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쇄 완화를 고민하고 있다면 조심하라"

머니투데이 뉴욕=이상배 특파원 2020.05.12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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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시각]

텅 빈 뉴욕 타임스퀘어텅 빈 뉴욕 타임스퀘어


"조만간 우리가 실망하게 될까? 분명히 그렇다. 우리가 경제활동을 재개하는 방법을 놓고 고민하고 있는 한 말이다." (브라이언 레빗 인베스코 전략가)

뉴욕증시가 혼조세로 마감했다. 잦아들던 코로나19(COVID-19) 확산세가 한국, 독일에서처럼 봉쇄 완화 과정에 다시 불 붙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투자심리를 짓눌렀다.



튜더인베스트먼트콥 폴 튜더 회장은 "앞으로 주식시장이 어떻게 될지는 코로나19에 달렸다"며 "만약 우리가 백신이나 훨씬 더 나은 검사 방법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시장은 더 어려운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시장의 관심은 유동성 문제에서 기업들의 부도 여부로 옮겨갈 것"이라고 했다.

대형 기술주 강세에 나스닥 6일 연속 상승
11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블루칩(우량주) 클럽인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109.33포인트(0.45%) 내린 2만4221.99로 거래를 마쳤다.



반면 대형주 위주의 S&P(스탠다드앤푸어스) 500 지수는 0.52포인트(0.02%) 오른 2930.32를 기록했다.

이 와중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6거래일 연속 오르며 올들어 최장 랠리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날 나스닥지수는 71.02포인트(0.78%) 상승한 9192.34로 마감했다. 12월 11일 연속 오른 이후 가장 긴 랠리다.

애플이 1.5% 이상 뛰었고 구글과 아마존, 넷플릭스 모두 1% 넘게 올랐다. 반면 테슬라는 1% 내렸다.


MRB파트너스의 살바토레 루시티 전략가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기업과 소비자들 사이에서 기술의 중요성이 높아졌다"며 "이에 따라 대형 기술주들의 지배력이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
한국·중국·독일 2차 유행 위험…WHO "한국 등, 대응시스템 갖췄다"
그러나 시장은 코로나19 1차 유행 당시 비교적 선방한 한국과 독일 등이 봉쇄 완화 과정에서 직면한 2차 유행 위험을 불안감 속에 주시하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 코로나19가 재유행할 경우 미국 등 다른 나라들의 봉쇄 완화까지 늦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최근 독일에선 각 주정부 별로 외출제한령을 해제하는 등 봉쇄 완화에 나선 뒤 도축장과 양로원을 중심으로 다시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 코로나19의 발원지로 알려진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시에서도 최근 다시 집단감염 사례가 발견됐다.

생활방역 체제로 전환된 한국 역시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하며 전 세계에 조기 봉쇄 완화에 대한 경각심을 안겼다.

그러나 WHO(세계보건기구)는 이 국가들이 충분한 대응 시스템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이날 화상 브리핑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였던 한국, 중국, 독일에서 다시 감염 사례가 늘었다"며 "다행히 이들 3개국 모두 사례 재발을 감지하고 대응할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에서는 하나의 확진 사례로 인해 여러 접촉 추적이 이뤄지면서 술집과 클럽들이 문을 닫았다"며 "중국 우한에서도 봉쇄 해제 이후 처음으로 집단 감염이 확인됐고, 독일 역시 봉쇄 완화 이후 감염 사례가 늘었다"고 전했다.

이어 "봉쇄 해제는 복잡하고 어렵다"면서도 "느리고 점진적인 봉쇄 해제가 코로나19 재확산을 막는 데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백신이 나올 때까지는 포괄적 조치들이 바이러스를 막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도구"라며 진단 검사와 감염 추적, 격리, 치료 등의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을 당부했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
美백악관 "중국에 '코로나 피해' 청구서 내밀어야"
미국 백악관 핵심 참모가 중국을 상대로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경제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 것도 미중 갈등에 대한 우려를 높여 증시엔 부담으로 작용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표적인 대중국 강경파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은 이날 미국 경제방송 CNBC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에 (코로나19 사태 관련) 청구서를 내밀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코로나19와 싸우기 위해 책정해야 한 비용은 10조달러(약 1경2000조원)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나바로 국장은 "이건 그들을 벌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중국 공산당에 책임을 무는 것"이라며 "그들은 전 세계에 지금도 끝나지 않은 엄청난 피해를 끼쳤다"고 했다.

앞서 나바로 국장은 지난 4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거짓말을 했고, 사람들이 죽었다는 사실을 미국인들이 분명하게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당시 그는 "중국이 6주 동안 바이러스에 대해 숨겼다는 데 큰 문제가 있다"며 "이로 인해 바이러스가 우한을 빠져나가 전 세계로 퍼져나갔고, 그동안 중국은 엄청난 양의 개인보호장비를 비축해뒀다"고 주장했다.

이날 나바로 국장은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대중국 추가관세 또는 1단계 무역합의 파기를 조언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중국으로부터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보상을 받기 위해 1조달러(약 1200조원) 규모의 관세를 물릴 수 있다"고 밝혔다.

미 의회에선 미국인들이 직접 중국 정부를 상대로 천문학적 규모의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중국에 대해 '주권면제'(sovereign immunity)를 배제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공화당 소속의 론 라이트와 크리스 스미스 하원의원은 최근 "중국이 고의적으로 WTO와 다른 나라들을 호도했다"며 중국에 대한 주권면제를 박탈하는 내용의 결의안 6524호를 발의했다.

주권면제란 한 주권국가에 대해 다른 나라가 자국의 국내법을 적용해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원칙을 말한다. 따라서 미국 법정에서 중국 정부를 피고로 세우려면 주권면제를 박탈하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

지난달 미국 플로리다주에선 40개국 1만명의 시민이 중국 정부를 상대로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6조달러(약 7300조원) 규모의 집단소송이 제기됐다. 인도 변호사협회도 중국에 전세계 코로나19 확산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20조달러(약 2경4000조원)에 가까운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아라비아 왕세자/ AFP=뉴스1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아라비아 왕세자/ AFP=뉴스1
사우디 추가 감산에도 WTI 2.4%↓

유럽증시도 봉쇄 완화에 따른 코로나19 재유행 우려 속에 내림세로 돌아섰다. 이날 범유럽 주가지수인 스톡스유럽600은 전 거래일보다 1.35포인트(0.40%) 내린 339.70에 거래를 마쳤다.

독일 DAX지수는 79.49포인트(0.73%) 하락한 1만824.99, 프랑스 CAC40지수는 59.42포인트(1.31%) 떨어진 4490.22에 마감했다.

반면 영국 FTSE100 지수는 3.75포인트(0.06%) 오른 5939.73을 기록했다.

프랑스는 이날부터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취했던 봉쇄 조치를 완화하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허가증 없이도 외출이 가능하며 음식점과 술집 등을 제외한 대부분 상점이 영업을 재개했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도 이달 들어 점진적으로 제한 조치 완화에 들어갔다. 영국도 이번주부터 건설과 제조 분야 종사자들의 일터 복귀를 허용했다.

국제유가도 떨어졌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추가 감산 소식도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수요 증발 우려를 이기지 못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서부 텍사스산 원유) 6월 인도분은 전날보다 배럴당 60센트(2.4%) 내린 24.14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국제유가의 기준물인 7월물 북해산 브렌트유는 밤 9시4분 현재 배럴당 82센트(2.7%) 떨어진 30.15달러를 기록 중이다.

이날 사우디는 자신이 주도하는 OPEC(석유수출국기구)과 러시아 등 비회원 산유국들의 모임인 OPEC+에서 합의한 원유 감산량보다 하루 100만배럴을 더 감산하겠다고 예고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사우디 에너지부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에 다음달부터 하루 100만배럴을 추가 감산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아람코의 6월 평균 산유량은 하루 749만2000배럴 정도로 줄어들 전망이다.

사우디는 또 5월 산유량도 수요에 맞춰 감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우디 에너지부 관계자는 "사우디는 이번 추가 감축을 통해 OPEC+ 소속 산유국은 물론 다른 산유국이 감산 책임을 잘 이행하고 자발적인 감산 방안을 추가로 내놓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OPEC+는 지난달 12일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유가 폭락을 막기 위해 5~6월 하루 생산량을 970만배럴 줄이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사우디는 5월 일평균 산유량을 종전 1230만배럴에서 850만배럴로 줄였다.

그러나 사우디의 이번 추가 감산도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수급 붕괴 문제를 불식시키진 못했다.

리스태드에너지의 파올라 로드리게즈 마시우 선임애널리스트는 "사우디의 추가 감산이 석유 저장시설 부족 문제는 해결하겠지만, 시장의 수급 균형을 찾아줄 정도까진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 가격도 내렸다. 이날 오후 4시14분 현재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물 금 가격은 전장보다 13.20달러(0.77%) 하락한 1700.70달러를 기록했다.

미 달러화는 강세였다. 같은 시간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인덱스(DXY)는 전 거래일보다 0.43% 오른 100.16을 기록했다. 달러인덱스는 유로, 엔 등 주요 6개 통화를 기준으로 달러화 가치를 지수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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