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커창, 전인대서 미국 언급 자제… 이유는?

뉴스1 제공 2020.05.24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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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MP "경제회복 주력 및 대미 관계 개선 의지"

리커창 중국 총리가 지난 22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전인대 개막 연설을 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리커창 중국 총리가 지난 22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전인대 개막 연설을 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윤다혜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원지 등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가운데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지난 22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 연설 당시 미국을 거의 거론하지 않아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리 총리는 이번 전인대 연설에서 "1단계 무역합의 이행 위해 미국과 협력하겠다"고 한 것을 제외하곤 미국을 입에 담지 않았다.



이는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문제, 그리고 자국 통신업체 화웨이(華爲)에 대한 미 정부의 제재 문제 등과 관련, 이번 전인대를 계기로 미국 측에 경고메시지를 보낼 것이라던 세간의 예상과 반대되는 것이었다.

리 총리는 이번 전인대 개막 연설에서 코로나19 유행과 관련해 미국·유럽 등이 제기한 '중국 책임론'은 언급하지 않은 채 "중국의 경제력과 시장 잠재력으로 이 어려움을 이겨낼 것"이라고 말했다.



SCMP는 이에 대해 "미국과의 갈등이나 홍콩·대만 독립 등 문제들보다 '경제 회복'에 주력하겠다는 게 중국 정부의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는 이번 전인대를 통해 자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2조5000억위안(약 433조원) 규모의 세금감면과 3조7500억위안(약 649조원) 규모의 특별국채 발행 등 경기부양책을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2019.6.29/뉴스1 © AFP=뉴스1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2019.6.29/뉴스1 © AFP=뉴스1
리 총리가 이번 전인대 개막 연설에서 미국을 언급하지 않은 건 '특정 국가를 거론하지 않는다'는 그동안의 관례에 따른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중국 지도부의 대미(對美) 관계 개선 의지를 나타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중국은 최근 미국과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국제사회 내 입지 또한 점차 좁아지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일례로 미 상무부는 지난 15일 "미국 기업의 기술로 해외에서 제조한 반도체를 화웨이에 판매하려면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사실상 화웨이의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차단 조치를 취했다. 또 미국과 유럽 주요국들로부턴 중국 측을 상대로 "코로나19 유행을 방기한 데 따른 손해 배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국 내부적으로도 코로나19 확산 때문에 상당한 경제적 타격을 입었다. 올해 1분기 중국 경제 성장률은 전년 동기대비 –6.8%로 1949년 '신(新)중국' 설립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이 같은 대내외 악재를 이유로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지 않는다면 더 큰 어려움을 맞닥뜨릴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베이징 국제문제연구소의 팡중잉(龐中英) 부장은 "미중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 가운데 중국은 30여 년 만에 최악의 국제정세에 직면해 있다"며 리 총리가 이번 연설에서 미국과의 갈등 대신 미중 무역합의 이행을 언급한 것도 이 같은 기류를 방증해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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