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가 갈등의 본질 가려…조국 사태도 마찬가지"

머니투데이 유효송 기자 2020.05.24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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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대한민국4.0포럼 리뷰]학자들이 말하는 '한국정치4.0'①이원재 카이스트 교수

이원재 카이스트 교수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머니투데이 주최 새로운 21대 국회를 위한 '대한민국4.0포럼'에서 '진영에 갇힌 대한민국 현실'에 대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이원재 카이스트 교수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머니투데이 주최 새로운 21대 국회를 위한 '대한민국4.0포럼'에서 '진영에 갇힌 대한민국 현실'에 대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이원재 카이스트 교수는 지난 21일 머니투데이가 주최하고 대한민국 국회가 후원한 '대한민국4.0포럼'에서 ‘정치 양극화가 가린 사회적 갈등’을 분석했다.

그는 "한국 정치의 특수성은 정치 양극화가 우리 사회의 갈등을 억누른다는데서 비롯된다"고 설명했다. 정치 엘리트들이 각자의 이익을 위해 양 극단의 전선을 강조하면서 정작 우리 삶의 본질적 문제를 가린다는 의미다.



이 교수는 스마트폰과 인터넷 발달에 주목했다. 스마트폰을 통해 사람들이 항상 연결된 상태에서 세상의 변화를 체감하고 느끼는 속도가 빨라졌다는 설명이다. 그는 "양극화가 나타나고 갈등이 심해지는 것은 기술적 환경에서 비롯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진짜 문제는 정치적 극단에서 표면적인 갈등이 본질적 갈등을 가리는 데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양당의 정치세력이 모두 이익을 얻고자 했다"라며 "진짜 갈등이 어디에 있는지 감추는 효과가 있고 사람을 동원시켜주는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원재 카이스트 교수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머니투데이 주최 새로운 21대 국회를 위한 '대한민국4.0포럼'에서 '진영에 갇힌 대한민국 현실'에 대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이원재 카이스트 교수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머니투데이 주최 새로운 21대 국회를 위한 '대한민국4.0포럼'에서 '진영에 갇힌 대한민국 현실'에 대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이원재 카이스트 교수 발제 주요내용]

"양극화가 갈등의 본질 가려…조국 사태도 마찬가지"

사회 갈등 정말 심할까?
우리 사회는 정말로 갈등이 심할까.

만약 특정 사안에대해 우리 사회가 갈등하고 있다면 이에 대한 의견은 갈라진 채로 보일 것이다. 반대로 의견이 특정 방향으로 모아지고 있다면 하나의 피크를 보이는 단봉 분포를 보일 것이다. 민주주의 하에서는 그것이 쌍봉이든 단봉이든 의견이 넓고 다양하게 퍼져 있다.

최저임금과 공공부문 비정규직 전환에 대한 사회적 논쟁이 뜨거웠다. 온라인과 TV토론만 보면 정책 둘러싼 국민 의견이 쌍봉으로 갈라져 있을 것이란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그림에서 보듯 각 정책에 대한 국민 의견은 중도를 중심으로 분포돼 있다. 통합당과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양극단의 대립이라기보단 각 집단의 중도 중심으로 한 차이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우리 사회 갈등은 우리가 느끼는 것보다 객관적으로 덜하다.
"양극화가 갈등의 본질 가려…조국 사태도 마찬가지"
갈등이 심한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온라인 양극화'
갈등이 심한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의견 대립의 특성 때문이다. 왼편의 그림은 2004년 미국 대선 당시 정치글을 게시한 블로그들 사이의 네트워크다. 학자 라다 아다믹(Lada Adamic)이 정치 블로그들이 민주당 또는 공화당 편으로 양극화 돼있음을 발견한 그림이다.

이 결과를 보고 사회학자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미국을 선진국으로 보는 정치·사회 학자들은 미국 사람들은 공적인 담론의 장에서 토론하고 의견섞이는 줄 알았는데 '정치의 양극화'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오른쪽 그림은 카이스트 연구실에서 2012년 대선 당시 트위터를 분석한 그림이다. 미국 결과와 마찬가지로 당시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느냐 비판하느냐에 따라 트위터 계정이 양극화 돼있는 걸 보여준다.

한국 사람들의 반응은 정 반대였다. "우리는 항상 이렇게 싸우잖아요"다. 양극화를 걱정하지만 '우리는 당파싸움을 많이 하는 민족이야'라는 통속적 자기 정체성이 있었다. 한국에선 당연하게 일어나는 일이라고 다르게 생각한다.

왜 이러한 양극화가 일어나게 됐을까. 같은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손쉽게 소통하고 결집하도록 도와주는 기술 플랫폼이 발전했기 때문이다. 답은 '핸드폰'에 있다. 인터넷은 전세계 사람들을 연결시켰지만 핸드폰은 전세계 사람들을 '항상' 연결시켰다. 이 '항상 연결된 사람들' 사이의 결집과 동원은 예전보다 더 빨라지고 강고해졌다.

이 기술적 환경에서 양극화가 심해지는 현상으로 지난 2017년 우리나라 대선 주자들의 페이스북을 조사했다. 이 그림은 2017년 5명의 대선 주자 페이스북에 좋아요를 누른 사람들이 어떤 페이스북 페이지에 관련돼 있는가를 조사해 시각화한 것이다.

네트워크 분석을 통해 페이스북이 3개 집단으로 뭉쳐있다는 걸 발견했다. 문재인 후보는 친 민주당 색을 가진 기성 언론과 정치인들이 둘러싸고 있다. 당시 홍준표 후보 주변을 보면 우파 유튜버 사람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즉 파란색에는 주로 진보인사와 집단, 빨간색에는 보수 정치와 집단이 속해있다.

또 하나의 중요한 집단은 연예 오락 페이지다. 양극화된 정치의 또다른 측면이다. 온라인 상의 이념 대립이 유희적 요소와 결합돼있다는 사실이다. 온라인 상에서 자신의 정치적 의견을 적극적으로 밝히는 사람들이 연예 오락 같은 분야에서도 활발하게 의사표시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다.

조국 전 법무장관 '갈등'의 본질 가려…정치는 본질 바라봐야
광화문과 서초동의 시위 역시 보수의 진보 갈등 대문에 생긴 게 아니다. 그렇게 보는 건 우리사회의 보다 근본적 갈등을 회피하는 거다. 이렇게 부각시키면서 정치세력인 두개의 당 모두 이익을 얻고자 했다고 생각한다. 진짜 갈등이 어디있는지 감추는 효과가 있고 사람을 동원시켜주는 효과를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각 국면의 구성원 비율을 분석해 보면 우리 사회 대다수인 85%는 우리 사회가 불공정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의 불공정함을 지적한 85%는 2016년 국정농단에 분노했던 국민의 비율이자 새정권 출범 초기 평등, 공정, 정의의 약속에 박수를 보냈던 국민 비율과 비슷하다.

이번 조국 사태를 둘러싼 갈등의 본질은 85%에 속하는 사람들 사이에 그동안 가려져 왔던 생각의 차이가 폭로됐다는 데 있다. 공정과 정의 가치에 동의했던 사람들 중 42%는 법을 어기는 것만 아니라면 합법적 틀 내에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게 뭐가 문제냐는 입장인 반면 다른 43%는 설사 합법이라고 하더라도 부의 세습이나 입시에서의 눈에 보이지 않는 혜택 용인하는 걸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법무장관 진퇴와 직접적 이해가 걸린 정치 엘리트들은 본질적 지점을 회피하고 싶어했다. 회피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이것을 전통적인 보수 진보의 갈등으로 치환하고 증폭시키는것이다. 이러한 메커니즘을 통해 실제보다 갈등을 더 느끼게 되고 실제 갈등의 원인으로부터 눈을 돌리게 된다.

전세계 극우 정치 득세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극우정치가 들어섰다는 건 좌파 우파 양 진영의 실패다. 사회 전체의 실패다. 제도와 대의제 시스템이 국민 진정한 의지 반영하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진 것이다.

단기적이고 당장 정치적 이해를 위해 전선을 강조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불러 일으킨다. 본질적 문제에 앞장서서 국회의원들이 국민이 정치를 바라보는 눈이 자신의 이해와 조건으로 맞아떨어지게 만드는 것이 21대 국회의 새로운 대표들께 바라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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