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한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수수료인하에 대해 "'다른 곳이 내리는 데 우리만 안 할 수 있냐'는 심리가 강하다"며 "수수료 인하뿐만 아니라 타 증권사서 거래하던 주식을 가져오면 혜택을 주는 등 경쟁도 치열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신규고객 유치가 가장 어려운 일이지만 한 번 계좌를 트면 쉽게 바꾸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수수료로 남기는 건 없어도 신용융자, 교차판매 등을 통해 다른 수입원을 확보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의미 줄어든 수수료
"주린이들, 지금 들어올때" 증권사들 또 제살깎는 수수료 전쟁
증권사들의 상시화된 이벤트로 수수료에 큰 의미가 없어진 게 사실이다. 하지만 우대수수료 이벤트는 비대면계좌를 개설한 고객에 한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나에게 맞는 증권사를 찾기 위해 기본적으로 각사 홈페이지에 게시된 수수료를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실제 주요 증권사들간 국내주식 온라인거래 기준 수수료는 차이가 컸다. 평생혜택 이벤트를 진행 중인 나무의 경우 0.01%로 업계에서 최저수수료를 제공하고 있었고 뱅키스(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도 0.014%로 낮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삼성 △대신 △하나 △신한 등은 1회 거래금액이 50만원보다 낮을 경우 수수료가 0.5%에 달했다.

HTS 기준으로 1회 거래액별 수수료를 비교해보면 차이는 단적으로 드러났다. A주식을 한 번에 1000만원어치 매수한다고 가정할 경우 수수료는 적게는 1000원에서 많게는 1만5700원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단순히 수수료만을 기준으로 증권사를 선택하기엔 고려할 것이 많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원래 시스템을 운영하기 위한 서버 비용, 인건비 등이 거래수수료에서 나와야 한다. 지나치게 수수료가 낮다는 것은 부족한 돈을 메꾸기 위해 다른 금융상품을 공격적으로 판매할 수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며 "거래시스템이 얼마나 본인에게 맞는지, 계좌를 개설하려는 증권사의 장점과 상품군들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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